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 정보는 민주주의의 통화,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의 산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관리자
발행일 2019.07.24. 조회수 1548
칼럼

[월간경실련 2019 7,8월호]

정보는 민주주의의 통화,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의 산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윤순철 사무총장



요즘은 정부가 국민에게 나랏일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는 20세기 시민들이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한 지난 투쟁의 성과다. 1948년 12월 10일 공표된 ‘세계인권선언’에서 “모든 사람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이러한 권리는 간섭 없이 의견을 가질 자유와 국경에 관계없이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도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얻으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정보에 대한 인간의 자유를 처음으로 명시한 이후 세계 100여 개 국가는 정보공개법 또는 정보 자유법으로 공공기관의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최초, 세계에서 21번째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1996)’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1980년 국가보위입법위원회에서 제정한 ‘언론기본법’에서 공공기관이 언론에 공익사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최초로 규정하였지만, 공개거부 사유를 넓게 정하여 오히려 비밀보호법이 되었다. 결국 이 법에 의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거나 국가 등이 언론에 정보를 제공한 사례도 없이 1987년 11월 폐지되었다. 그리고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된 후 청주시의회가 최초로 공공기관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행정정보를 공개하도록 ‘청주시 행정정보공개조례’를 제정하자, 청주시장은 대법원에 조례 무효 소송을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정보공개제도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례안이 국가위임사무가 아닌 자치사무 등에 관한 정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입법 미비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적인 조례제정권의 행사를 가로막을 수 없다”고 판결하여 조례가 제정되었고, 법률 제정의 길을 열었다. 정보공개법 제정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김영삼 정부는 1995년 7월 정보공개법안의 입법예고까지 하였으나 관료조직의 강력한 저항으로 국무회의에 상정조차 못하다가 입법예고안 보다도 훨씬 후퇴한 내용으로 1996년 국회에 제출하여 법률로 제정되었다.
경실련은 정보공개법 제정에 적잖은 노력을 하였는데, 1993년에 정보공개법 제정청원, 1994년 행정정보공개지침(국무총리훈령288호)이 발표되자 상공자원부와 재무부에 전기요금계산 근거자료, 마을버스 허가 지침, 장기원전입지의 안정적 확보방안 연구보고서, 전국 폐수 배출원 조사결과보고 등을 통해 처음으로 정보공개청구를 개시 운동을 추진하였고, 1995년에 정보공개법 제정 토론회, 1996년에 정보공개법 제정 방향 토론회를 개최하여 여론을 조성하였고, 1996년에 두 번째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행정민주화를 위한 정보공개법 제정을 청원하여 정보공개법 제정에 힘을 실었다. 경실련처럼 권력 감시를 주요 의제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은 행정 정보가 실사구시적 현안 분석의 기초이고 동력이다. 그렇기에 경실련은 지금까지 수많은 정보공개청구와 거부의 줄다리기 게임을 하였고, 정부의 공개거부에 수차례 소송으로 정보를 받아내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경실련의 부동산 관련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 처분하였다. 하나는 지난 10년간 시도별 표준지와 표준단독주택 시세반영률, 2019년 표준지 및 표준단독주택 시세반영률에 대한 산출근거 요구이고 또 하나는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기본형 건축비 산정 근거공개였다. 이 자료들은 부동산 정책의 기초자료이고 서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정부는 표준지의 시세반영률을 64.8%로 설명하였으나 경실련이 조사해보니 아파트 용지는 38%, 재벌빌딩은 29%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토지 가격 비중으로 상업 및 아파트 토지가 상당 부분인데 너무 큰 차이에 정부의 산정 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시민들은 이 자료에 따라 60여 가지의 세금과 공과금을 납부하는데, 정부는 근거 자료의 공개를 거부하였다. 이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불공평성 논란은 물론 정부 불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기본형 건축비’ 산정근거의 비공개 처분은 더 황당하다. 2005년 이전까지는 표준건축비만 있었으나,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표준건축비를 임대주택용으로 정하고 새로 분양아파트용 ‘기본형 건축비’를 만들었다. 2005년 288만원이던 기본형건축비가 노무비와 자재비 인상을 명목으로 연평균 5%씩 올려 2019년에는 644만원으로 상승하였다. 같은 기간 표준건축비 342만원에 비하면 1.8배를 정부가 인상시킨 것이다. 건설현장에 인건비가 낮은 외국인 노동자가 70%이고, 철강 및 자재도 중국산 등 저가자재를 많이 사용하여 건축비 인상의 요인이 거의 없을 것 같은 데 정부는 건축비를 계속 인상시켰다. 그 때문에 정부의 건축비가 분양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의혹이 있었다. 올 3월 경실련의 정보공개청구에 국토교통부는 “기본형 건축비의 상세 내역을 공개할 시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업무에 방해가 된다”며 비공개했다. 경실련이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부도 기본형 건축비의 기준인 설계도면과 시방서가 없다고 한다. 정부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2012년 건축비 연구용역으로 책정한 기본형 건축비에 공사비지수만 적용해 매년 기본형 건축비를 발표한 것이다.
공공정보의 공개는 정부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권리에 기반하고, 정부는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정부의 정보공개는 행정의 신뢰 및 정당성 향상과 부패 감소의 역할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보공개법 전면개정으로 국민과 정보 공유하는 열린 정부”를 공약했고 수차례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요지부동이다. 정보는 민주주의의 통화(현금)요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의 산소라 한다. 정보를 감출수록 의혹은 불어나고 불신은 커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교통부의 전향적 개선을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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