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층간소음 진짜 가해자는 누구인가?

시삽
발행일 2023-07-31 조회수 25746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7,8월호] [시사포커스(6)]

층간소음 진짜 가해자는 누구인가?


- 정부와 국회는 시공사 책임 강화하는 근본대책 마련해야 -
- 층간소음 강력범죄 최근 5년 사이 10배 급증 -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부장


층간소음 갈등이 폭력, 살인 등 끔찍한 강력범죄로 이어지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지난달에도 경북 김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층간소음에 격분해 흉기를 휘두른 70대 남성이 구속기소됐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범죄가 늘고 피해가 증가하는데 정부와 국회는 무관심하다. 경실련이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질의를 해도 형식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살인, 방화, 폭행 등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각종 범죄들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지만, 이와 관련한 공식적 통계는 정부 어느 기관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난 4월 KBS 시사직격이 최근 5년간 층간소음 관련 형사사건 판결문을 분석해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범죄 현황을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예상대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강력범죄는 최근 5년 사이 급증했다. 살인, 폭력 등 5대 강력범죄가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많아졌다. 아직 확정판결 안 난 사건과 분쟁은 일어났지만 무죄로 판결나서 제외한 사건들까지 추가하면 더 늘어난다. 이대로 층간소음 문제를 방치한다면 공동주택 주민을 잠재적 피의자나 범죄유발자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층간소음 문제는 해결책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실행에 건설사 등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에 접근하기보다 부수적인 대책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 2022년 6월 기자회견을 통해 층간소음 문제를 이웃 간 분쟁, 주민 간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공동주택을 만드는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공동주택 신축시 층간소음 전수조사 의무화, 층간소음 기준 초과시 벌칙 강화, 공공주택부터 층간소음 저감에 효과적인 라멘구조 건축 의무화 등 3가지 대안을 제시했고, 이 외에도 층간소음 표시제 및 후분양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형식적이며 미온적 태도를 취하며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 2022년 11월 “경실련 층간소음 해결책”을 국토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질의했으나 국토부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했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전체 30명 중 단 4명만 회신했다. 정부도 국회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국민 고통을 외면한 채 방관하고 있는 사이 층간소음 문제는 강력 범죄의 피해자를 양산하며 갈수록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위 그림을 보면 2016년 층간소음으로 인한 5대 강력범죄는 11건이었는데 2017년 42건, 2018년 60건, 2019년 8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고,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영향으로 2020년에는 114건, 2021년은 110건으로 급증했다. 2016년 11건이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5년 사이 10배 급증한 것이다.


제품의 품질이 문제인데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끼리 싸우고 민·형사상으로 다투는 현실은 참담할 뿐이다. 아파트라는 제품을 제조한 건설사는 그 제품의 구성재료와 안전도 및 층간소음 등 성능사항을 표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제시된 성능기준을 스스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구매자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불이익을 제조자가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국가의 방치 속에 더 이상의 층간소음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경실련이 제안하는 층간소음 대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모든 신축 공동주택 전 세대를 대상으로 층간소음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표시제’를 법제화하라. 2022년 8월 4일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시행됐으나, 전체 공동주택 중에서 2∼5%의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샘플링 테스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나머지 98~95% 세대에 대한 바닥충격음 성능은 확인하기 어렵다. 아파트 건축시에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층간소음 차단성능이 달라지므로 공법이나 기술이 실제 건설현장에서 적용되도록 공동주택 신축 시 층간소음 실측 전수조사 및 각 공동주택에 대해 층간소음을 명시하는 ‘층간소음 표시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 표시제는 소비자들의 공동주택 선택 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기준 미달 주택 시공사에 대한 벌칙 규정을 강화하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는 층간소음 성능검사 결과가 성능검사기준 미달 시, 사용검사권자가 사업주체에게 시정조치 기간 등을 정하여 권고사항에 대한 조치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도록 하는 등 개선 권고 절차를 마련했으나, 그야말로 권고수준에 그치고 있다. 아무리 법이 있어도 권고에 그치면 실효성이 없다. 시행령에 벌칙을 신설해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기준에 맞지 아니한 주택(층간바닥)을 시공한 사업주체에게 과태료 부과 및 기준만족 보완시까지 준공검사 연기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추가해야 한다.


셋째, 공동주택 건축 시 층간소음이 낮아지는 기둥식(라멘) 구조 공법을 의무화하라. 공동주택에서 내 집의 바닥은 아래층의 천장이다. 현실적으로 층간소음이 발생했을 때 바닥 전체를 보수하여 층간소음을 저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층간소음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건축 단계에서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천장에서 가해지는 진동이 보와 기둥으로 분산되어 층간소음이 낮아지는 기둥식(라멘) 구조로 건축하면 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파트는 층간소음에 취약한 벽식구조인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07년부터 10년간 지은 전국 500가구 이상 아파트의 98.5%가 해당된다. 건설사들은 공사기간이 짧고, 공사비가 적게 들고, 층고가 낮아져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이 큰 벽식구조를 선호하는데,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하므로 공공주택부터 신축시 라멘 구조로 짓도록 해야 한다.


넷째, 공동주택 사후분양제를 시행하라. 한국의 공동주택 청약제도는 건물 완공 전에 분양되어, 분양받은 아파트의 층간소음이 어느 정도인지는 사전에 알 수 없다. 준공검사 시 층간소음을 전수조사하여 하자가 없다고 확인된 후에 분양될 수 있도록 공동주택 사후분양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모든 시민이 정온한 주택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선명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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