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재벌과 물적자본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꿔 국회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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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5-31 조회수 30178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5,6월호][특집.22대 국회가 가야할 길(4)재벌개혁]

재벌과 물적자본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꿔
국회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권오인 경제정책팀 팀장

 오는 5월 30일이면 새로운 22대 국회가 개원한다. 21대 국회의 22대 총선 과정을 지켜본 국민으로서는 22대 국회가 21대 국회의 확장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21대 국회에서는 개혁성이 담긴 입법 활동보다는 재벌과 대기업, 고소득자와 고자산가 등 기득권층에 혜택이 가는 입법활동을 주로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로에 대한 비방과 편 가르기, 특권과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했고, 국가와 민생 경제의 발전을 위한 정책 논의는 거의 없었다.

 21대 국회의 임기(2020. 5. 30.~2024. 5. 29.)에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많은 변화와 변수들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경제는 악화되고, 내수와 직결된 민생 또한 바닥으로 추락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은 국제적인 곡물가격과 에너지가격 등을 상승시켰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우리 기업들을 어렵게 만들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금리인상은 우리 증시와 내수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경제적 상황 때문에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라는 말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면 법제도 개선 즉,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경제양극화와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개혁적인 법안들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금산분리 완화, 재정수입에 반하는 법인세 인하 및 공제 확대,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는 종합부동산세 완화, 부의 불평등과 세습을 가져올 상속 및 증여세 완화 등 우리 경제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법안 발의와 통과에 주력했다. 21대 국회 출범 당시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이라는 절대 의석수를 차지했음에도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22대 총선 결과 또 다시 21대 상황과 비슷한 여소야대가 되었지만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22대 국회 활동에 대한 정책적 방향과 수단이 담겨진 공약을 보면 포퓰리즘 개발정책이 난무하고, 재벌개혁과 같이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공약부터 재점검해야
 22대 총선은 유독 정책 경쟁이 없었다. 정당별 선거공약집도 본 선거를 10일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제시되었다. 그나마 제시된 공약도 재원조달 방안이나 구체적인 정책수단, 계획 등이 누락되어 실현가능성이 낮거나, 정책 진단도 제대로 되지 않고 급조되어 개혁성이 없었다. 기존에 나왔던 정책들을 포장만 바꾼 공약들도 난무했다.

 주요 정당들이 제시한 공약의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재벌개혁이 핵심 정책의제였던 기존 총선과는 달리 22대 총선은 관련 공약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특히 거대 양당은 재벌개혁 공약이 전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경제’를 핵심 경제정책 기조로 내세웠었고, 21대 총선에서는 공약집 ‘공정사회’ 분야에 관련 공약을 조금이라도 제시했었다. 국민의힘은 새누리당 시절 19대 총선에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고 순환출자 금지와 같은 개혁적 공약을 내세워 국회 과반의석 이상을 차지한 바 있다.

 다음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선심성 개발공약이 주를 이루었다. 경실련이 시사저널과 공동으로 조사 및 발표한 ‘22대 총선 개발공약 실태’를 보면 그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진보당 등 6개 정당이 제시한 개발공약수만 무려 2,239개나 되었다. 반면 재원 마련 방안과 계획을 제시한 후보는 28%에 그쳤다. 공약집에 공개한 재원만 합쳤을 때 최소 554조 원에 달했다. 재원을 비공개한 공약을 포함하면 수천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이 공약들을 지키기 위해 국회가 움직인다면 4년 임기 내내 대한민국 전체가 공사판이 될 수 있다. 불투명한 재원 조달 계획으로 인해 좌초되는 사업 역시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22대 국회 원내에 진출하는 각 정당은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을 놓고,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정책적 우선순위, 재원 마련 방안, 구체적 추진계획 등을 보완해야 한다. 특히 대다수 국회 의석을 차지할 거대 양당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와 같은 누락된 정책을 반드시 과제에 추가해야 한다.

22대 국회, 이것만은 제도화 해야
 경실련은 22대 총선 전인 3월 4일, 각 정당이 채택해야 할 44개 공약과 15대 핵심공약을 제안한 바 있다. 재벌개혁과 관련한 핵심공약은 크게 3개이다. 우선순위가 높다고 판단한 ▲재벌 출자구조개혁과 징벌배상 및 디스커버리제 도입, ▲재벌 황제경영 및 사익편취 근절을 위한 소수주주동의제 도입,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법인세와 상속세 등 세제개혁이다. 입법과제는 아니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RE100 클러스터와 분산형 전력망 도입’도 시급한 정책으로 제안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압축성장과 정부주도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가 이어오면서 재벌과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쏠림, 소득 및 자산양극화, 불평등과 불공정이 심화되었다. 2022년 기준 30대 재벌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당해 연도 명목 GDP 대비 108%이며, 동 기준 매출액은 77%에 육박한다. 최근 5년간(2018~2022)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수는 410건이고 과징금 부과 액수는 2조4057억 원이나 된다.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 임금의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으로 저탄소 또는 탈탄소로의 산업전환에 대한 이슈도 크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 정부는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자감세와 동일인 범위 축소와 경제형벌 완화 등의 친재벌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해 부작용이 더욱 심해졌다. 재정건전성을 내세우면서도 천문학적인 부자감세로 2023년 결산에서 56조 원이라는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따라서 22대 국회는 위에서 언급한 재벌개혁 과제를 반드시 입법화 또는 정책화하여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22대 국회, 정쟁 말고 정책토론과 대안 제시의 장이 되어야 
 앞서도 지적했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경제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는 물론, 성장 동력이 미약하다. 정치·사회적 갈등도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2대 국회가 재벌·대기업 규제 완화와 토건 사업 추진 등에 매진한다면 우리 국가와 경제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다. 이제라도 정쟁은 지양하고 국가적으로 시급한 정책과제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거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자회사 법인세 익금불산입 등 완화된 조세제도를 정상화시켜 복지지출 등 늘어나는 재정지출을 감당할 세수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재벌개혁 과제 외에도 RE100과 탄소중립, 저출생 극복,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와 연금개혁, 선거제와 권력기관 개혁,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 관피아와 전권특혜 근절, 식량주권 강화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재벌과 물적자본 중심의 잘못된 경제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국회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국민과 유권자에게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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