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노동존중과 일자리”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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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12.06. 조회수 7370
칼럼

[월간경실련 2021년 11,12월호 – 특집. 문재인 정부가 남긴 과제, 그리고 2022(2)]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노동존중과 일자리”를 넘어서


오세형 경제정책국 부장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을 최우선 지향의 하나로 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첫 행보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비롯하여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한 것이다. 청와대 집무실에는 일자리 현황판이 생겼다. 직접 일자리 상황을 점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돕겠다고 한 것이다.

“일자리가 마련된 대한민국”은 12대 약속의 하나였다.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 노동존중사회 실현의 3부분으로 구성되고 각각 소과제로 4개, 4개, 11개가 있고, 세부적인 내용은 매우 다양했다. 일자리 창출로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민간부분 일자리 50만 개 창출 등을,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으로는 비정규직 규모 감축, 비정규직차별금지특별법 제정, 최저임금1만원 생활임금제 확산 등을, 노동존중 사회실현으로는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 수립,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이 있었다. 촛불혁명에 기반하여 수립된 정부로 평가받는 문재인 정부 초기, 제시된 공약들이 지켜지길 바라는 개혁에의 열망은 매우 높았다. 그러나 그 성과가 전체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이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지난 4월,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협약(제29호, 1930),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협약(제87호, 1948), 단체교섭권 협약(제98호, 1949) 등 핵심 기본협약 세 개를 비준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추후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체제에 반대하는 정치적 관점 혹은 사상적 견해를 가진 것을 처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발전의 목적을 위한 방법으로, 그리고 파업 참가자에 대한 처벌의 수단으로서의 강제노동을 즉시 철폐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강제 노동 철폐 협약(제105호, 1957)도 비준되어야 한다. 또한 관련 법령들이 협약에 맞게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불협화음도 있었지만 ‘광주형일자리’의 안착도 상징적이다. ‘광주형 일자리’란 기존 완성차업체 임금의 절반 수준의 적정임금을 유지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 등의 지원을 통해 보전한다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광주광역시가 주도했지만, 문재인 정부도 적극 나서서 지원했었다. 2019년 광주시와 현대차 간 합의안이 의결되며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9월 광주 글로벌모터스가 생산한 자동차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다.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세부적인 내용에서 노동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가 몰각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지만 분명 ‘사업 또는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이 원칙과 절차에 맞게 엄중하게 적용하기 위한 첫걸음은 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과 일자리 공약과 정책에 대한 명암을 넘어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고려되어야 할 내용을 생각해보면 우선 코로나19로 더 강도 높은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비정형 노동자를 노동법 체계 안으로 포섭하도록 하고, 필요하면 특별법도 제정하며, 다양한 사회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등 적용에 예외가 없어야 한다. 현행 근기법 제11조는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하여 ‘근로자 수’에 따라 일부만 적용하는 구조이다. 근로자 수에 따라 근로조건이 차등 적용되는 문제와 이를 악용하여 이른바 ‘사업장 쪼개기’ 등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부작용이 만연한 현실이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법제화가 필요하다. 균등처우 원칙은 「근로기준법」에서 규율하지만,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그 법 적용에 있어서 다툼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기간제, 단시간, 파견 근로자)에 대하여는 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 등에 관한 규정들을 두고 있지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ILO협약 100호(1951)에서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 또한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가치의 노동인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 고려하 여 판단’한다고 하고 있다. 이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헌법적 가치로 격상시키거나 최소한, 현실적으로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당과 제1야당의 대통령선거 후보가 확정되었으나, 의미 있는 정책 경쟁은 보이지 않고 있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냉소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제대로 된 공약과 정책 경쟁이 대선 후보들 사이에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과 일자리’를 넘어서는 공약과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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