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안전한 사회를 위하여

관리자
발행일 2022.12.01. 조회수 13336
칼럼

[월간경실련 2022년 11,12월호 – 특집. 이번이 마지막이길...(4)]

안전한 사회를 위하여


김정곤 도시개혁센터 안전분과장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에 주말을 즐기기 위해 찾은 많은 젊은이들이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사고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치는 대형재난이 일어나고 말았다. 현재 우리사회는 이태원참사(또는 10.29참사)라는 매우 슬프고도 충격적인 일에 대해서 그 후속처리를 놓고 사회 전체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합의를 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소나기만 피해가자는 식으로 재난에 대처해서는 재난의 재발을 막을 수 없으며, 철저한 원인규명과 구조적 개선을 통해서 접근해야만 한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태원참사에 대하여 압사자체에 대한 다양한 원인분석을 내놓기도 하고 좁은 골목길과 정비되지 않은 도시구조 등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예방적 차원에서
경찰 등 안전관리 인력 배치가 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크게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것들을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직접요인으로 본다면, 여기서는 사고의 간접적인 요인이 되는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잠재적인 재난원인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선진국 수준의 삶의 질을 기대하게 되었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선진국에 있어서 국민의 안전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며, 안전은 넓게 보면 사회보장서
비스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안전은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만큼 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안전관련 인력과 비용의 투자를 아까워하고 선제적인 안전관리를 하지 않는 등 안전에 소홀해지는 경우 그 효과는 바로 결과로 나타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사회가 안전에 대해서 소홀해졌는지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기업과 국민 모두가 안전에 대하여 충분한 경각심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나와 타인의 안전에 위험한 것이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다수 존재하고 있어서 이태원참사와 같은 재난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내 안전에 문제만 없으면 작은 불법 정도는 서슴없이 행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남의 안전을 다루는 사람도 이런 사고와 행동을 하고 있어서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알면서도 하고 모르고 하기도 한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여서 근본적으로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다. 많은 크고 작은 사고들은 발생확률은 다르지만 원천적으로 사람의 실수에 의해서 발생하며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그 발생확률을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실패의 원인과 영향의 범위의 계층성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대형 사고에 대한 사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고 유발에 대한 휴먼펙터에 대하여 분석 정리한 한 논문1)에서는 원인을 직접적인 원인과 잠재적인 것으로 분류하고 잠재적 요인은 다시 사회의식에 관계된 요인, 직무관행에 관계된 원인 그리고 관리운영에 관계된 요인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표1).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재난 및 재해는 그냥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재난 및 재해는 일어날 만한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이태원참사의 안타까운 희생이 헛된 것이 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사회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누가 왜 재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종합적인 분석과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즉, 특정 주체의 잘못만으로 보고 책임을 묻는 것은 올바른 사고 후속조치가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포괄적으로 원인에 대한 분석과 그 책임에 대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서 잘못된 부분을 정비해야 한다.



최근 안전과 함께 고려되는 것이 안심이다. 안심은 사람이 안전하다고 믿는 일종의 신뢰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정부와 정치권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충분한 신뢰를 주어야 한다. 이태원참사 이후의 사고조사와 처벌과정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등에 있어서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해야 할 것이다.

1) 이와사키 외 2인, 휴먼에러를 발생에 이르는 조직적 과제에 대한 고찰, 인간공학,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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