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외통부, 건교부, 문광부, 서울시, 문화재청 등 관계부처회의에서 덕수궁터 미대사관 건립을 위한 문화재 매장실태 확인 지표조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는 우리 정부 스스로가 덕수궁터를 파괴하고 문화주권을 팔아먹는 매국행위를 자행하는 것으로 이를 적극 규탄하고 저지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문화주권 팔아먹는 정부의 매국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ㅇ 일시 : 2002년 8월 9일(금요일) 오전 11시
ㅇ 장소 :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ㅇ 주최 : 덕수궁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반대 시민모임

< 정부 스스로 문화주권을 포기한 매국행위를 엄중히 규탄한다! >

  지난 8월 5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외교통상부, 건설교통부, 문화관광부, 서울시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옛 덕수궁 터에 미대사관 건립관련 비공식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관계자들은 옛 덕수궁 터에 미대사관 및 아파트 건립을 위한 매장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키로 하고, 아울러 대사관 시설 건립이 지연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계부처간 적극 협조키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실을 접하면서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먼저 정부관계자들이 옛 덕수궁 터 미대사관 건립을 막고,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앞장서도 부족한 마당에 이와 같은 매국적인 논의를 밀실에서 가졌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한 마디로 정부 스스로 문화주권을 포기한 것이며, 옛 덕수궁 터에 미대사관 아파트 신축을 막고 문화주권을 지키려는 온국민의 열망을 일거에 내팽개친 '매국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와 같은 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엄중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

  문화유산은 우리시대, 오직 우리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며, 우리 모두는 이를 위해 문화유산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지난 97년 유사이래 국가적 차원에서 처음 제정된 '문화유산헌장'의 내용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담겨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 스스로 결의했던 내용을 뒤집고, 옛 덕수궁 터를 파괴와 훼손의 구렁텅이로 앞장서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현 정부는 도대체 무슨 권리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다는 말인가!

  과거 역대 정권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그리고 미국 측의 부당한 요구로 인해 옛 수궁 터가 지금처럼 미국 측에 넘어가게 되었음을 우리 국민들은 분명히 알고 있다. 이는 또 다시 되풀이되지 말아야할 역사적 교훈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옛 덕수궁 터 위에 미대사관 아파트 건물 등의 건립을 반대하며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활동에 문화주권을 수호하여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뜨거운 국민적 열망이 각계각층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이번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또다시 역사의 불행했던 악순환을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

  문화유산에 관한 초보적인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도 문화유산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망각한 정부의 이번 결정이 얼마나 엄청난 역사적 과오로 남을지 분명히 알고 있다. 이번 결정은 옛 덕수궁 터 위에 문화유산을 짓밟고 미대사관과 아파트를 짓겠다는 미국측의 입장에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형식적인 수순을 밟아주는 꼴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는 경복궁 내 조선총독부를 철거했는데, 현 정권은 덕수궁 터에 되레 조선총독부의 두 배 가까운 규모로 외국공관 건물들이 들어서게 할 것인가! 민간에서는 해외에 반출된 문화재를 되돌려 받기 위해 수 십 년을 노력하는 마당에 국가에서는 한 순간에 우리 땅의 문화유산을 통째로 외국에 팔아 넘긴단 말인가! 진정 있을 수 없는 결정을 내린 정부관계자들은 후세의 엄중한 역사적 평가가 두렵지 않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정부관계자들은 잘못된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또한 국무조정실 주재 하에 밀실에서 어떠한 논의가 오갔는지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논의가 국무조정실 주재 하에 진행되었음을 주목하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과 결정이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해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분명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발상과 태도로 일관할 시에는 준엄한 역사적 심판이 후세에 따르게 될 것이다. 정부는 미국보다 역사의 심판을 더욱 두려워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부관계자들이 모여서 할 일은 미국 측의 입장을 비호하기 위한 논의가 아니라, 신축 미대사관과 아파트 등 관계시설의 새로운 대체부지 마련을 위한 논의가 되어야 한다. 거듭 정부관계자들의 문화주권 포기와 매국적인 행위를 엄중히 규탄하며, 이번 결정을 전면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 옛 덕수궁 터 위에 문화유산 파괴하고 들어서는 미대사관 아파트 결사 반대한다!
1. 옛 덕수궁 터 미대사관 신축이전 허용하기 위한 이번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1. 문화주권 포기한 매국행위, 국무조정실 밀실논의를 즉각 공개하라!
1. 문화주권 포기하는 정부당국의 매국행위, 온 국민은 규탄한다!
1. 관계기관들은 옛 덕수궁 터 보존하고 대체부지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라!

2002년 8월 9일 
덕수궁 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반대 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