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실련 총선 개혁과제(2) 부동산·국책사업 분야

회원미디어팀
발행일 2024.04.01. 조회수 21230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특집.특권NO!민생ON!(3)]

경실련 개혁과제(2) 부동산·국책사업 분야
주거와 건설안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정택수 부동산국책사업팀 팀장


 20대 대선은 부동산 대선이었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부동산은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대선 직전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집값으로 인해 후보들이 내놓는 부동산 공약은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건설사에게만 유리한 무분별한 급확대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부동산 자산가의 이익을 확대하는 규제완화와 세금감면 정책들마저 공약에 포함시켰다. 최근에는 각종 개발정책까지 추진하여 집값하락 국면이 보다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벌어진 LH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는 단순한 안전사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설계, 시공, 감리 전반에 걸쳐진 총체적인 문제가 맞물려 벌어진 사고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1년 6월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 참사, 2022년 1월 광주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에 이어 3년 연속으로 대형 붕괴사고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건설산업에 대한 국민적 공포로 확산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건설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은 게을리하면서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개발정책에는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모습은 주거만큼은 안정되길 바라며 한 표를 던진 국민의 바람을 벌써 잊은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곧 다가올 22대 총선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실련은 이번 총선이 우리 국민이 주거 및 건설안전 문제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계기가 되길 바라며 부동산·국책사업 분야 개혁과제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1. 후분양제 의무화 및 분양원가 세부내역 공개 (주택법 개정)

 1970년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당시 정부는 대대적인 공급을 단행했다. 단기간에 많은 주택 물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선분양제를 시행했다.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팔 수 있도록 허용하자 주택 소비자의 권익이 심각하게 침해될 위험이 발생했다. 선분양제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여 분양가격만큼은 법정 상한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는 정부의 입맛에 따라 시행-폐지-완화를 거듭하며 효과를 잃어갔다.

 2007년 서울시가 건설원가를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도 공공과 민간 모두 건설원가를 공개하도록 방침을 선회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주택시장 침체를 이유로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12개로 대폭 축소했으며(12년 3월), 박근혜 정부는 민간주택 분양원가 공개제도를 폐지(14년 12월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폐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월 공공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12개에서 62개로 확대했지만 건축비 부풀리기 등으로 인해 여전히 정확한 건축원가를 알 수 없다.

 후분양제 도입 논의는 좀처럼 진행되지 못했는데, 2017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공공부문에서 주택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정권 임기 내내 후분양제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조차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택법 개정을 통해 건축공정 80% 이후 입주자를 모집하도록 후분양제를 의무화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62개로 확대하고 도급내역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2. 강제수용 공공택지 민간매각 금지 (공공주택특별법 개정)

 1980년 정부는 택지개발촉진법을 제정하여 강제수용·용도변경·독점개발 등 3대 특권을 LH 등 공기업에 부여했다. LH는 점차로 3대 특권을 남용하기 시작하여 강제수용 택지 대부분을 건설사에게 팔아넘겨 큰 이익을 남겼다. 공공임대주택은 거의 늘지 않았고 개발이익과 시세차익은 민간이 모두 가져갔다.

 2021년 불거진 이른바 대장동 사태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관련법안을 개정하여, 강제수용 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의 수익률을 10%로 제한하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수익제한 및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었던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도 민간업자가 1조원 이상 부당이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인 조치로서 택지매각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조치로서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하여 공공택지 민간매각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매각대상은 공공으로 제한해야 한다. 공공택지에는 공공주택을 짓거나 토지임대 건물분양주택으로 공급하여 공공택지가 민간으로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3. 투기근절 위한 개발이익환수율 50% 상향 (개발이익환수법 개정)

 윤석열 대통령은 핵심 부동산 정책으로 270만호 대규모 주택공급을 약속했다. 대통령의 공약이행을 위해 국토부는 초과이익 환수제도의 재건축부담금을 완화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면제 금액은 현행 3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라가며, 부과 개시 시점은 추진위원회 승인일에서 조합설립일로 미뤄지게 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지금도 토지주와 개발업자들에게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있는데, 이번 특혜성 조치로 더 많은 이익을 챙기게 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토지의 소유는 인정하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치는 공유하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을 근간으로 한다. 노태우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처음 제도화했는데 무분별한 부동산 투기와 개발을 막고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정책들의 근거가 된다.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로 잠시 폐지되었지만,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2006년 초과이익환수제로 다시 제도화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재건축사업이 거의 진행되지 않자 2017년까지 제도시행을 유예했다. 2018년 제도가 부활했지만 아직 실제 부과된 사례는 없는 실정 
이다. 본격적인 부담금도 부과되기 전에 초과이익환수제는 무력화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재건축 부담금 완화는 즉각 중단해야 하며 현행 25%인 개발부담금 부과비율을 50%로 확대해야 한다. 개발부담금 산정 시 사업 개시 시점을 계획수립 이전으로 개정해야 한다. 개발부담금 부과대상에서 빠져있는 주택재개발사업을 개발부담금 부과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별도 운영 중인 재건축사업의 개발이익 환수제도도 개발부담금 부과대상에 포함시켜 제도를 일원화해야 한다.

4. 직접시공제 모든 공사로 확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

 1976년 종합건설업은 원도급, 전문건설업은 하도급만을 수주하도록 시공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건설 업역규제가 도입됐다. 전문건설업체는 사업물량을 종합건설업체에 의존하여 상명하복식 원하도급 관계가 형성됐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노사정 합의를 거쳐 업역규제를 폐지했다. 종합-전문 간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하고 상대 업역 진출 시 직접시공을 원칙으로 했다.

 칸막이식 업역구조가 폐지된 만큼, 직접시공제를 모든 공사에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지하 주차장 또한 시공사인 GS건설이 직접 책임을 지고 면밀하게 시공했다면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하도급에 의한 생산구조 고착화로 인해 원도급업체의 현장 장악력은 여전히 낮은 상태이다. 부실시공, 공사중단, 산재 은폐(공상처리) 등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업역규제 재도입 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직접시공제는 2004년 12월 31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으로 도입이 이루어졌다. 시행은 200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으나, 두 차례 더 개정이 이루어져 현재는 70억 원 미만 공사에 10~50% 비율로 제한적 운용되고 있다. 이제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하여 모든 공사에 대해 적어도 절반(50%) 이상을 직접시공 의무화해야 한다. 특히 건축물 안전의 가장 중요한 공종인 (토공)기초 및 골조(구조물) 부분이 우선적 적용대상이 되어야 한다.

만약 LH 인천검단에서도 골조에 대하여 직접시공이 적용되었다면, 붕괴사고를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존에는 원청업체들이 하도급 업체에게 각종 책임을 전가해왔으나, 직접시공을 하는 만큼 원도급업체의 책임이 강화될 것이며 안전관리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5. 외국인노동자 불법고용 근절 (외국인근로자 고용등에 관한 법률 개정)

 건설노동자는 대표적인 서민 일자리로서 우리나라 건설산업 종사자 약 200만 명 중 대부분인 약 150만 명을 차지한다. 건설노동자는 현장 최일선에서 안전과 품질을 담당하지만 근로 여건은 매일 고용과 해고를 반복하는 일용직일 뿐이다. 이들의 고용여건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건설업 기능인력은 도외시되고 있다. 인력 부족을 빌미로 저임금 외국인노동자 불법 고용은 확대되어 근로조건은 더욱 악화되다 못해 내국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실정이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부처별로 분산된 외국인 인력정책을 전담할 컨트롤 타워를 설치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불법고용 단속을 위한 인원 확대 및 지방자치단체에 단속 권한을 부여할 필요도 있다. 내국인 고용여건을 악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외국인 고용 허가 및 취업을 허용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외국인 고용은 고용 비용을 줄이는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는바, 주요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외국인 고용 부담금제’ 도입·시행이 불가피하다.

6. 인허가권자와 감리계약 직접 체결

건축물은 크게 ‘설계’와 ‘시공’과정을 거쳐서 완성된다. 시공과정에 있어서는 반드시 “시공감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시공과정이 방대하고 장기간에 걸쳐서 이행되므로, 감리원을 현장에 상주시켜 전문가(감리원)로 하여금 부실시공 가능성을 차단시키기 위함이다.

 민간공사의 경우, 감리계약은 시행자(민간건축주)와 체결되기 때문에 감리는 민간건축주로부터 급여를 받게 된다. 즉 소비자(수분양자)가 아닌 시행자 또는 시공자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로 인해 감리자의 독립성 확보가 불가능하다. 허가권자가 감리업체와 직접 감리계약 체결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감리자를 건축주(시공자)로부터 독립시키고, 감리에 대한 책임을 허가권자도 지도록 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