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거품을 빼자] 종교단체 민원에 ‘노선 변경’

관리자
발행일 2006.01.24. 조회수 2400
부동산

 


민자고속도로 건설과정에서 종교단체의 민원 때문에 기존 설계를 변경, 우회하는 바람에 예산이 낭비된 사례도 있다.


서울~춘천간 민자고속도로 가평구간에서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통일교)의 민원으로 노선이 변경된 것이다.
 
24일 관련 지자체인 강원도와 서울~춘천고속도로(주)의 관계자 등은 “통일교측이 가평군 송산리 일대를 지나는 노선을 교회 성지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변경해 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었다”면서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2004년 일부 노선을 변경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송산리내 다른 구간에서 통일교회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노선변경이 이뤄졌다”면서 “노선변경으로 이곳에서만 사업비가 1백20억원 증가했으나 전체적으로는 노선을 정비해 총사업비는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계변경으로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며 민자도로 건설 무효소송을 낸 함형욱씨는 당시 강원도지사로부터 “통일교측의 민원을 받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했다”는 질의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는 “당시 지상도로를 지하화하거나 옹벽설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내 땅(편의시설 부지)에 줄을 긋고 길이 나는 것을 제고해 달라는 정당한 요구였고, 정부도 타당성을 인정하여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건설업자는 종교단체의 민원을 들어주기 위해 불필요한 사업비를 쓰는 바람에 국고를 낭비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또 당초 제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부실한 설계로 쓸데없는 비용을 지출한 셈이다.


한편 팔당 상류지역인 송산리 일대는 2003년부터 통일교 재단이 수백만평의 부지에 박물관, 신학대학원, 병원, 기도원, 유치원 등 관련 시설들을 건설한 지역이다. 건설 당시 문화재 및 환경 관련법을 엄격히 지키지 않은 의혹이 제기됐고, 난개발 논란으로 환경단체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종교단체 봐주고 개인재산권 침해” 
 
“통일교 민원으로 노선이 바뀌면서 내 땅을 수용한다니 억울했죠. 막강한 종교단체 민원은 들어주고 개인의 재산권은 침해해도 괜찮다는 건지. 그런데 소송을 준비하면서 민자도로의 문제점을 알게 됐죠. 정부가 직접 건설해도 될 것을 혈세를 기업에 퍼주고 있는 겁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민원인이던 함형욱씨(43·경기 안양). 그러나 민자사업의 문제점을 알고 난 뒤 “정부가 한점 부끄럼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면 보상금도 받지 않고 국가에 땅을 헌납하겠다”고 말했다.


함씨는 2004년 8월 경기 가평군 송산리 땅 1만6천평중 4,300평을 민자고속도로로 수용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40년생 울창한 잣나무 숲의 허리를 관통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감사결과, 건설업체는 교통량을 부풀려 사업을 따내고 완공 후에는 비싼 통행료와 최소 운영수입까지 보장받아요. 그러면 공무원들이 나서서 이를 막아야죠.”


이에 대해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민자사업체 관계자는 “함씨 땅은 원래 기본계획부터 포함되어 있었다”면서 “국가에서 승인한 기간시설 사업을 민원인이 개인 사정 때문에 무효화하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실련-경향신문 공동기획 l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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