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 주택공기업 LH, 고쳐 쓸 수 있을까?

관리자
발행일 2023.09.22. 조회수 49854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9,10월호][동숭동칼럼]

주택공기업 LH, 고쳐 쓸 수 있을까?


김성달 사무총장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기업으로 수십년간 존재해왔던 LH가 국민 밉상이 됐다. 2021년 100억대 땅투기 의혹으로 논란은 빚은 지 불과 2년만에 LH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붕괴됐고, 그 원인으로 철근누락과 전관특혜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LH 사장은 2년 전에 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후 임원 사직서를 받았고, 사장 거취는 임명권자(국토부장관)의 뜻에 따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직서를 제출한 임원들이 이미 임기가 끝났거나 한달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꼼수사퇴쇼라는 국민비난만 쏟아졌다. 이제 LH가 스스로 개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고, 고쳐 쓸 수 없다면 해체수준으로 바꿔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LH는 1962년, 1975년 각각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로 설립되어 운영되다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로 통합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토지공사는 강제수용한 논밭임야를 아파트 용지 등으로 개발했고, 주택공사는 토지공사로부터 아파트 용지를 공급받아 주공아파트를 지어 무주택서민에게 공급했다. 토지공사, 주택공사의 역할로 적정가격의 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되며 주택난이 해소되고 집값도 안정됐던 시기도 있었다. 이랬던 주택공기업이 부실아파트를 양산하는 부패한 공기업으로 전락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철저한 원인진단을 통해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외환위기 이후 대대적인 규제완화 일환으로 추진된 분양가자율화 정책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평당 100~200만원대로 기존 주변 집값보다 낮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분양가자율화가 적용되며, 새 아파트 분양가에 거품이 생겼고, 주변 집값도 끌어올렸다. 집값이 오르자 참여정부에서 판교·화성동탄 등 2기 신도시 개발을 추진했지만 시작단계 부터 주변 집값이 상승했다. 이에 경실련은 주택공사에게는 분양원가 공개를, 토지공사에게는 땅장사를 중단하고 공영개발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판교신도시 대부분을 민간에 매각했고, 경실련 추정 LH의 땅장사 부당이득만 6조원에 달한다. 2005년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어 판교에 적용됐지만 분양거품 논란은 지속됐다.


그나마 2009년 통합된 이후 초기에는 강남서초에 900만원대 아파트, 500만원대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아파트 등 저렴주택을 공급했다. 2007년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됐고, LH도 저렴한 공공주택 확대에 나서며 2014년까지는 서울 집값도 하락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계의 대대적인 규제완화 요구에 정부와 정치권은 2015년 말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고, LH의 서민위한 저렴주택 공급도 중단됐다.


이때 정부가 분양가를 결정짓는 택지비 산정기준을 조성원가에서 주변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로 바꾼 것도 LH 문제를 키웠다. 2012년 강남 한복판에 공급된 강남서초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평당 980만원(택지비 430만원, 건축비 550만원)이었지만 2018년 위례신도시 분양가는 평당 1,790만원(택지비 1000만원, 건축비 790만원)으로 강남서초의 2배 수준으로 올랐다. 택지비 기준변경으로 LH는 막대한 부당이득을 가져가게 되었다.


분양원가 공개 거부도 심각한 문제이다. 경실련은 참여정부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해왔고, SH와 LH를 상대로 원가공개 소송을 제기, 모두 승소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후 SH, GH 등 지방공기업은 경실련의 요구에 맞게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LH는 아직까지도 스스로 원가공개를 하지 않고 있어 막대한 부당이득을 숨기려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실제 LH의 지난 5년간 영업이익은 무려 18조원에 달한다. 뿐만아니라 서민을 위한 제대로 된 공공아파트 공급에도 소홀했다. 2021년 기준 LH 보유 임대주택 133만호 중 20년 이상 장기임대 가능한 공공아파트는 73만호로 55% 수준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LH는 국민이 강제수용, 용도변경, 독점개발이라는 3대 특권을 부여했음에도 땅장사·집장사에 몰두하며,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고 공공아파트 공급을 게을리하며 부당이득을 챙겨왔다. 공공성에 역행하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임직원의 투기와 부패, 부실시공, 전관특혜 문제가 드러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미 경실련은 2년전 LH 사과문과 혁신안에도 근본적 사업구조 개선이 빠져있어 미봉책임을 주장했고, 이번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경실련 주장이 재확인되었다.


고쳐 쓸 수 없다면 해체수준의 쇄신방안이 나와야 한다. 국토부장관은 공개적으로 “LH의 근본적인 기능개편을 포함한 개혁방안도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LH의 문제를 방치해왔던 국토부 수장의 말을 국민들이 신뢰할 리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LH를 쇄신시켜야 한다. 우선 3기 신도시 사업에서 LH를 제외시켜야 한다. 부실아파트 양산, 바가지분양, 분양원가 공개거부 등의 폐단을 고치지 않는 상태에서는 공공개발사업을 맡겨서는 안된다. 3기신도시 사업은 과거같은 LH 중심의 대규모 개발방식이 아닌 서민을 위한 주택이 공급되도록 계획을 전면수정해야 한다. LH도 과거처럼 미봉책으로 위기를 넘기는 꼼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되며, 겸허한 자세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에 성실히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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