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2대 총선 경실련 유권자운동본부 활동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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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5.31. 조회수 18820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5,6월호][특집.22대 국회가 가야할 길(1)]

22대 총선  
경실련 유권자운동본부 활동이 남긴 것 

 서휘원 정치입법팀 팀장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제도로,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여 대표를 뽑는 과정으로, 국민 주권의 원칙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선거를 통해 다양한 사회 계층과 의견을 대표하는 인물을 선출할 수 있고,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이례적으로 총선 8개월 전인 2023년 9월 14일, 유권자운동본부를 발족하여, 강도 높은 유권자 운동을 진행했다. 이렇듯 이례적으로 빨리 유권자운동본부를 발족하여 여기에 매진한 것은 21대 국회에서 거대 양당의 기득권이 더욱 강화되어 다양성을 해치고 있고, 정당 민주주의의 후퇴로 정당 내 의견도 묵살되는가 하면, 이로 인해 거대 양당의 책임 있는 공천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경실련의 유권자 운동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되었다. ▲기득권 거대 양당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 ▲부적격 후보자를 걸러내는 공천 개혁 운동과 이에 대한 촉매제가 될 수 있는 후보자 자질 검증, ▲민생 국회를 복원할 수 있는 정책선거 운동이다. 총선이 끝난 현 시점에서 22대 총선 유권자운동본부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장면 1: 기득권 거대 양당 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 
 경실련은 2024년 2월 2일,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하자,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보하고자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극적으로 도입된 준연동형 선거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경실련은 24개 지역 경실련과 함께 위성정당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은 일부 시민사회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에 가담하고 찬성하는 상황에서 최초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으로, 반칙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자성의 메시지를 촉구했다. 3월 29일에는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 정당등록 위헌확인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위성정당 정당등록 승인행위의 부당함과 위헌 여부를 알렸다.

장면 2: 공천개혁 촉구 및 적극적인 후보자 자질 검증 
 경실련은 양대 정당을 대상으로 공천개혁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특히 이번 공천개혁과 후보자 자질 검증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는 21대 국회에서 정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화되고, 불투명한 공천이 진행되는 상태에서 줄세우기식 공천과 그로 인한 부실 검증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대 양당,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 계파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구심이 피어났다. 이에 내부적으로 공천배제 운동의 여부 및 기준에 대한 격론을
거쳐, 자질 검증 기준으로 불성실 의정활동 관련 발의 건수 저조, 본회의 결석률 상위, 상임위 결석률 상위, 의정활동 기간 내 사회적 물의, 기타 도덕성 관련 기준으로 과다 부동산 보유, 과다 주식 보유, 전과 경력 등을 정하고 객관적인 공천배제 운동을 진행하고자 했다. 2023년 11월 28일, 이를 기준으로 3건 이상에 부합하는 의원 명단을 발표하여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의원실의 소명 및 자체 기준의 정비를 거쳐, 기준에 부합되는 의원들 중 문제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현역 의원은 <공천배제 명단>으로, 문제의 소지가 크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현역 의원은 <검증촉구 명단>으로 구분하여, 2024년 1월 17일에는 ‘현역 국회의원 공천배제 및 검증촉구 명단’을 발표했다. 1월 25일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방문해 각 정당에 공정한 공천, 투명한 공천을 촉구하며 그 명단을 전달했다.

 하지만 각 정당으로부터 별다른 피드백을 받지 못했고, 이에 3월 7일, ‘양대 정당 공천 부적격 심사기준 관련 실태 발표’를 통해 21대 국회의원 중 전과 경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21대 국회 기간 재판을 받거나, 이로 인해 형을 확정받은 의원을 대상으로 각 정당의 부적격 심사 기준에 부합하는 의원이 얼마인지를 조사해 발표했다. 양당 자체 기준 적용 시, 전과 경력 보유 및 재판 진행자 81명 중 10명(일반 전과 보유 53명 중 5명, 재판 진행 35명 중 5명)만 걸러지고, 양당 공통 기준 적용 시, △강력범죄, △뇌물범죄, △선거·정치자금범죄, △재산범죄, △성범죄, △음주운전 등 6대 중요 범죄(혐의) 해당자는 59명 중 10명만 걸러지는 것을 통해 부적격 심사 기준의 관대한 적용으로 실효성이 없음을 이의 제기했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갭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영선 후보를 공천 취소하고 제명했으며, 성범죄자를 변호한 조수진 후보를 공천 취소했다. 국민의미래는 이시우 전 총리실 서기관이 골프 접대로 징계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공천 하루 만에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가운데, 경실련은 2024년 3월 28일, ‘22대 총선 후보자 정보(전과·재산) 분석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자 952명 중 전과 기록 보유자가 305명(전과 후보 비율 32.0%)이고, 1인당 재산은 평균 24.4억(부동산 15.7억, 증권 6.9억)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 전과와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졌는지를 보고, 유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장면 3: 민생국회를 위한 정책선거 운동
 이번 선거는 역대급 정책 실종 선거였고, 포퓰리즘 정책만 난무했다. 그런 가운데에도 경실련은 정책선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3월 4일, 정치권에 정책선거로의 전환을 촉구하며 △공정경제와 탄소중립 혁신경제를 위한 산업전환, △부동산 투기 방지와 서민주거 안정, △정치 투명성 및 지방 균형 발전, △안전한 대한민국,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 등 다섯 가지 주요 분야에서 15가지 핵심 과제를 제안하며, 거대 정당들의 적극적인 정책 공약화를 촉구했다.

 4월 2일에는 거대 양당이 경실련 제안 핵심 공약을 수용하는지 여부를 발표했다. 경실련 15대 개혁 과제 중 4개 정당(국민의힘,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이 모두 찬성 및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힌 개혁 과제는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소멸 방지, △국회의원 ‘제식구 감싸기’ 개선 및 윤리심사 강화(개혁신당 조건부 찬성) 등이다. 3개 정당(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이 찬성한 개혁 과제는 △재벌 출자구조 개혁과 징벌배상 및 디스커버리 제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필수공공의료 의사 확충,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지출 관리 강화 등으로 나타났으며, 3개 정당(국민의힘, 녹색정의당, 개혁신당)이 찬성한 개혁 과제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가입상한 및 퇴직 연령 일치(국민의힘 조건부 찬성)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경실련이 정치권에 보낸 100대 현안 질의에 대한 정당의 답변도 발표하였는데,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은 총 24개 정책에 대해 입장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개혁적인 정책에 대해 두 정당이 모두 ‘반대’한 경우는 표준품셈 폐지, 알뜰폰 사업 진출 허용 반대, 국민소환제 등 3개였으며, 반대로 반개혁적인 질문에 대해 두 정당이 모두 ‘찬성’한 경우는 수도권 GTX 건설 추진, 현행 종부세 공제 금액 완화 반대 2개였다. 이 5개 정책은 금산분리에 역행하거나 예산 낭비 우려, 정치권 개혁에 역행, 종부세 완화 등의 우려를 안고 있는 반개혁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양당의 입장이 동일하여 우려스러움을 표했다. 한편, 불법 공매도 방지, 동일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차별 폐지, 지역건축센터 설치 의무화, 소득 기준 건강보험료 부과, 건강보험과 비보험 혼합 진료 금지, 국회의원 임대업 금지와 부동산 백지신탁제 등의 개혁 정책, 국회의원 윤리조사기구 설치 등 19개 개혁적 정책에 대해서는 두 정당이 모두 ‘찬성’하였다.

거대 양당 기득권 구도의 강화, 정당 민주주의의 악화, 부적격 후보의 당선
 그러면 경실련 유권자운동본부는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결론적으로 거대 양당 기득권 구도는 더욱 강화되었고, 22대 국회 정당 민주주의는 더욱 악화되었으며, 부패 비리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들이 공천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양당은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175석(더불어민주당 161석/더불어민주연합 14석), 국민의힘 108석(국민의힘 90석/국민의미래 18석)으로, 총 300석 중 283석을 차지했다. 나머지 조국혁신당이 12석, 개혁신당이 3석, 새로운미래가 1석, 진보당이 1석을 차지했으나, 뚜렷한 정강정책을 가진 세력의 원내 진입이 이루어지지 않아, 제대로 된 견제가 이루어질지 회의적이다.

 정당 민주주의의 악화로 부적격 후보들이 다수 당선되었다. 경실련 공천배제 대상자 33명 중 16명이 공천을 받아 12명(36.4%)이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불성실 의정활동 의원, 과다 부동산 및 주식 보유, 사회적 물의로 공천배제 대상자 명단에 올랐거나, 검증촉구 대상자 명단에 오른 의원이 다수 당선됨에 따라, 22대 국회에서도 불성실 의정활동, 이해충돌, 각종 막말정치 등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거 과정에서 거대양당 내 내부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오히려 거대 양당의 중앙집중화가 더욱 강화되었고, 다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공당으로서의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야당은 계파 정치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장 후보들이 노골적으로 중립적이기보단, 당의 정치를 관철시키는 역할을 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고, 원내대표도 자체적으로 단일화되기도 했다.

 정책 실종은 말할 것도 없다. 얼마 전 당선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 검토를 이야기했다가 뭇매를 맞았듯이, 거대 양당은 점점 더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종부세 등에 대한 정책적 목표를 왜곡하고 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강화의 결과로 두 개 정당의 정책적 차이를 알기 어렵고, 두 개 정당은 이념을 표방하는 것과는 다른 정치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이제는 각 정당이 대변하겠다, 호명하는 집단도 점점 기득권 세력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결과론적으로 경실련 유권자운동본부는 “기득권 국회, 민생 없는 국회를 타파하자”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것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선거 과정에서의 강화된 유권자의 힘과 정치권을 견제하기 위한 우리의 무기들이다.

 우리에게 남은 첫 번째 무기는 위성정당이 명백한 반칙이라는 것의 확인이다. 이번 선거에서 일부 시민사회가 위성정당과 비례연합정당은 다르다며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결국 비례연합정당도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에 다르지 않음이 드러났다. 이제 국민을 어떻게 현혹하려 해도, 국민들은 비례연합정당도 위성정당이며, 반칙이라는 것을 안다.

 두 번째는 문제 많은 당선자들의 정보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과가 많은 당선자들, 재산이 많은 당선자들, 그래서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후보들, 이해충돌 의혹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후보들이 누구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선관위가 이에 대한 정보를 선거운동 기간에만 공개하고 있으나, 우리는 선거기간에 이에 대한 분석 발표를 진행했고, 그 정보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정당들이 유권자에게 약속한 바가 남아있다. 불법 공매도 방지, 동일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차별 폐지, 지역건축센터 설치 의무화, 소득 기준 건강보험료 부과, 건강보험과 비보험 혼합 진료 금지, 국회의원 임대업 금지와 부동산 백지신탁제 등의 개혁정책, 국회의원 윤리조사기구 설치 등 19개 개혁적 정책에 대해서는 두 개 정당이 모두 ‘찬성’했다. 정당들이 이러한 약속을 철회한다면,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결국,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비록 거대 양당의 꼼수로 이번 선거에서 국민 주권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대표성이 제대로 발현되었는지에는 의문이 들지만,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약속을 받아냈고, 또 정치권을 압박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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