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와 사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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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5.27. 조회수 6957
칼럼

[월간경실련 2021년 5,6월호-시사포커스(2)]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와 사면론


오세형 경제정책국 팀장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누기 좋아한다. 참여한 술자리에서도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주요 이슈는 물론 삶의 고깃고깃한 부분까지 떠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종종 옆 테이블의 이야기를 귀동냥할 때도 있는데, 재벌 총수를 걱정하며 나라 걱정하는 이야기는 내 마음을 슬프게 만들곤 한다.

최초의 조그만 기업을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키워내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총수’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성장, 번영, 평화에 대통령의 역할만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것처럼 당연히 개별 기업의 발전도 총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그 기업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이 견인한 것이다. 그러니 제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총수’ 승계를 위한 각 종의 개인적 범죄와 정경유착에 대한 최소한의 법의 단죄를 기업인 삼성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멈추었으면 한다.

올해 1월 18일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징역 2년 6월의 실형 선고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가져온 국정농단 정경유착 사건의 최종적인 판단이었다. 과거 거세게 비판했던, 3·5 법칙(재벌 총수 등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해서 결국 집행유예가 선고된다는 법칙)이 적용되지 않고, 실형이 선고되기는 했지만, 횡령과 뇌물의 액수 등에 비추어 턱없이 작은 수준의 형량을 받았을 뿐이었다. 재벌의 사익 편취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의 결탁은 더 이상 용인되지 않을 것임을 알리기엔 부족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그래도 집행유예 안 나온 것이 어디냐며 그나마 사법정의가 세워진 것이라고 위안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4월 28일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망에 따른 이재용 부회장 일가의 상속세 납부 방안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세간에는 상속세 규모가 어떻다저떻다며 말이 많았지만, 상속세법은 상속세율을 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전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차명재산 관련하여 사회헌납을 약속한 바 있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 상속세 납부 방안의 사회공헌은 그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국민이라면 지켜야 할 상속세 납부와 본인의 차명재산 관련 형사사건과 그에 대한 반성의 과정에서 공언한 사회헌납은 당연한 것이어야 함에도 언론은 ‘통 큰 기부’ 표현에 여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어마어마한 문화·미술품의 기증 자체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러나 상속세의 문화미술품 물납제도 도입을 위한 여론몰이서부터 본다면 결국 조금이라도 상속세를 줄여보려는 의도가 컸던 것이지, 정말 소중한 문화·미술품을 국민들이 향유하게 할 마음이 컸던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더욱이 그 소장품들은 구입한 재원도 여전히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이건희 회장의 사망으로 규명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이처럼 상속세 납부와 사회공헌 등을 과도하게 이용하여 사면여론 조성에 악용해서는 안 된다. 경제 5단체, 종교계, 언론계를 막론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론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백신대사’, ‘반도체대사’를 언급하며 끊임없이 사면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상식적인 모습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아이들에게 잔혹하고 비정한 친부모나 양부모의 행위나 어린이와 여성이나 노약자에 행해지는 묻지마 폭행 등에는 그나마 시민들의 공적 분노가 끝없이 타오르는 듯한데, 개별적이고 개인적 폭행을 넘어 더 큰 사회적 병폐와 불공정을 만들어내는 중대한 경제범죄 행위자에겐 어째서 하해와 같은 자비로운 마음을 베풀고자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순간 내가 이재용 부회장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 생각해 본다. 주어진 형기를 제대로 마치고 복귀해서 새로운 나의 삼성을 이끌어가고 싶을지,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데 떠밀리듯 사면을 받아 부담을 안고 가고 싶을지 말이다. 형량을 단, 하루라도 줄이기 위해 무슨 방법이라도 쓰고 싶은 마음도 얼핏 이해는 되지만, 부디 더 크게 보고 현명한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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