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민의 이익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 김진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회원미디어팀
발행일 2024-02-05 조회수 70627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4년 1,2월호][인터뷰]

“시민의 이익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 김진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

문규경 회원미디어팀 간사

 

“시민의 권익을 위한 길에 서고 싶습니다.” 김진현 상임집행위원장의 결의에 찬 첫마디였습니다. 보건의료정책은 삶의 질에 직접적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그 어떤 정책의제보다도 중요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부터 시작해서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그동안 김 상임집행위원장은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보건의료정책이라면 전력투구했고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임기 동안 시민편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조직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김진현 상임집행위원장을 만나봤습니다.

Q. 경실련 제35대 상임집행위원장이 되신 소감과 각오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월간경실련 구독자 여러분! 이번에 상임집행위원장의 중책을 맡게 된 김진현입니다. 경실련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단체들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을 맡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초심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활동가들의 업무여건과 처우개선 문제를 다뤄야 할 텐데요. 제 뜻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라서 논의과정을 거쳐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의 조직을 만들고 싶습니다.

Q. 경실련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A. 저는 보건정책을 전공했는데요. 2000년 전후로 해서 우리나라에서 의약분업 파동이 있었습니다. 의사들이 세 차례 파업을 했고 전국적인  의료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의와 약이 분리되는 개념이 아니고 일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이 약국 역할을 했어요. 약국도 의사 역할을 한 것이고요. 해방 이후에 의사가 부족한 시기에는 약사의 1차 의료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전문성 측면에서도 의와 약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의사에게는 약값이 큰 이권이었습니다. 의사 수입의 많은 부분을 약값이 차지했거든요. 그래서 정부는 의약분업 정책의 추진을 위해서 의사의 처방료, 약사의 조제료를 대폭 인상했고,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전과 동일한 약의 조제에 대해서 국민은 큰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된 것이지요. 두 직역 간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이익집단의 주장만 들리고, 정작 약값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입장은 무시되기 일쑤였습니다. 이때 시민단체의 역할 요구에 대해 많은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실련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당시 경실련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A. 당시가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는 과도기였는데, 경실련이 굉장히 역동적이고 활성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직의 규모도 지금보다 훨씬 컸습니다. 비판하기는 쉽지만 대안 제시하기는 어려운데, 경실련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단순히 비판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사회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Q. 경실련에서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A. 상비약 약국 외 판매 운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에 의해 약국에서 구입해야 하지만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보통 외국에서는 슈퍼에서 비누, 샴푸, 치약 이런 제품하고 같은 진열대에서 편리하게 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반의약품 특히 가정상비약 수준의 의약품도 약국에서만 판매하게 되어있어요. 약국이 독점하고 있는 겁니다. 여행을 간다거나 야간에 급하게 약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잖아요. 약사의 독점적 이익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 왜 시민이 불편을 겪어야 하나요? 그래서 상비약을 약국 외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정부에 계속 요구했습니다. 그랬더니 약사회에서 심야 응급약국을 지역마다 지정해서 운영하겠다고 밝혔어요. 그래서 전국 경실련이 협력해서 전국에 있는 심야 응급약국을 말 그대로 심야에 찾아다녔습니다. 실제 가보니 제 기능을 못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모아서 전국 경실련이 합심해서 결과 발표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Q. 오랫동안 해오셨던 의대 정원 확대 운동이 성과가 있었는데요. 지금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의대 정원 확대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보건의료 분야에는 강력한 이익집단이 많아요. 기본적으로 시민의 이익과 충돌하는 지점이 생깁니다. 면허제도의 본질은 면허의 숫자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 기준을 정하는 겁니다. 운전 면허랑 똑같습니다. 의사면허가 운전 면허랑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요. 무자격자가 나왔을 때 국민에게 줄 수 있는 피해 때문에 정부가 일정한 기준을 정해서 그 기준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면허를 주는 거예요. 의사면허도 환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정부가 일정 기준에 의해서 자격을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의사 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의대 입학정원을 제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경제정의에 어긋나는 독점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정원은 당연히 늘어나야 하는 건데 아까 말씀드린 2000년 전후로 의약분업 파동을 겪으면서 파업을 푸는 조건으로 의대 입학정원을 줄이기로 정부와 합의를 한 거예요.
 2007년 이후 의대 정원은 이전의 3,500명에서 3,058명으로 줄어들었고 이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제발전과 건강보험 확대에 따라 의료수요가 급증하였고, 동시에 대기업이 병원 산업에 진출하면서 대형병원의 의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매년 수련병원에서 레지던트를 4천 명 정도 뽑았어요. 의과대학 졸업생은 3천 명 수준이니까 1천 명은 당연히 비게 되겠지요. 전문과목 중에서 일부 과목은 인원 미달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비인기과는 계속 정원을 못 채우고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고 의료계는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그럴 때 경실련이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야 된다는 목소리를 시민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내기 시작했어요. 구체적인 통계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는 운동을 그때부터 계속해 온 것입니다. 정부도 어느 정도 인식은 했지만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응급실 뺑뺑이 사고, 지역 간 사망률 격차,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의사 부족 사태에 직면하면서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고 입학정원을 늘리기로 한 것 같습니다. 경실련은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촉매제로 기능을 했습니다.

Q. 앞으로 경실련이 주력해야 할 활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우리 경실련이 정치 조직은 아니잖아요.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특정 정파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시민의 공익을 우선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실련이 추구하는 실사구시 정신에 입각한 합리적이고 실천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겁니다. 그래서 국민과 정부, 국회 등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정책 선택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활동도 중요합니다.   

Q. 회원·활동가 분들께 감명 깊었던 책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A. 요즘 인기 영화 중에 노량해전에 대한 작품이 있는데, 관련해서 이순신 장군이 쓰신 ‘난중일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난중일기를 모르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저는 30대 초반에 난중일기를 처음으로 정독하게 되었는데, 지금의 우리가 400여 년 전의 상황과 분위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난세에 기대되는 지도자, 공무원, 국민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삼도수군통제사의 지위임에도 몸소 하루도 빠짐없이 활쏘기를 연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기적으로 인근 지역의 부하 장수를 불러 모아서 작전회의를 할 때도 빠짐없이 활쏘기 연습을 하면서 자기관리를 합니다. 막걸리를 거나하게 마시는 인간적인 면모를 기록한 부분도 자주 등장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한산도의 통제영에서 식량과 미역 등을 모아 배에 실어 임금한테 보내는 상황이 여러 번 나옵니다. 후방에서 전쟁 중인 병사들에게 보급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방부대에서 병사들이 먹어야 할 식량을 후방으로 보낸 것이지요. 선조와 조정이 얼마나 무능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군령을 바로 세우기 위해 도망치는 병사들의 목을 치는 장면도 적지 않게 나옵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 지도자에게 기대되는 덕목이 무엇인지 느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Q. 경실련 회원님들께 전하는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A. 경실련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는 자유, 평등, 민주입니다. 시민의 뜻과 지혜를 모아서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또, 일한 만큼 대접받고 약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인데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회원님들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경실련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단체이고,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습니다. 회원이 납부하는 회비와 후원을 통해서 운영하기 때문에 회원님들께서 이러한 취지를 충분히 공감하시고 참여해 주실 때 지속 가능한 단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김진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서울대학교 간호대 교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사회보장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고 있으며, 경실련에서는 2012년부터 보건의료위원장으로 활동해왔습니다.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