[특집] 윤석열 정부 조세정책에 관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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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7.29. 조회수 7393
칼럼

[월간경실련 2022년 7,8월호 – 특집. 부자감세·재벌특혜 한번 더?(2)]

윤석열 정부 조세정책에 관한 시론


유호림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지난 6월에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재벌특혜·규제완화·부자감세’로 요약되는데, ‘규제철폐’와 ‘낙수효과’ 및 ‘이윤주도경제성장’을 부르짖는 신(新) 자유주의자들의 경제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이론적으로 보면 과거 포스트 케인즈 주의에 입각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임금)주도성장정책’에 대한 반동으로서 민간 영역을 활성화하여 시장의 효율을 제고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왜냐하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과 신(新)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재벌로 대변되는 대기업과 다주택자 등 지대추구자에 대한 ‘규제’와 ‘증세’를 통해 중산층과 서민에게 ‘분수효과’를 일으키려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과 완전히 배치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신(新) 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과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여긴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자유는 ‘국가 강제력의 부재’를 의미하므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하는바 (Friedrich Hayek), 이처럼 국가의 강제력을 최소화 해야만 시장의 경쟁 상태를 제고하여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가능하기 때문에(Walter Eucken) 국가 주도의 분배체계는 불필요하다고(Robert Nozick) 역설한다. 요컨대 신(新) 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은 자유로운 곳이므로 정부의 개입이 없어야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면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신(新) 자유주의자들은 특히 조세제도를 가장 근본적으로 시장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의 개입이자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보기 때문에, ‘최소한의 조세부담’이 곧 ‘최소한의 국가 강제력’이자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인 ‘재벌특혜·규제완화·부자감세’는 결국 신(新) 자유주의이론을 교조주의적으로 또는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채택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신(新) 자유주의에 입각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세정책은 과거 MB정부에서 추진하였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의 실패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증명된바 있다.

예컨대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MB정부 감세 정책에 따른 세수효과 및 귀착효과, 2014)에 따르면 MB정부는 법인세율을 22%로 인하하여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약 4년간 총 26조 7000억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감면하였으나, 같은 기간 동안 기업의 투자 규모는 약 23조원으로 직전 4년간(2005년~2008년)의 투자총액(약 33조 5000억원)보다 약 10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당시 기대하였던 ‘낙수효과’는 발생하지 아니하고 기업의 사내유보금만 72 조 4000억원에서(2009년) 165조 3000억원(2011년)으로 대폭 증가하였을 뿐 아니라, 2012년부터는 오히려 매년 세수가 감소하여 2014년에는 약 11조원의 결손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후 MB정부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은 박근혜정부에서는 부족한 세수를 보전하기 위하여 근로소득세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담배소비세와 주민세를 인상하는 등 대대적인 서민증세를 단행하여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야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최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여전히 신(新) 자유주의자들의 ‘규제철폐’와 ‘낙수효과’에만 집착하여 법인세·종부세·상속증여세·양도소득세 등 재벌기업과 특정 부유층에 대한 대폭적인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모두 과거 MB정부의 실패한 조세정책을 재탕한 것에 지나지 않는바, 그 결과는 박근혜정부의 사례에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및 그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와 인플레이션의 확산으로 인해 세계적인 경제위기마저 예상되는 최근의 경제동향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현실 경제와 시대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신 (新) 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조세정책은 국민들에게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과 우려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저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의 증가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미중간의 패권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정치 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글로벌 밸류체인의 블록화 등으로 인하여 사회적·정치적·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역사적 경험에서 보듯이 이처럼 비상한 시기에는 그 무엇보다도 정부와 재정의 역할이 선도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시장은 글로벌 정치경제의 격변시기에 외부로부터 전이되는 급격한 변화와 충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재 정정책 없이는 그러한 상황을 이겨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는 흘러간 옛 노래처럼 철지난 신(新) 자유주의자들의 ‘규제철폐’와 ‘낙수효과’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재정능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조세부담 능력이 있는 재벌기업과 특정 부유층에 대한 바람직한 증세방안을 마련하여 그 재원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조치는 작금의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자 중장기적으로 인구감소에 따른 재정지출에 대비한 충분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윤석열 정부는 또한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및 글로벌 공급망의 단절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심화 등 경제위기로 수년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상공업자와 저소득계층을 위하여, 적정한 수준에서 조세부담을 완화하고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조세정책과 재정정책을 세밀하게 수립하여 국가로서의 책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할 것이다. 이는 시민국가인 대한민국의 존재이유이자, 그 주권자인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위정자의 당연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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