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축하의 글] 월간 경실련 지령 200호를 맞이하며

회원미디어팀
발행일 2024-07-29 조회수 36830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7,8월호][특집.월간경실련 200번째 이야기(2)]

월간 경실련 지령 200호를 맞이하며

류중석 공동대표(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시간은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흘러가지만, 사람들은 시간을 끊어서 돌잔치를 하고 생일을 기억하고 환갑을 기념합니다. 이러한 머무름의 시간은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서 반성하고 더 나은 앞날을 계획하기 위해서 만든 지혜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1997년 11월에 창간되어 경실련의 이념과 활동을 전하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투명한 사회,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소임을 다해온 「월간 경실련」이 200호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200호를 발간하기까지 기사 기획, 필진 섭외, 원고 교정 등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해주신 기획위원님들과 편집진 및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검색하지 말고 질문하세요”라는 챗GPT의 시대에 종이로 발간하는 기관지가 무슨 소용이냐고 디지털 세대는 말하겠지만 매월 집에서 받아보는 종이 잡지에는 설렘과 기다림의 미학이 숨어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세상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터넷과 SNS를 잘 활용해야겠지만 진중하게 이슈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데는 종이 잡지만한 것이 없습니다.

 200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이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합니다. 지난 35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외치고 투쟁하면서 이룩하려고 했던 정의로운 사회는 아직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정치는 여전히 네 탓만을 하고 있으며, 경제는 미래를 위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사회는 여전히 불공정과 불평등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도 잠시 시간을 끊어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반성과 성찰을 통하여 앞으로 경실련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대 로마의 원로원에서는 발언하기 전에 자신이 과거에 잘못했던 점을 세 가지 말하고 나서 자신의 발언을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내로남불 하는 것을 탓하기 전에 월간 경실련이 사회의 이슈를 제대로 발굴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데 얼마나 기여해 왔는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회원들과 의사소통하는 창구의 역할, 지속 가능한 시민 운동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 사회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함께 바꾸어 나가자고 설득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돌이켜봐야 합니다.

 온라인 기사와 평론은 즉시성이 생명이지만 오프라인 종이 잡지는 심오한 분석과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 생명입니다. 회원들에게는 경실련의 운동 방향과 성과를 소상하게 알려서 회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도록 하고, 비회원이지만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 관심이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함께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월간 경실련이 막중한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지령 200호를 계기로 인공지능 시대에 종이 잡지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MZ세대를 넘어 알파 세대까지도 포용하면서 월간 경실련의 존재가치를 높여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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