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특집(3)] 분양원가 공개 62개 항목 확대가 끝이 아니다

관리자
발행일 2018.11.27. 조회수 1367
칼럼

[월간경실련 2018년 11,12월호] 집값을 내릴 수 있을까?

분양원가 공개 62개 항목 확대가 끝이 아니다


 

최승섭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


 
내년 1월부터 공공택지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12개에서 2007년 수준 62개 항목으로 확대된다. 지난 2007년 4월 서울시를 시작으로 공공주택의 경우, 61개 항목의 분양원가가 공개되었지만 2012년 12개로 축소됐다. 12개가 공개되던 민간주택은 아예 공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분양가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보니(민간주택의 경우 불가능)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마구자비로 높여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경실련은 지속적으로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를 주장했고, 지난해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행규칙을 개정해 공공주택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부는 계획만 밝힐 뿐 규칙개정에 나서지 않았다. 국회에 법률 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였다. 관련 법은 지난해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1년동안 발목이 잡혀있다. 정부가 언제 될지 모르는 법률개정을 핑계로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이에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의원은 자신이 발의했던 분양원가 법안을 철회할테니 정부가 즉각 시행규칙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고, 김현미 장관이 규칙 개정을 약속한바 있다. 이에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분양원가공개 확대 법안을 발의했던 정동영 의원은 발의법안을 철회했고 시행규칙 개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 1월부터 공공주택이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실련은 김현미 장관이 약속 이후, 뒤늦게라도 분양원가공개 항목을 확대하는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분양원가공개는 실제공사비용 보다 많이 부풀려져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단순히 공개 항목 확대만 시행할 것이 아니라, 실제 공사비용 등이 반영된 상세한 분양원가공개가 시행되도록 규칙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개정 규칙에 설계와 도급내역을 포함한 공사원가 세부내역도 가공하지 않은 채 공개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이미 경기도는 이재명 도지사 취임이후 세부내역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 홈페이지 등에 상시 공개하고 있다.


짓지 않고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는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 공개되고 있는 12개 분양원가 공개 항목은 실제 공사비용을 기초로 한 분양원가가 아니다.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61개 항목으로 상세하게 공개했던 서울시 역시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었다. 이는 현재 분양원가 공개 제도가 실제 소요되는 공사비가 아니라 총사업비를 건설사별 산식에 따라 형식적으로 분류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분양(판매)가격을 사전에 결정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점에 설계내역과 도급공사 계약내역이 존재한다. 분양원가공개와 별도로 설계내역과 도급내역 등도 그대로 공개가 가능하다. 이미 경기도는 올해 9월부터 과거 3년, 10억 이상의 공공공사와 경기도시공사의 공공아파트 공사원가 등의 상세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공공주택의 공사비 내역은 건설업체의 영업상 비밀이 아니고, 감춰서는 안되는 정보임이 이미 소송을 통해 입증된바 있다. 2010년 경실련은 2002년 이후 서울시가 공개했던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상세내역(설계, 도급, 원청 하청 대비표 등)을 소송을 통해 받았었다. 당시 법원은 “SH공사의 설립취지에 비추어 보면, 공사비 내역서를 공개한다고 해서 원․하수급업체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로 보기 어려우며,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 참여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한바 있다.


분양원가공개만 제대로 되고 분양가 거품 뺄 수 있다

분양원가공개 제도만 제대로 작동되면 분양가 거품을 뺄 수 있다. 최근 강남 재건축은 5천만원에 육박하는 고분양으로 주변 시세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분양원가공개 항목만 몇 개 확대하고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검증이 불가능하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료(설계, 도급, 원청 하청 비교표 등)를 가공하지 말고 그대로 공개해야 분양가에 속임수는 없는지, 거품은 없는지 검증이 가능하다.

분양원가의 공개는 공급자 위주의 주택공급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개혁의 전환점이다. 62개 항목공개와 더불어 실제 공사원가 자료에 기초한 공사비원가 산정의 근거 자료까지 상세하게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 정부가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분양원가 공개 확대는 물론 설계와 도급내역 등 공사원가와 관련된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설령 정부가 하지 않더라도 지자체장의 권한으로도 가능하다. 이미 경기도가 이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남춘 인천시장 등 광역 지자체장들도 정부제도만 핑계대지 말고 시민들의 주거안정과 집값 거품 제거를 위해 중앙정부보다 더 시민을 위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 확대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로 한정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강남 재건축 등 민간아파트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정치권이 집값 안정과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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