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 공화국’인가_박상기 경실련 중앙위 의장(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관리자
발행일 2013.11.29. 조회수 541
칼럼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린다. 재외 국민들의 시위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국회의원까지 나왔다. 오만하고 적나라한 권력이다. 여당은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 걱정이다.



박상기 경실련 중앙위 의장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사회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린다. 권력에 의한 국민 감시, 민주주의의 약화가 국민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먼저 역사를 수정하려 든다. 뉴라이트 계열의 주장대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교과서를 새로 쓰고 이것이 올바른 한국 역사라고 가르칠 모양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와 여당은 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 체제로 바꾸려 시도 중이다. 어린 학생들부터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책으로 교육하겠다는 속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집권층의 마음에 드는 관제 역사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일본을 향해 역사 왜곡을 중단하라고 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권력의 오만함 역시 도를 넘고 있다. 대통령의 유럽 방문 기간 중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재외 국민들의 시위까지도 법무부를 시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위협하는 국회의원이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기보다는 소름이 끼친다. 시위대를 향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했을 뿐 아니라, 이를 보며 방관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시위대의 배후를 두고 한 말이었다고 변명하지만 배후론 역시 많이 들어본 공격 방법이다. 반북과 종북 세력으로 이분화하더니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과 비국민으로 나누는 모양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해야 할까.

서른다섯 살 나이에 나치의 선전장관이 된 괴벨스는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국민들은 일치단결하여 사고하고, 일치단결하여 반응하며, 정부에 적극 동조하고 복무하여야 한다”라고 자신의 목표를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국민을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역할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 사상적으로 오염되지 않도록 대내 심리전을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들 사상을 군 장성들이 생각하는 대로 일렬종대로 정렬시키기 위해 군의 후견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그의 말대로라면 국민은 어느새 후견인이 필요한 한정치산자가 되고 말았다.

현재 대한민국의 권력기관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정당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산할 수 있다는 경고를 쏟아낸다. 집권층에 불리한 사건을 파고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검사도 쫓아내거나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 대한민국이 곧 전복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찌 그리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서둘렀는지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국정원과 경찰, 군 사이버사령부, 심지어 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조직적 개입은 없었으며 개인적 일탈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적나라한 권력의 모습이 보인다. 비판적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너진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고 민주적 가치들을 획득하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다. 용공 조작과 고문으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하여 수십 년이 지난 근래에야 이루어지고 있는 재심 재판은 그 생생한 예이다. 최근 이러한 상황을 염려해 정계와 종교계 및 시민사회 인사 등이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재야인사’라고 부르지만 않을 뿐 마치 1970, 1980년대로 시대가 회귀한 느낌이다.

군 장성과 검찰 출신이 권력의 핵심 장악, ‘육법당’ 연상케 해

지금 청와대 등 권력의 핵심은 군 장성이나 검찰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전두환 시절 민정당을 ‘육법당’이라고 불렀던 것이 연상된다. 정부 인사는 재활용 인사라고 부를 만큼 창조는커녕 새로운 사회 현실에 맞지 않는 구시대 인물들로 채워졌다. 젊은 시절의 경험은 개인의 사고와 가치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불행하게도 지금 권력 핵심에 있는 인물들은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형성하는 것과는 아주 먼 곳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직업상 불가피하지만 검찰과 군 출신은 피의자와 상관 및 부하만을 상대했던, 명령과 복종만이 작동하는 조직에서 일생을 보낸 사람들이다. 어느 국민도 털면 뭔가 나오기 마련인 피의자로 보일 수 있고,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부하로 보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의중과 심기를 관찰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으로 보인다. 이런 시간이 앞으로 2년쯤 지난 뒤에나 서서히 움직여볼까, 지금은 바짝 엎드려 있는 것이 보신에 좋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사이에 민주주의적 가치는 어떻게 지켜내고 민생은 누가 살필 것인지 걱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in> 이 기사는 2013년 11월 25일 시사in에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