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 독립은 군사법제도 정상화의 핵심이다.
1.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이하 사개위)는 지난 29일 전체회의에서 군사재판의 공정성 강화와 군검찰 독립, 징계영창제도의 적법성심사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군사법제도 개선안'을 압도적 다수의견으로 확정했다. <경실련>은 이번 사개위의 확정안에 대하여 환영과 지지를 표하며, 아울러 내년도에 구성될 대통령 산하 사법개혁추진기구에서 세부적인 추진계획이 수립되고 국회에서 원만히 입법화되기를 바란다.
2. 이번 사개위 개선안은 그 동안 시민사회가 주장해왔던 군사법제도 개혁안의 내용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즉 위헌적 요소로 지적되었던 '관할관 확인조치권'(재판 직후 지휘관에 의한 자의적 감형권한 행사)의 폐지, 계급과 청탁으로 군판사의 판결을 압도해왔던 '심판관 제도'(지휘관이 임명한 非법무병과 장교의 재판진행)의 폐지, 그리고 일선 군 검찰조직을 국방부 직속으로 통합하여 소속 부대장의 지시와 감독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내용이 그것이다.
또한 군검찰에게 헌병 등 군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부여함으로써 군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상호 견제를 통한 권력남용의 억제를 도모하고 있다. 나아가 중대장 명령으로 처분되던 영창구금을 개선하여 '인권담당법무관'에 의한 징계 적법성 심사를 도입하고, 항고시 집행을 정지하도록 한 것은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사안이라 하겠다. 특히 군판사 및 군검찰 독립과 관련된 내용은 군사법제도의 정상화(正常化)를 위한 핵심적인 사안들로 평가한다. 물론 외부 감찰위원회 구성 등 군검찰의 중립성 확보방안이 미흡하며, 이외에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 문제, 국선변호인의 수사 입회, 기무부대의 위상재정립, 지휘관의 과도한 연대책임 해소대책 등 추가검토가 필요한 사항도 있으나 앞으로 법제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논의될 것으로 본다.
3. 한편 군 수뇌부 일각에서 사개위 안에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에 나오고 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논거로 들고 있는 것이 군 특수성과 지휘권 약화 우려다. 하지만 군 특수성 문제는 특수법원 사례와 같이 재판에 필요한 군사적 전문지식을 군사법원이 지휘관 등의 의견서를 받아 판결에 참고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살인사건 피의자를 옹호하거나 국고횡령 혐의자의 비리를 축소 은폐하는 것이 군 전투력 유지의 명분이 될 수 있을까. 심지어 지휘권 유지라는 미명아래 음주운전 한 부하장교에 대해 '사면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는 명백히 정실일 뿐 지휘권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2001년과 2002년 군형사사건 510건 중 451건에 대해 1/2 이상의 감형이 이뤄졌으며, 작년의 근무지원단 비리사건이나 올해 육군복지단 상납사건 때에도 연루된 장성들은 모두 기소유예 내지 무혐의로 처리되었다.
실로 국민의 법감정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군 고위간부들의 사법의식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군대의 부패와 비리가 방치될 때 군 사기는 떨어지고, 인치가 군법을 유린할 때 군 기강은 더욱 해이해진다. 결코 군 사법권을 지휘관이 갖고 있다고 지휘권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며, 군기 확립이 목적이라면 징계권과 인사권만으로도 충분하다. 나아가 준엄한 사법적 질서에 의해 병영이 운영될 때, 엄정한 군 기강 확립은 물론 지휘권도 존중받을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4. 현재 우리사회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백지신탁제도의 도입 등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과 도덕성 제고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군은 이 같은 사회적 발전 흐름과 동떨어져 홀로 치외법권의 성역으로 계속 남고자 하는 듯 보인다. 그 동안 우리 군은 군장비 납품비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논란, 군대 의문사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 끊이지 않는 병역비리와 수사기관의 부패문제, 뇌물상납에 의한 진급 관행 등 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인권사각지대로 지탄받아 왔다. <경실련>은 더 이상 군이 사회변화에 뒤쳐져서 마지못해 끌려오는 것이 아니라, 군 스스로 앞장서서 군사법제도 개혁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경실련>은 우리 군이 이번 사개위의 군사법제도 개선안을 계기로 과감한 자정과 자기쇄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진정 민주화된 자랑스런 군대, 시민과 함께 가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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