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사람들] "출범 첫 해, 공약 후퇴시 강도 높은 목소리내야"

관리자
발행일 2013.04.09. 조회수 1293
스토리



"출범 첫 해, 공약 후퇴시 강도 높은 목소
리내야"

        채원호 신임 정책위원장을 만나

안세영 회원홍보팀 간사

sy@ccej.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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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 새 대통령이 취임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도 새 리더쉽이 섰다. 새롭게 정책위원장을 맡은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러 화두와 담론이 혼재한 지난해, 고전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기인존 즉기정거, 기인망 즉기정식(其人存 則其政擧, 其人亡 則其政息)’은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정치는 흥할 것이고, 그런 사람이 없으면 그 정치는 쇠락하고 말 것이라는 공자의 말이다. ‘인치’는 전근대적이고, ‘법치’는 근대적인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이야기이다. 중국에서 법치는 전제정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사용됐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고, 도덕적인 각성을 중심으로 하는 인치가 훨씬 더 유연하고 좋은 정치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 논리가 아닌 삶의 질 향상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은 ‘인치’를 통해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가. 채원호 정책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았다.

 

Q. 경실련과 첫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A. 2000년 봄 무렵, 한국행정학회에서 김태룡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로부터 경실련 운동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김태룡 교수는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장으로 활동 중이었는데 전국 230개 기초지자체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 발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Q. 어느덧 14년째이다. 경실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 

A. 지방자치를 전공했기 때문에, 정부개혁과 관련된 활동이 가장 보람 있고 기억에 남는다. 특히 공공기관에 정부공개를 청구했을 경우 해당 부서에서 정보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공개 혹은 미공개 결정에 대해 청구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정보공개심의회’가 열린다. 하지만 제대로 서면심의 조차 실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전 정부부처의 정보공개심의회 현황을 조사하고 발표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도 2년간 13개 정부부처의 정보공개심의회 활동을 분석,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안다. 96년 정보공개청구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 투명성, 반부패에 있어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경실련에서 94년부터 입법운동을 진행해서 제정됐고, 전 부처의 정보공개심의회를 조사, 발표한 사례도 경실련이 처음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본다.

      

Q. 올해 경실련이 가장 집중해야할 활동은 무엇인가? 

A. 우리 사회의 ‘사다리’가 없어지고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산업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사실 경제민주화와 양극화를 먼저 해소할 때 사회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없어진 사다리를 복원하고 모두에게 기회가 공정하게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경제정의이자, 사회정의라고 생각한다.

  

Q. 정치인들 얘기가 나온 김에, 정치개혁을 위해 경실련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가장 큰 현안이 정치개혁인데, 개혁의 대상인 정치인들의 의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기득권을 소유한 세력에 개혁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시민단체와 같은 외부세력이 압력을 가하거나 야당이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지만 보통 야당의 경우도 적당히 타협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지방자치를 활성화해 각 지역에 맞는 새로운 리더쉽이 출현해야 한다. 비례대표의 몫을 늘리고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한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주민 스스로가 지역주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를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Q.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경실련에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A.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소통을 하는데 있어서는 상대방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충분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은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문제라는 것을 제시해줬으면 한다. 이를 위해 이슈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짧고 간결하게 전달하여 벽을 허무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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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스로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은가? 

A. 고등학교 시절 ‘장학퀴즈’에 나갔었는데, 사회자가 좌우명을 물었을 때 ‘중용을 지키며 정직하게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지난 해 논어와 같은 고전을 탐독했다. 고전에서는 ‘중용’을 고정돼있는 좌우의 수치적 중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양극단의 논리를 수용하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대안을 찾고자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앞서 얘기했듯이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이 시점에서 중용을 추구한다면 ‘좌클릭’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Q. 정책위원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새 정부 출범 후 첫 해이기 때문에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후퇴할 경우 강도 높게 공약 이행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어중간하게 타협하기보다는 분명하고 제대로 된 논리로 사회를 환기시키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경실련이 지속적으로 운동하려면, 내실을 다져야하고 기초적인 토대가 잘 마련돼야 하는데, 상근활동가 처우 문제를 포함해 취약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함께 고민하면서 조금씩 개선해야지만 지속가능하고 탄탄하게 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원화된 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갖고 상근활동가와 발런티어 그룹과의 소통에도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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