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사관의 덕수궁 터 미대사관 아파트 신축에 대한 국민 항의서한

관리자
발행일 2002.07.11. 조회수 2100
정치

  존경하는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님!



  호혜 평등한 한미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귀하께 경의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귀 대사관측이 국내법 개정까지 요구하면서 옛 덕수궁터에 일제하 조선총독부 건물의 1.8배에 이르는 15층 규모의 미대사관과 8층 규모의 직원 숙소용 아파트 등의 신축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여, 이를 철회시키기 위해 [덕수궁 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 반대 시민모임]을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건설교통부는 국민들의 빗발치는 반대여론에 굴복하여 관련법 개정을 하지 않기로 자신의 입장을 바꿨고, 새로 당선된 이명박 서울시장도 옛 덕수궁 터에 대사관 직원 아파트 건립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귀 대사관측은 우리 국민의 거센 반대여론과 한국 당국의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사관과 아파트 신축 계획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에번스 리비어 부대사는 제 3의 부지로 이전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미 대사관측의 아파트 신축부지는 “1883년 고종 황제가 미국의 외교시설 터로 허용한 곳”이라는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한 바 있고(중앙일보, 5월 23일자), 대사관과 아파트 설계자인 마이클 그레이브스는 귀 대사관이 후원한 7월 4일, 초청강연회에서 “덕수궁 터에 있는 미국 공관이 지어진 지 15년 후에 덕수궁이 지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라는 우리 역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주장을 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귀 대사관측은 그레이브스와 한국측 관련 인사들과의 비공식적 면담을 추진한 데 이어, 허바드 대사 자신도 언론 인터뷰를 통하여 이 계획 추진의사를 명확히 하였습니다.(중앙일보, 7월 9일자)



  존경하는 대사님!


  정동일대는 1397년 조선 태조의 계비(繼妃)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릉(貞陵)으로부터 시작하여 사찰, 경운궁 등 조선 왕실의 거점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귀 대사관측이 건물을 신축하려는 옛 덕수궁 터는 90년 전만 하더라도 역대 선왕들의 영정을 모셨던 선원전 등 각종 전각들이 즐비했던 곳입니다. 또한 현재의 대사관저에는 지금도 조선왕조 시대의 상석(床石), 문인석(文人石), 기와조각, 도자기 파편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옛 덕수궁 터를 비롯한 정동일대는 우리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우리의 소중한 유산입니다.



  정동일대가 그 면모를 훼손당하게 된 것은 국권이 상실되기 시작한 구한말 이후입니다. 정동일대는 귀 국을 비롯한 서구열강의 진출로 잠식되기 시작하였으며, 일제침략으로 결정적으로 분할, 파괴되었습니다. 그 후 해방과 미군정, 전쟁과 역대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이 곳의 문화적 가치는 철저히 무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와 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것을 지키고 가꿔 나가기 위해 시민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는 지금, 또다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파괴가 반복되는 것을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으니, 앞으로도 문화유산 파괴를 감수하라는 요구는 우리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동일대가 분할, 파괴, 매각되어 외국공관이 들어서고, 덕수궁 한 복판을 가로질러서 길이 뚫린 것, 옛 덕수궁 터의 일부가 귀 대사관측에 매각되고, 현대식 고층 건물이 덕수궁 주위에 들어선 것은 제국주의의 침략성과 우리 민족의 수난,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던 역대 독재정권의 문화적 몰상식을 드러내 줄지언정, 미국이 대규모 대사관과 아파트를 짓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될 수는 결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귀 대사관측이 옛 덕수궁 터에 추진하고 있는 미대사관과 아파트 신축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국내법에 맞게, 소규모로 지으면 괜찮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옛 덕수궁 터에 들어서는 어떤 건축물도 반대하는 것이며, 따라서 귀 대사관측의 덕수궁 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의 이런 요구를 무시하고 귀 대사관측이 이 사업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문화적 야만행위로서 우리 국민의 중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며, 문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우리는 귀 대사관측이 이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 호혜 평등한 한미관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임을 확신하면서 귀 대사관측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2002년 7월 11일



[덕수궁터미대사관 아파트신축반대시민모임]
공병각(일터사랑), 권영길(민주노동당), 김정동(한국건축역사학회), 김봉태(세계평화청년연합), 김육훈(전국역사교사모임), 김윤수(민족예술인총연합), 김윤자(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김철호(민족음악인협회), 김흥현(전국빈민연합), 도정일(문화연대), 박관수(서울시청공무원직장협의회), 박주희(문학예술청년공동체), 박진성(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박홍근(한국청년연합회), 신승원(영등포산업선교회), 안하원(예장민중교회선교연합), 윤경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남순(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이정전(환경정의시민연대), 정명수(전대협동우회), 조명래(내셔널트러스트운동), 진용근(신바람민족문화연구원), 최정필(세종대박물관), 홍근수(자통협), 황평우(서울역사박물관도슨트회)   - 이상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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