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정부의 저출생 대책으로 추세 반전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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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9-26 조회수 21366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9,10월호][시사포커스(1)]

정부의 저출생 대책으로 추세 반전 가능한가?

- 고용시장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 등 좋은 일자리 대책은 부재 -

남은경  사회정책팀 팀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인구비상대책회의는 7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비상대책회의로 전환·신설하여 대책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추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이후 후속 발표였다.

 주요 내용은 저출생 대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이하 인구부)를 신설하여 저출생과 고령 사회, 이민 정책까지 포함하는 인구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다.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늦은 감이 있더라도 인구위기 문제를 국가의 주요 아젠다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발표한 대책의 면면을 보면 정부가 정말 저출생 문제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대책은 대부분 기존 부처에서 개별사업 위주로 운영하면서 신설될 인구부가 이행상황과 성과를 평가하고 예산 배분과 조정 업무를 맡는 방식이다. 과거 각 부처에서 저출생과 관련성 있는 사업을 모아 관리하는 수준으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단편적·미시적 대책들의 열거로는 고착화한 저출생 현상을 반전시키기 어렵다.

 출산을 원하지만 기피하게 되는 사회구조적 요인이 무엇이고 이를 획기적으로 타계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공급, 충분한 교육과 보육 기회 제공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부처가 파편적인 저출산 사업을 나열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사회구조 재편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 부처가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경실련의 사회구조개혁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벌·대기업 중심의 전속적 하청구조를 개혁해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실업과 경제적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저출생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다수 일자리는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기인하는 전속적 하청구조 문제로 중소기업은 재벌·대기업 임금의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양질의 일자 리를 향한 경쟁 압력, 고용 불안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이러한 구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물론 조기 퇴직까지 불러오고 있어, 이를 바꾸지 않고는 안정적이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 확보는 소원하다.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고수익과 정년이 보장되도록 경제구조의 틀을 바꾸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 조기 퇴직과 리스크가 큰 자영업으로의 내몰림을 방지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혁 하기 위해 경제력 집중 해소와 시장에서의 실질적 경쟁 도입,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혁, 징벌배상과 디스커버리 등의 제도도입을 통해 불공정한 단가 후려치기와 기술탈취를 막아야 한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으로 육성하고 육아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대출확대·매입임대를 중단하고, 장기공공주택 대거 공급해야 한다.

 높은 주거비용도 출산을 기피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원인은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 미흡, 규제 및 세제 완화 등 집값 상승 정책을 쏟아내는 정부에 있다. 대 출 확대도 저렴한 공공주택이 아닌 민간 거품주 택을 대상으로 할 경우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매우 크다.

 정부가 내놓은 신생아 특례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은 이름과 달리 신혼부부들을 위한 지원정책이 아니다. 신생아 특례 대출 소득요건을 2억에서 2025년부터 2.5억으로 완화하여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이 불필요한 고소득층까지 대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세대출 확대도 우려가 크다. 전세대출이 쉬워지는 만큼 임대인은 손쉽게 임대료를 인상하고, 임대 수익은 다시 부동산 투자에 이용되어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매입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예산을 낭비하고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대책에 불과하다. 매입임대주택 확보를 위해 정부는 시세대로 돈을 다 지불하고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 집값 상승에도 정부가 주택을 무분별하게 매입하다 보니 혈세는 낭비되고 집값은 더욱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정책들은 저출산 대책인지 집값 부양정책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들 정책은 지금 당장 중단하고 3기 신도시 등 공공 택지에 장기공공주택을 대거 공급해야 한다. 또한 결혼조차 할 수 없는 청년들을 위한 주거대책으로 월세 지원 확대 등이 더 절실하다.

셋째, 공교육과 공보육을 강화하고 야간휴일 돌봄확대보다는 근로시간 단축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제시한 무상보육 대상 확대 및 공보육 이용률 확대 추진은 바람직하나, 근본적으로는 영유아를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야간 및 휴일 돌봄확대나 육아휴직 확대 같은 사후 조치보다는 부모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사전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공급은 경제적 부담이 가능한 계층만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은 땜질식 대책으로 계층 간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이 크므로 정책 추진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교육 및 보육의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부문 투자 확대 등 국가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무상보육 실시 등 최근 돌봄과 관련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공보육기관은 부족하다. 공익성이 담보되어야 할 사회서비스인 교육과 보육의 시장화 정책은 학생 및 학교 서열화와 격차를 심화시키고 부모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공공부문 공급 확대는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확대라는 정책효과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 분야에 해당하는 151개 과제는 단기적 성과는 낼 수 있으나 부총리급 조직 신설에 걸맞은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가시적 성과에 급급해 단편적 대책을 나열해서는 안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한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아우르는 보다 획기적이고 파격적 정책을 기획하고 예산 배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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