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부동산 해법] ② 모양도 값도 묻지마세요 아파트,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관리자
발행일 2006.11.23. 조회수 2385
부동산






보다 많은 시민여러분들과 함께 경실련이 생각하는 대안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앞으로 매주 1회씩 3주에 걸쳐 경제정책국 윤은숙 간사와 함께 <알기 쉬운 부동산 해법>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 공공보유주택 20% 확충 : 내게도 공공주택이 있었으면 좋겠다 
2. 아파트 후분양제도 도입
3. 실수요자에게 주택담보대출


외국에서 온 친구들이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모델 하우스입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가 들어가서 살 집을 그저 모형만 보고 결정하는 한국의 시스템이 참 이상하게 느껴졌겠지요.


하물며 작은 옷 하나도 일일이 입어보고 고르는 마당입니다. 그런데 덩그러니 놓인 모델 하우스만 달랑 보고 엄청난 목돈이 들어가는 집을 결정하는 일이 일어난 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신기한 일이지요.


이게 다 선분양제 때문입니다. 집을 지어놓지도 않고 우선 들어올 사람들을 모아서 돈을 받고, 그 돈으로 집을 짓는 것이지요.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건설을 시작할 충분한 자금 없이도 아파트 건설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이 제공되는 셈이지요.


그렇지만, 생각해보십오. 그럼 소비자는 뭡니까. 입주자인 죄로 고스란히 돈을 건설사에 빌려주는 꼴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건설업체가 원래 내야할 이자를 우리 입주자들이 대신 내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 위험부담 역시 고스란히 입주자의 몫입니다. 아파트를 짓다가 만약에 그 건설업체가 부도내고 도망가면 어쩝니까? 그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요? 내 집 마련하겠다고 벌은 돈 다 쏟아부은 사람들은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분양의 단점은 이것뿐이 아닙니다. 건설사들은 배짱 좋게도 짓지도 않은 아파트에 분양가를 확정해서 소비자에게 내놓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건설사가 책정하는 분양가는 매우 높습니다. 자연스럽게 분양가는 올라가게 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럼 이렇게 안 좋은 선분양을 왜 계속하고 있냐구요? 경실련에서도 그걸 모르겠단말입니다. 경실련에서는 지속적으로 후분양제를 실시하라고 정부에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기업만 2004년부터 단계별로 도입을 하고 있습니다. 2007년경 500-600세대의 공기업 분양아파트만 후분양제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강남권 등 투기과열지구 재건축아파트는 후분양을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민간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후분양을 하게 놔둔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후분양제를 할 의욕이 없다는 것이지요. 선분양으로 모든 특혜와 이익을 다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후분양을 자발적으로 할 건설업체가 얼마나 될까요?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후분양 제도는 상식적으로 도입이 되어져야 합니다. 우선 소비자는 모델 하우스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어진 집을 가지고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품질에 대한 보장이 더욱 강화되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짓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서 안전하게 됩니다.


이처럼 후분양제는 상식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건설업체의 편의를 이유로 이 상식을 수십년간 무시해오면서 주택 소비자들을 우롱해왔습니다. 건설업체의 이자를 소비자가 내는 비상식적인 선분양은 반드시 후분양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선분양 시스템에 길들여지고, 그로 인해 엄청난 특혜를 누려온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선분양 시스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기 때문에 당장에 후분양으로 전환하면 자신들의 자금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져서 줄줄이 도산을 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아닌 협박도 하고 있죠.


만약에 이처럼 후분양이 양보하지 못할 조건이라면 적어도 건설사는 소비자들을 위해 자신들이 얼마를 들여 아파트를 짓는가 정도는 공개해야 할 것이다. 달랑 아파트 모형이나 내세워 놓고, 값도 자신들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말 그대로 횡포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건설사들은 쵸코파이도, 벤츠도 모두 원가를 밝히지 않느냐고 항변을 하지만. 초코파이는 값이 많이 올랐어도 아직 사먹을 만하고, 벤츠 없이도 우리 모두는 잘만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값은 너무 많이 올라 도저히 살 수가 없는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벤츠처럼 돈이 없으면 안사고 말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필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초코파이나 벤츠는 계속 찍어 만들어내면 되지만,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정이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상황이 판이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집을 다른 공산품과 비교하면서 억지를 부리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계속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자신들의 마음대로 분양가를 불러서 팔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에게 아파트는 무엇입니까? 대부분이 자신이 평생 일해서 모은 돈의 대부분을 쏟아 붓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에게 큰 의미를 지닌 아파트가 도대체 얼마로 지어지는 지도 모른다는 것. 정말 억울한 일, 아니 말이 안 되는 일 아닙니까.


아무리 건설사들의 로비능력이 훌륭하다고 해도, 그 로비에 홀려 이 정도까지 국민의 생존권을 내팽개치는 정부라면 결국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알기쉬운 부동산 해법] ① 내게도 공공보유주택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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