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 매일 밤 평화를 꿈꾸며 온라인에 집회의 등을 답니다. 여러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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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4.06. 조회수 10613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2년 3,4월호-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

매일 밤 평화를 꿈꾸며 온라인에 집회의 등을 답니다.
여러분을 기다리며.


조진석 나와우리+책방이음 대표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4일, 푸틴이 대통령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월 10일부터 일상이 전쟁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날부터 매일 밤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온라인’ 집회를 조직해서, 평화의 노래를 듣고 우크라이나 상황을 공유하고 평화 정착을 위한 강의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집회를 준비하는 것이 하루에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식사도 청소도 책방운영도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전쟁을 온몸으로 겪는 이를 떠올리면 책 읽기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집니다. 전쟁과 우리 삶이 결코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품인 밀과 옥수수는 물론이고 러시아가 수출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와 명태가 한국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이 전쟁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광범위하고 큽니다. 이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기후위기로 인해서 농수산물의 생산과 유통이 유례없는 영향을 받는 중에, 이번 침공이 장바구니 물가에 악재로 등장한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ℓ에 1,700원 하던 휘발유 가격이 2,100원으로 불과 두 달 사이 20% 넘게 올랐습니다. 기름값 인상은 다른 물품 가격의 연쇄 상승을 불러올 것이기에,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멀고 먼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이지만, 우리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전쟁의 부조리와 비윤리적인 면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달부터 내 집에 불이 나지 않았다고 해서, 화마에 갇힌 사람들이 가족을 잃고 피난민이 되어서 떠돌고 있는데, 과연 단잠을 자고 전쟁의 피해에 대해서 무관심해도 되는가 싶은 윤리적인 질문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내가 라면을 먹을 때』를 읽은 이후 내내 떠나지 않는 질문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옆에서 고양이 방울이는 하품한다. 이웃집 미미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린다. 이웃집 미미가 텔레비전 채널을 돌릴 때 이웃 나라의 이웃 나라 여자아이는 아기를 본다. 이웃 나라의 이웃 나라 여자아이가 아기를 볼 때 그 맞은편 나라의 산 너머 나라 남자아이는 쓰러져 있다. 바람이 분다. 모래바람이 분다. 아이의 모습은 점점 멀어져서 끝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내가 라면을 먹고, 고양이가 나른하게 하품하는 평화로운 일상이 펼쳐지는 그 시간, 다른 나라 아이도 그렇게 지내겠지 싶은 우리의 통념이 사실이 아니라는 현실을 일깨워줍니다. 쓰러진 아이는 왜 그곳에 쓰러져 있어야만 했을까요.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걸까요? 1949년 설립된 유엔난민기구(UNHCR)가 50년 넘게 한시 기구였다가 2003년부터 “난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계속 업무를 수행하도록 유엔총회의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임시기구로 이 문제에 대처할 수 없으므로 상시 기구로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월 24일 침공이 시작되었지만, 그 시점에 이 소식을 주변에 알려도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3월 9일 대선에 모든 관심이 쏠렸기 때문에. 대선이 끝나고 나면 대통령 선거만이 아니라 다른 사안에도 관심이 모일 듯해서 3월 10일을 D-day로 삼고 집회를 준비했습니다. 주변에 이 소식을 띄웠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서, 심각한 상황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매일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일 총성과 포성이 들리고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우크라이나에 사는 사람들 모두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다급하게 온라인평화모임(집회)을 준비했습니다. 3월 10일(목) 저녁부터 매일 밤마다 평화 정착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임을 엽니다.” 첫날 3명이 모였습니다. 둘쨋날은 이보다 많았지만 대체로 큰 관심이 있다고 느끼기엔 적은 수의 사람이 집횟날 모이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의 대통령 선거가 중요했고, 대통령 한 명이 바뀌어서 변화되는 내 삶이 우선적인 관심사입니다. 그렇지만 전쟁을 본인 삶과 무관한 일로 여기고, 내가 살고 있는 일상과 너무 먼 곳에서 일어나는 TV속 뉴스로 생각하고,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전쟁을 추상적인 현상이라고만 간주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우려가 듭니다. 그래서 『전쟁』을 같이 읽어보고 싶습니다. 전쟁의 실제성을 조금 더 느낄 수 있도록. 이 책은 평화 집회에서 두 번이나 언급된 책입니다. 전쟁을 이렇게 얘기합니다. “전쟁은 우리 삶을 파괴한다. 빠르게 퍼지는 질병처럼 일상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전쟁은 늘 누가 두려워하고 어디에서 기다리는지 알고 있다. 전쟁은 온갖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쟁은 차갑고 그늘진 아이들을 만들어낸다. 전쟁은 어떤 이야기도 용납하지 않는다. 전쟁은 죽음의 궁극적인 은신처이며 전쟁은 침묵이다.” 전쟁은 이런 것입니다. 책을 읽은 전후로, 글쓴이가 읽어주는 영상을 함께 봐도 좋겠습니다. (https://youtu.be/o2ziziayTbU)

어린 시절 전쟁을 겪은 아이에게, 아빠와 차갑게 헤어진 아이에게, 엄마를 여읜 이 아이에게 그늘진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그림책은 들려줍니다. 또 엄마는 언제나 돌아온다는 믿음의 약속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는 알려줍니다. 어릴 적 폴란드를 떠나 이민자로 평생을 산 조시아 자이칙이 들려준 이야기를 옮기고,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나는 예루살렘 시내 중심가에서 자수 공방을 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박물관의 담당자가 내게 자수 이야기를 하길 권하는데, 자이칙은 어떻게 어린 시절 자수를 배웠는지 들려줍니다. 사실 엄마가 자수를 가르쳐 준 건 아니었다.... 엄마는 나에게 사랑을, 실, 양모 같은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에 대한 ‘존경’(필자 강조)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커서 특수아동을 돌보는 교사 교육을 받았고, 키부츠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일했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아이들에게 자수를 가르쳤다. 깨끗하고 예쁘고 하얀 두꺼운 종이에, 아름다운 색깔의 털실들로. 내가 (엄마에게 자수를 배우기도 한, 필자 덧붙임) 살던 방은 지하실. 기다란 방 한쪽에는 목재 더미가, 다른 쪽에는 나무토막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가운데에는 약간 공간이 있고 작은 창문도 이었다. 나는 그 틈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았다. 엄마는 나에게 자주 말하곤 했다. 저것 봐, 저 사람은 신발이 없네. 저 사람은 천으로 발을 사고 있네. 저기 좀 봐, 내복 입은 아저씨가 온다.” 자이칙에게 이 방이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지하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엄마는 유대인 강제 격리 구역인 게토의 지하실에, 나치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딸을 숨겨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과의 소통은 엄마가 언제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놀이도, 궁금한 것도, 하고 싶은 것 모두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자이칙의 회고. 그럼에도 슬프다고 생각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았다고.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기에 그냥 그런 줄 알았다고. 지금 우크라이나의 어두운 방공호에서 재난을 피하고 있는 아이들의 갇힌 삶도 이러하지 않을까요. 그림책 세 권을 소개드렸습니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이 읽고 이해하기엔 어려운 책입니다.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이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알기 위해서, 이렇게 끔찍한 전쟁이 하루 빨리 멈추기를 바란다면, 이 책들 읽는 것부터 시작하기 바라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하며 오늘도 평화 집회를 엽니다.




[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은 책방이음의 조진석 대표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책방이음은 시민단체 나와우리에서 비영리 공익 목적으로 운영하는 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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