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선거의 정석(2)총선 변천사

관리자
발행일 2023.03.13. 조회수 49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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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과 함께하는 선거의 정석 ②총선 변천사



각계에서 뜨겁게 붙붙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발맞춰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마련한 '경실련과 함께하는 선거의 정석'. 이번엔 두 번째 시간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변천사를 준비했습니다. 앞서 다룬 다양한 선거제도들이 실제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회적 맥락으로 도입되어 어떤 결과를 발생시켰는지, 이어질 내용에서 차근차근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초의 국회의원 선거는 지금으로부터 75년 전, 1948년 5월 10일에 시행되었습니다. 당시 제도는 소선거구 1위대표제로, 제헌 국회의원 200명이 모두 지역구에서 당선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다 1963년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비례대표를 위한 표가 따로 있지는 않았어요. 지역구 의원만 선출하고 비례대표 의석은 각 정당의 당선자 비율에 따라 배분하였습니다.
1972년 유신헌법이 공포되며 상황은 다시 달라졌습니다. 이 시기(9, 10대 국회의원 선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국회의원 1/3이 대통령의 뜻대로 선택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국민 투표가 아닌 대통령의 추천으로,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기관에서 국회의원을 선출하였습니다. 헌정사상 처음 있었던 일입니다. 국민의 뜻과는 무관하게 의석을 차지한 이들은,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인 '유신정우회'를 구성해 의정을 좌지우지하였습니다. 박정희 정권이 막을 내린 후 1981년 제11-12대 국회의원 선거는 중선거구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하였습니다.
1987년 우리나라에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 1988년 시행된 제13대 선거 때는 소선거구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역구 의원은 소선거구 1위대표제로 선출하고 비례대표는 전국구 비례대표제를 통해 선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때까지는 1인 2표가 아닌 1인 1표로 지역구에서의 정당별 후보자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였습니다.
지금과 같은 '1인 2표'의 외형은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갖춰졌습니다. 비례대표 의석은 종전과 달리 별도의 정당투표에 따라 배분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정당투표 결과가 비례대표 의석에만 적용되는 제도를 '병립형 비례대표제'라고 합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시작된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유지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인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습니다.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 일부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결과 및 의석수와 연동하는 방식인데요. 구체적으로 47석 중 30석은 지역구 선거 결과와 50% '연동'하여 각 당에 배분하고 17석은 '병립형' 비례대표처럼 배분하는 제도입니다. 설명을 하면 할 수록 더 어려워지는 기분입니다.

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이해하기도 까다롭고 설계도 어려우며 아무도 선호하지 않는 제도를 우리는 어째서 도입했을까요?
물론 모든 개혁의 취지는 선의에 기초한 이상에서 출발합니다.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존에 존속해오던 소선구제에서 발생해 온 가장 큰 문제점, 즉 득표와 의석 간의 불비례성을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였지요. 이에 2019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중지를 모아 착안한 이상적인 제도가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였습니다. 하지만 거대 정당들의 거센 반대로 이 시도는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죠. 당초의 안이었던 완전(100%)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준(50%)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후퇴 도입되었습니다. 그 결과 최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착안했을 때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들은 오히려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결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은 안 하니만 못한 개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죠. 이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선거제도가 다음 선거제도로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선거제도가 해법이 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이어서 우리나라 선거제도가 가진 문제점들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사표입니다. '사표(死票)'란 낙선한 후보자를 선택한 표입니다. 유효하게 투표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당선자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죽은(死) 표(票)로 여기는 것입니다. 앞선 카드뉴스에서 다룬 바와 같이 사표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의 가장 큰 맹점인데요. 1위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모든 표가 사표가 되버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18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의 평균 사표 비율이 전체 표의 절반에 이릅니다. 낙선자를 선택한 표(사표)가 많으면 반대로 당선자의 대표성이 낮아집니다. 나아가 사표에 포함된 소수정당 지지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표와 함께 증발해버리고 말아요. 비례대표제가 이 사표 발생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비중이 작아 꾸준히 한계를 노정해 왔습니다.

둘째, 전략적 투표입니다. 조금 더 풀어쓰자면, 지역구 선거에서 소수정당 후보 지지자들이 최선이 아닌 차악(차선)의 후보에 투표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왜곡이 발생하는 이유는 위의 사표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현행 1위투표제에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지지 후보를 뽑아 사표를 만드느니 당선 가능성이 높은 다른 후보를 선택하여 표를 살리려는 것이죠.
예를 들어볼까요? 여기 a, b, c, d 정당에서 출마한 후보자 A, B, C, D가 있습니다. 이들은 순서대로 45%, 40%, 10%, 5%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요. 그리고 c정당과 C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갑'이 있습니다. 이 때 갑의 의사가 가장 잘 반영된 결과는 내심 그대로 지역구에서는 C를, 전국구에서는 c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 투표제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소신대로 후보자 C에게 투표하기 보다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 A나 B 중에 한 명을 선택하고 정당 투표에만 소신을 투영하기 때문이죠. 이 왜곡된 결과는 지금껏 거대 양당 체제를 공고히하는 장치로 악용되어 왔습니다. 아래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이어서 세 번째, 거대 정당 쏠림 현상입니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원내 제1, 제2당은 지난 여섯 번의 선거 중 네 번이나 무려 90%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그 근거가 되는 득표율도 과연 그럴까요? 같은 시기 90%는 커녕 80% 이상을 득표한 사례조차 한 번도 없습니다.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이 적게는 20%p에서 많게는 30%p 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거대 정당들이 '과대 대표'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소수 정당들은 '과소 대표'되었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였습니다. 하지만 거대 정당의 반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그 뿐 아니라 거대 정당들은 비례대표 의석만을 위한 '위성정당'을 따로 창당하여 알뜰하게 의석을 챙겼습니다. 그 결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역대 최대 94%의 의석을 제1, 제2당이 나눠 가져갔습니다. 반쪽자리 개혁은 반보 전진이 아니라 오히려 후퇴였던 셈입니다.

자연스럽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대로 도입되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완전한 개혁이었으면 다르지 않았을까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총선 선거제도의 변천사와 문제점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카드 뉴스에서는 바로 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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