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지웅 시민입법위원장 인터뷰

관리자
발행일 2022.02.21. 조회수 8094
스토리

“고개 끄덕일만한 상식의 나라로”


-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인터뷰 -


글 김민준 청년서포터즈 인터뷰/칼럼팀


지난 2월 11일 오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인근의 법률사무소 정(正) 사무실에서 정지웅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 변호사는 정치 사법 등 분야의 대안 정책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 변호사가 강조한 가치는 ‘보편 상식’이었습니다. 다음은 정지웅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입니다.





Q. 시민입법위원회에서 제시해온 주요 과제는

A. 계층, 학력 등과 관계없이 구성원이라면 누구든지 수긍할만한 보편 상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식이 공유된 다음에야 정의와 공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상식에 따라 운영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시민입법위원회의 입장입니다. 가령, 같은 죄를 지어도 다르게 처벌받는다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법 영역에 관하여 줄곧 전관예우 방지를 주장해왔습니다. 선임하는 변호사의 지위와 권력에 의해 판결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왜곡과 굴절 없는 투명한 정치와 사법제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시민입법위원회의 궁극적인 지향입니다.

Q. 시민입법위원회의 제안을 반영한 공약이 있는가.

A. 우리 시민입법위원회에서는 ▲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공직퇴임 변호사 수임제한 기간 3년으로 연장 ▲ 사법부 투명성과 시민참여 강화 ▲ 법원 인사 개혁 ▲ 검찰의 중립성 강화 등을 말해왔습니다. 지금까지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살펴보면, 시민입법위원회의 개혁 과제가 반영됐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정책 공약집도 나오지 않아 세부 사안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을 확인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도리어 단편적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권력다툼과 적폐청산 등의 논의로만 흘러가는 현재의 대선 국면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Q.1차 TV토론에서 각 사회 현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는데

A. 토론회가 있었다지만 건설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모름지기 대선후보 토론이라면, 후보가 어떻게 국가를 운영할 것인지 지평과 시선을 갖추고 본인의 철학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비전 없이 편협한 전술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느 특정 후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정 이슈에 대해 집요하게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거나, 상대 후보의 무지를 들춰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거대 담론이 실종되고 기교만 돋보였던 자리여서 아쉽습니다. 앞으로의 토론에서는 지금보다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Q. 정권 교체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A. 정의로움이라는 가치를 독점했기 때문입니다. 자기 진영을 선으로, 상대 진영을 악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태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반영한 정책보다는 이념 지향적인 정책이 앞섰습니다. 과거의 처방으로 오늘의 환자를 치료하려는 꼴이며, 꼬리를 잡고 몸통을 흔드는 격입니다.
물론 현 정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야당이 집권했던 지난 정부도 유사했습니다. 기존의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고 이념 지향적인 정책들로 대체하려 했습니다. 일례로 세월호 사건을 수습한다는 명목으로 해양경찰을 해체하기도 했습니다. 문제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한 셈입니다. 이제는 이념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정부가 필요합니다.

Q.정권 교체 여론이 야당 측 지지율에 오롯이 반영되지 않았다.

A. 후보자 요인이 가장 클 것입니다. ‘120시간 노동해야 한다, 불량식품도 사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 많은 실언을 쏟아냈습니다. 국민으로서는 과연 수권했을 때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게 됩니다. 국민의힘 역시 집권당으로서 제 기능을 적절하게 수행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회의가 있습니다. 경제 정의와 공정 담론과 같이 사회를 관통하는 국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야당의 지지율이 정권 교체 여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이번 대선에 대해 총평하자면

A. 누군가는 이번 대선을 두고, 어느 후보를 뽑아도 한국이 좌초될 거라며 최악의 선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한 산업 구조 변화, 국가 안보와 외교 등 문제를 유기적이고 혁신적으로 풀어낼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이미 문화와 기술 등 다방면에서 이미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차기 대통령은 이 동력을 모아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유권자 개개인이 각자의 소신에 근거해 투표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바라는 사회의 모습을 5글자로 표현한다면

A. 상식과 합리. 두 가치를 바로 세우고 최소한의 합의를 모색해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Q. 상식과 합리가 통용되는 사회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A.청년이 정치해야 합니다. 현재 정치 권력은 여야 가릴 것 없이 586세대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권력이 정체되면 특권이 되고, 이 과정에서 상식이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이 필요하며 청년이 그 주체가 돼야 합니다. 2030세대는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뒤 성장한 최초의 세대입니다. 합리성과 보편 상식에 있어 기성세대보다 높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2030의 시선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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