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지구당 부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정치입법팀
발행일 2024-08-13 조회수 25607
정치

지구당 부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 지역정당 설립요건 완화 등 기득권 정치체제부터 우선 개혁해야

  • 현역 국회의원의 시도당위원장 및 당협위원장 겸직 금지 등 권력 집중 해소가 선행되어야

 

최근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치권 내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 여야 대표들은 지구당 폐지 이후 당원 관리에 어려움이 있음을 지적하고, 원내 국회의원이 있는 당협위원회와 그렇지 않은 당협위원회 간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지구당 부활을 통해 원외 위원장들도 사무실을 운영하고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경실련은 지구당 부활이 중앙당의 지지 세력을 규합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과 부정한 정치자금 유입의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는 바이다.

 

지구당 부활의 주된 명분은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이다. 2004년 지구당 폐지 이후 정당들이 당원 관리와 지역 밀착형 정치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구당 부활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특히 현재 시도당과 당협위원회조차 효과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어, 추가 조직의 설립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원내 국회의원이 있는 당협위원회와 없는 당협위원회 간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다. 원내 국회의원이 지역구에 사무소를 두고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이는 당협위원장의 역할과 별개의 문제이다. 따라서 원내 국회의원이 있는 당협위원회와 없는 당협위원회 간의 형평성 문제는 사실 원내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을 겸직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이며, 지구당의 부재와는 별개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해법은 원내 국회의원의 당협위원장 겸직 금지에서 찾아야 하지, 지구당 부활에서 찾아선 안 된다.

 

지구당 부활은 다음의 몇가지 우려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지구당 부활이 중앙당의 지지 세력을 규합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현재 각 정당은 중앙당이 지방선거에서 공천권 행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도당과 당협위원회를 통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현역 국회의원이 시도당위원장 및 당협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조직을 관리하는 현재 상황에서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구당 부활은 중앙당의 지지 세력 규합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둘째, 과거 지구당 운영 시 발생했던 부정자금 유입 및 정치자금 남용이 반복될 위험이 높다. 2002년 차떼기 사건 이후로도 선거 전후로 부정한 정치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중앙당의 정치자금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도당에서 정치자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가 더욱 부족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토호 세력이 지구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가질 수 있다. 현재 시도당과 당협위원회의 운영이 이미 비효율적인 상황에서 지구당 부활은 중복된 행정 비용을 초래하고 자금 사용의 효율성을 더욱 저하시킬 수 있다. 거대 양당 외에 다른 소수 정당들이 지구당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거대 정당의 필요성 때문에 지구당을 만들 때 수반되는 행정비용은 너무 크다.

 

따라서 정치권은 지구당 부활을 논하기에 앞서 정당법을 개정하여 더 많은 지역 정당들이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개혁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지구당 부활은 거대 양당이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및 장악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현역 국회의원의 시도당위원장 및 당협위원장 겸직 금지와 같은 권력 집중 해소가 필요하다. 현역 국회의원이 지역구민을 대표하는 것과 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이 지역에서 조직을 관리하는 것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현역 국회의원이 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지역구 사무소를 조직관리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국회의원의 역할 수행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의 가능성도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의 역할을 분리하고 권력을 분산시켜 다양한 인물의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24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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