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당신의 주변은 안녕하십니까?

관리자
발행일 2022.06.02. 조회수 12099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2년 5,6월호-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당신의 주변은 안녕하십니까?


- 죽음까지 외로운 사람들 -


문혜리 정책국 간사


 

5월은 무슨 달?
5월에는 참 많은 기념일들이 모여있습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6일 ‘성년의 날’, 5월 21일 ‘부부의 날’…그래서 가정의 달인가 봅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고 웃음소리가 만연할 것 같은 5월의 봄에도 한겨울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5월 8일 어버이날 당일, “서글프고 외로운 어버이날”, “20대 다중채무자 37만 명… 2년 새 21% 폭증”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절망적인 기사들이 속속들이 보도 되었습니다. 이분들에게는 따뜻한 봄도, 가족의 정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 비켜가나 봅니다. 무거운 마음에 기사를 읽어 보니 경제적인 이유로 고독한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과 청년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홀로 죽음을 맞고 일정 시간 지나고 발견되는 고독사, 무엇이 그들을 죽음까지 외롭게 만들었을까요. 확실한 것은 노인층이 주를 이뤘던 무연고 사망과 고독사가 이제는 연령을 막론하고 청년층까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의 중심에는 ‘경제’와 ‘가난’이 명제처럼 자리잡고 있습니다.


죽은 자의 집에는 언제나 가난 있다
고독사의 원인은 실로 다양하지만, 대개 사업 실패나 건강 악화,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특수청소 서비스회사를 운영하는 현직 CEO가 쓴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저서의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라는 대목에서도 나타나듯이 고독사는 마치 가난한 이의 전유물인 것 같습 니다.
최근 ‘창신동 모자’ 사건에서도 우리 사회의 참담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창신동 노후주택이 몰려 있는 한 골목에서 거동이 불편한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허름한 집에서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되었습 니다. 창신동 일대는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사실 2020년 9월 코로나 유행 시, 홀로 살던 50대 여성이 숨져 부패가 상당히 진행되어 발견된 사건이 이미 한 차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된 고독사에 대하여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서○○ / 창신○길 주민]
"일을 못하니까 허리도 아프고 힘이 없어서 일을 못 해 그냥 걸어 다니는 것만 여기서 왔다 갔다 걸어 다니는 것만…“
[이○○ 씨 / 83세, 창신○길 주민]
"저번에도 밥을 먹다가, 어떻게 삼키니까 목이 콱 막혀버리는 거야. 아, 이거 죽겠다 싶은 거야.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살다가 깜빡 죽고 찾지도 못하고."
[이○○ 씨 / 83세, 창신○길 주민]
"어마어마하게 (마음이)아프죠. 우리도 혼자 살고 있으니까.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몰라“
*출처: 채널 A(2022.05.04.), 2주간 만난 창신동 이웃들 “숨진 모자 비극, 남 얘기 아냐”

청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통계청이 조사한 사회적 고립도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적 고립도는 27.7%로 OECD 평균 10%보다 매우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4년간 '청년 고독사' 비율 역시 약 62%로 늘어 이제 고독사는 나이 많은 계층만의 일이 아닙니다. 2022년 보건복지부는 최근 5년간 평균 2,000명 수준으로 발생하였던 무연고 사망자 수가 2020년 코로나 발발 이후 3,000명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청년층 무연고 사망자 수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 대다수가 자살이라고 합니다. 한창 꽃피울 청년들의 극단적 선택은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원인은 마찬가지로 “경제”와 “가난” 그리고 덧붙여 “취업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 청년들은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점차 고립되어가고 있습니다. 간혹 이러한 선택을 한 청년들을 보고, “요즘 친구들(혹은 MZ세대)은 포기를 너무 빨리한다. 아직 고생을 안해봤다. 곱게 자랐다.” 등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독사한 청년들의 방에서는, 자기소개서, 자격증 공부 관련 도서, 미납된 고지서, 배달 음식 등만 발견되고 취미 같은 심리적으로 쉴 수 있는 활동과 관련된 물건은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국가인권위원회, 2021). 그들은 자기 나름대로 힘든 현실을 타개해나가려고 노력했으나, 종래에는 사회에서 자신이 설 곳을 찾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로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회적 고통지수로서 자살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지원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먹고 사는 데 바쁘다’라는 말
대다수 안부를 물어보면 “먹고 사는 데 바쁘다”라는 대답을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먹고 사는데 매우 바쁩니다. 오로지 나만 먹고 사는 것에 바빠 다들 무감각해지고 바스러져 가는 주변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회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부모님, 그리고 갓 성년이 된 청년, 스승 등 내 주변과 나를 위한 달입니다.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돌아보기 위한 그 첫걸음으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안녕을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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