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 윤석열 정부의 ‘민생정책’에 서민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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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2.05. 조회수 38230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1,2월호][동숭동칼럼]

윤석열 정부의 ‘민생정책’에 서민은 뒷전

김성달 사무총장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가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신년 초에 민생 회복을 강조하며 ‘2024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갑진년 새해를 맞은 첫날에는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민생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민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친(親)서민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기업·재벌,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 등을 위한 규제 완화와 부자 감세가 주를 이루고 있다. 경실련 등 시민사회가 ‘경제판 양두구육’, ‘토건 정부 선언’, ‘관치와 줄푸세’ 등 강도 높게 비판하 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이유이다.

 첫째,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소득증대, 주거 안정 등 근본적인 민생정책은 부재하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민생경제에 활력이 생기려면 무엇보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소득증대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들을 위한 임금 상승 등 소득 증가나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중산층과 서민들은 소비지출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 이번 발표된 대책 중 노후 차량 교체 시 개별소비세 인하, 추가소비에 따는 전통시장 소득공제 확대 등의 지원책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로 인해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소비심리 확대로 이어질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초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은 고용·주거·양육의 불안이다(한국은행.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1): 심각성과 그 원인은?, 2023.12.6.). 모든 언론방송에서도 저출생의 위기를 거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 불안, 주거 불안의 해소 방안이 부재한 ‘민생정책’이 민생 회복의 효과로 이어질 수 없다. 무엇보다 소득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과 임금 상승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주거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인 높은 집값과 공공주택 부족, 미비한 주거비 지원 등에 대한 근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둘째, 대기업·재벌 등의 기득권 부자 감세와 재정지원 확대는 양극화와 불평등만 심화시킬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는 집권 이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 정부의 과도한 세제 규제를 비판하며 ‘정상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조세 정의와 공평과세 차원에서 부과해야 할 세제까지 완화하는 것은 세제 정상화가 아닌 세제 특혜일 뿐이다. 이번 대책에도 시설·R&D 투자 촉진을 내세워 시설투자 임시투자 세액공제 1년 연장, 세액공제율 한시 상향 등의 세제 지원책과 High 5+첨단산업에 향후 3년간 150조 원+α 정책금융 공급 등의 재정지원책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를 언급하는 등 자산가들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정책까지 흔들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기업들의 투자 확대, 민생안정이라는 효과는 매우 회의적이고 독과점 체제를 공고히 함으로써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히려 지금의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자산가와 고소득자, 재벌 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데이터세 등 신 세원 발굴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민생복지 확대를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 등이 필요하다.

 셋째, 건설투자 활성화를 위한 과도한 규제 완화는 도시환경을 파괴하고 투기와 거품을 조장할 뿐이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같은 후진적인 대책도 문제다. 이번에도 건설투자를 활성화하겠다며 규제 특례를 설계하는 ‘기회발전특구 특례’ 이외 ‘도심융합특구’, ‘글로벌혁신특구’ 등 다양한 특구 제도 시행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기업도시, 규제프리존 등의 기존 정책이 제 역할보다는 특혜와 투기 조장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부처별 특구를 활성화하는 것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발부담금을 비수도권에 대해 한시적으로 100% 감면하는 것도 토지공개념의 일환인 개발이익환수제도를 훼손하는 것이다. 
 30년 된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것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콘크리트 수명은 보통 100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주거 공간이 아닌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어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이 이루어지면서 아파트 수명은 30년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거품 제거와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안겨 줄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역대 최악의 규제 완화책으로 거품을 떠받치려고만 하고 있다. 지금처럼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공정한 사업성 평가를 저해하여 불필요한 개발사업을 조장할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세대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SOC 사업에 대한 역대 최고 수준의 재정 조기 집행도 문제이다. SOC 사업의 경우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만연한 건설업의 성격상 기성비가 아닌 선금으로 지급될 경우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재정을 조기 집행하더라도 선금을 미리 받은 원·하도급업체가 부실한 경우 기존에 받은 선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경우 기성금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해 건설노동자 임금체불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크다. 건설경기 활성화가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재정 조기 집행이 아닌 모든 공공·민간 공사에 대한 원도급자 직접시공제 의무화가 더 중요하다.

 역대 선거 결과는 국민이 민생을 챙기지 않는 정부에 대해 매번 심판했고 더 이상의 기회를 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금의 위기에 대해 잘못된 진단을 하고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역대 정부의 과오를 윤 정부가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진짜 ‘민생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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