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8.8 부동산 대책, 국민주거안정 정책이 맞는지 대통령실에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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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9-26 조회수 9257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9,10월호][시사포커스(2)]

8.8 부동산 대책, 국민주거안정 정책이 맞는지

대통령실에 물어봤습니다

정택수 부동산국책사업팀 팀장

 지난 8월 8일,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명목으로 “국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이하 8.8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서울·수도권에 42만 7천호 이상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하며, 빌라 등 비아파트 신축매입임대를 11만호 이상, 특히 서울의 경우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신축매입임대를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경실련 분석결과 8.8대책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집값 상승을 자극하고 환경파괴와 지역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됐습니다. 경실련은 정부가 진정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8.8대책을 발표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자 8월 14일경 윤석열 대통령 앞으로 공개질의서를 등기우편을 통해 발송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공개질의서를 국토부로 이관했으며, 국토부는 답변회신 요청일인 9월 5일경 답변서를 보내왔습니다. 공개질의의 내용과 이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벌어진 집값 하락의 원인과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을 각각 무엇으로 파악하고 있냐는 것입니다. 답변서는 대선 전후 집값 하락 원인은 고금리, 유동성 축소 등 거시여건 변화와 시장 과열기에 도입되었던 과도한 규제 정상화 추진 결과라 밝히고 있습니다. 최근 벌어진 집값 상승의 원인은 전세 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쏠림 현상, 금리인하 기대,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합니다. 

 답변서에서 보듯, 정부는 집값 상승 원인을 공급부족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임 정부의 대규모 공급정책인 3기 신도시 개발, 2.4대책(4년간 83만호 공급) 등이 실행조차 되지 않았는데도 집값 하락이 최근까지 계속된 바 있습니다. 대규모 공급이 없었는데도 집값이 하락했다는 것은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 원인이 아니었음을 방증합니다.

 집값 하락의 원인에 대해서는 “과도한 규제 정상화”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잡는 정책이 거의 추진되지 않았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대신 대선공약인 270만 호 주택공급 숫자를 맞추기 위한 각종 규제 완화 법안들이 추진됐습니다.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매입임대주택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혈세 낭비와 집값 상승이 손꼽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전국 각지에서 개최하며 지역 숙원사업과 개발정책 추진계획을 쏟아냈습니다. 무분별한 공급과 개발정책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신생아 특례대출과 전세대출 확대 등도 적극 시행했습니다. 이같은 행보를 종합해 볼 때 윤석열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집값이 하락했다기보다는 정부의 집값 띄우기 노력이 최근에야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합니다.

 답변서에 전세 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쏠림 현상을 집값 상승 원인 중 하나로 들고 있는 점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세 사기 문제가 세입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도 모자라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면서도 정부는 근본적인 전세 사기 예방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의 반환보증보험 의무가입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전세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급격한 매입임대주택 공급물량 확대와 관련한 예산 내역 및 관련 회의결과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답변서에 따르면 “2024년 예산은 매입임대주택 공급 추이를 고려하여 기재부 협의를 통해 추가 재정 소요안이 구체화 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2025년 소요재원은 국회심의를 통해 세부 예산 내역 확정 예정”이라고 합니다. 즉 매입임대주택 예산에 대한 추계나, 예산마련 방안 등에 대해 정해진 바가 전혀 없는 상태인 것입니다.

 현행 매입임대 방식에 따르면 시세대로 집을 사들이기 때문에 혈세를 낭비하게 됩니다. 경실련 분석결과 매입임대 25평 다세대 주택 한 채를 매입하는 가격은 5.7억으로 SH 위례지구 25평 한 채를 짓는데 드는 분양원가 3.4억보다 2.3억 더 비쌉니다. 매입임대를 사들이는 정부는 시장에서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정부가 수요자로서 주택을 매입하는데 수조원을 시장에 뿌려대면 기존 집값은 크게 자극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매입임대주택은 정부가 돈을 푸는대로 업자들이 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수년 이상 소요되는 다른 공급방식보다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집값을 자극하는 효과도 더욱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인 예산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이토록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매입임대제도를 정부는 어떤 의도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세 번째 질문은 정부가 말하는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의 구체적 의미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답변을 받기 위해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시 비아파트 거래량, ▲비아파트 평균 가격, ▲비아파트 착공물량 및 미분양 물량, ▲비아파 트 전세가격 및 전세가격대비 매매가격비율 등은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는지 밝혀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답변서에 따르면 “비아파트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지속 매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공급 정상화란, 비아파트 공급이 특히 감소한 서울의 비아파트 공급(인허가·착공 등)이 적정수준까지 회복되는 것인데 “적정수준”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경실련이 질의한 세부질의에 대한 답변도 전혀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모호한 정부의 태도는 매입임대제도가 ‘묻지마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확신으로 느끼게 합니다. 이대로 매입임대정책이 추진된다면 막대한 혈세가 낭비될 것이며, 다세대를 시작으로 아파트까지 가격이 올라 결국에는 모든 국민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네 번째 질문은 그린벨트 해제부터 주택 준공까지 현재 구상되어 있는 일정, 주택의 종류, 공급주체, 공급내용 등은 무엇이며,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지방소멸 가속화 등 부작용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답변서에 따르면, 현재 세부 공급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5~6년 내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계획도 매입임대 등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계획이 전무한 상태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이미 언론에서도 수차례 지적했듯 그린벨트 해제는 지금 당장 집값을 잡는데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투기심리만 자극하여 부동산 가격상승만 일어날 위험만 높습니다.  

 지방소멸 가속화 등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거의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지방도 신산업 및 국가적 중요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 부지로 그린벨트를 적극 활용 중”이라며 “주거안정과 균형발전의 실현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수도권도 모자라 전국의 환경을 파괴시켜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기후위기 등의 문제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어떻게 이런 할 수 있는 것인지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집값 잡는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환경만 파괴하는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지금 당장 폐기해야 합니다.

 이번 공개질의를 통해 8.8대책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공급 부족이라는 잘못된 진단을 근거로 만들어졌음이 드러났습니다. 잘못된 진단이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 잘못된 처방조차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입니다. 특히 매입임대 무제한 공급이나 그린벨트 해제 등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예산,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없이 이토록 무책임하게 발표할 수 있는지 개탄스러울 지경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8.8대책이 집값 띄우기 정책이며,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졸속으로 발표됐음을 인정하고 지금 즉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해야 합니다. 정부가 진정 집값을 잡고자 한다면 공공택지 매각을 전면 중지하고, 영구·50년·국민·장기전세 등 서민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지불하며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진짜 장기공공주택을 대거 공급해야 합니다. 장기공공주택이 대거 확보된다면 서민들의 주거가 안정되어 급격한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세 사기로 고통받는 세입자들에게도 주거 안전망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은 ‘부동산 대선’이라 불렸을 만큼 부동산은 핵심이슈였습니다. 집값 상승으로 고통받은 수많은 국민이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에 현 정부의 집권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8.8대책 포함 최근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 대부분은 투기 활성화를 위해 제시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일부 업자나 부동산 부자들이 아닌 무주택 서민에게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경실련은 윤석열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무주택 서민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전념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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