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NGO저널 공동기획] ② 관치 기술자가 '쥐락펴락'... "정부, 금융감독서 손떼야"

관리자
발행일 2023.05.10. 조회수 3517
경제

 

[新관치 부활②] 관치 기술자가 '쥐락펴락'... "정부, 금융감독서 손떼야"


NGO저널-경실련 공동기획, '新관치금융' 집중 해부


신한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등 外風 직격탄
투기자본감시센터 "임종룡, 최중경, 추경호 물러나야"
누적된 관치금융의 시장 왜곡·폐단 끊어야 할 때
3원화된 금융감독체계, 공적 민간통합기구로 개편해야


 

글: 박봉균 기자 (ptech@ngojournal.co.kr)


 
<편집자 註> "경제관료 집단은 이미 정치권을 넘어선 거대 권력이다. 경제개혁의 시작점은 관벌(官閥) 혁파다."(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 한국시민사회운동 최전선에 서 있는 김 사무총장이 '콕' 지목한 관벌은 모피아다. 왜 경제개혁의 우선 대상으로 모피아를 지목했을까? 그 답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평가에서 회자되는 '新관치금융의 부활'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관치'(官治)라고 불리는 관료 우위 시대의 도래에 사익(私益)과 공익(公益)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우려다. 공적 영역으로 구분되는 관료사회가 사익 추구를 목표로 정치집단과 내화되면 그 권력에 맞설 시스템은 없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진영은 근본적인 경제금융개혁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NGO저널은 경실련과 공동기획으로 이 새로운 ‘관치금융’시대를 집중 해부한다.

 



<新관치 기획 시리즈 순서>


① 돌고돌아 모피아… 권력지도엔 ‘낙하산·회전문’
② 관치 기술자가 '쥐락펴락'... "정부, 금융감독서 손떼야"
③ 尹정부 취업승인율 98%… 모피아 권력지도가 바뀐다
④ 모피아와 30年 전쟁... "시민사회, 뭉쳐야 바꾼다"
⑤ 론스타 실패 반복할건가… 관치病 수술, 지금이 골든타임
⑥ “관치가 은산·금산분리 깨뜨려… 新아젠다로 퇴행 막아야”
⑦ 모피아 독식... '공정(公正)' 기대할 수 있나
⑧ 투명성 없이 관치극복 못한다… NGO 정책파워 높여야




 

 

△新관치의 대표적 사례, 지주회장 물갈이

최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정치적 외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세대교체 흐름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지주 회장 물갈이를 두고 시민사회는 ‘낙하산’ 시비의 구태를 반복하는 ‘관치금융의 부활’을 우려했다.

올해 초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관치 논란의 대표적 사례다.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를 받은 손 전 회장이 ‘버티기’에 들어가자 당국에선 언론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퇴진을 압박했다. 또 손 회장 후임 후보군(롱리스트)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입성한 것을 두고도 금융당국의 입김에 휘둘린다는 비판이 컸다. 우리금융노조는 “우리금융지주가 모피아와 올드보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기재부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임돼 노조의 우려를 키웠다. 손병환 전 회장이 농협 내부출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시금 외부인사가 회장 자리를 차지한 셈이기 때문이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은 “금융위가 이런저런 개입을 통해 지주사 회장 인선에 간섭하려는 것은 이미 청와대 측근 인사나 자신들과 친화적인 관료 출신 인사를 인위적으로 외압을 통해 인선하려 한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금융감독 권한 행사에서 과도한 재량권 남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당국의 정책과 권한 분리, 또는 감독 권한이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쉽지 않은 길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자신의 권리를 축소하는 일에 적극 나설 일도 없다. 실제로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보호기능을 따로 분리해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 금융소비자원을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이 결국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러나 어려운 길이라도 가야만 한다. 정권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을 막고 관치의 폐단을 떨쳐내야 할 때이다”라며 “금융당국이 인사 개입 말고 이사회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 모피아 약진 경계

“기재부는 오늘날 무소불위 절대 권력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공룡 부처다.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공공성 강화와 복지사회 실현, 국민을 위한 국가재정은 요원하다.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권한과 재정 정책을 수립할 권한 등이 모두 기재부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까지, 행정·경제 라인 전반에 기재부 출신들이 네트워크를 강하게 형성하고 있다. 이것이 현 기재부 권력 횡포의 근원이다.”

시민사회 단체들이 기획재정부 전면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며 발표한 성명서 주요 내용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역시 정부에 진정서를 내고 “한 전 총리를 비롯해 임종룡, 최중경, 추경호 등 IMF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과 금융 자유화로 엄청난 빈부 격차와 양극화를 초래했던 이들이 다시 권력 전면에 나서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모피아들이 만든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피아 출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단면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모피아의 권력집중이 관치금융으로 이어져서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이 시대가 가야 할 길은 아니다. 그 어두웠던 관행은 이제 윤석열 정부가 끊어내는 것이 옳다”고 했다.

 

 

△ 정권은 유한, 모피아는 영원… 관치의 역사

관치의 역사는 과거 1948년 재무부와 기획처 등 금융관련 정부조직의 출범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61년 재무부와 기획처가 통합되어 경제기획원으로 확대 개편되었다. 본격적인 관치 금융의 시발점은 박정희 정부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조치법’으로 볼 수 있다.

1963년 당시 재무부가 관리하던 이 법률은 제1조(목적)에 “본법은 금융기관의 독점을 배제하고 대주주의 횡폭를 방지함으로써 금융의 정상화를 기하기 위하여 상법, 은행법과 한국은행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의 행사제한 등에 관하여 임시조치를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당시 이 법은 금융기관의 주주총회에서 결의한 임원의 선임 또는 개선을 한국은행 은행감독원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임원의 파면도 요건이 되면 금융당국이 할 수 있도록 규정되었다. 즉 당시 재무부가 은행들의 총수였던 셈이다.

당시 은행의 대주주가 정부였다는 점에서 개입이 더욱 쉬웠던 측면도 있다. 당시 재무부 출신들이 정계는 물론, 금융계에 진출해 권력을 장악하고 강력한 영향력(부정적 영향)을 주는 일이 많아져 일명 모피아라는 말도 탄생했다. 재무부는 기업에 대출을 지시하기도 하는 등 자원의 배분에 직접 개입을 했었다.

이후 정부조직과 금융감독체계가 여러 번 개편되면서 오늘날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으로 나뉘어졌다. 역대 대다수 정부 모두 관치금융을 자행해 왔다. 관치의 선봉에는 항상 모피아들이 있었다.

이들은 재무부로부터 출발해 재정경제원, 최근 기획재정부로 이어져 오며 금융시장에 막강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의 경우에도 기획재정부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장악하고 있고, 모피아 출신들이 주요 경제 관련 수장들을 맡고 있어 관치금융을 쉽게 할 수 있는 조직 구조가 이루어져 있다.

 

 

 

△관치 전횡 끊으려면 “금융감독기구 -> 공적 민간통합기구”

현 정부 1기 경제팀의 등장에 대해 세간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 등 위기상황인 만큼 관치의 부활을 말하기에는 성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권 출범 1년을 본 시민사회는 부활을 넘어 이제는 '관치 굳히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공정과 정의'는 모피아가 전면에 등장하며 물 건너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모피아 전성시대’는 더욱 번창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한 친서민 행보에 나설수록 관료들의 힘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민간을 다룰 줄 아는 관치 기술자인 모피아들이 필요하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서민경제 살리기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 정부 상황에서 친서민 드라이브는 불가피하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간에 대한 정부의 개입 확대를 불러오게 되고, 모피아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와 같이 재경부 고위관료들이 금융관련 공공기관, 정부가 지분을 가진 금융기관, 그리고 금융 감독기구에까지 무분별하게 재취업하는 것은 금융감독 및 금융시장의 영역에 모피아의 영향력만 부당하게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는 이같은 모피아의 전횡을 막기 위해 금융 감독기구를 공적 민간통합기구로 개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료들이 사익에 따라 경제부처와 금융감독기관 그리고 피감독기관이 인적으로 얽히게 되면, 감독정책이 왜곡될 수밖에 없고 나아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개연성마저 높다는 우려에서 나온 절충안이다.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기재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3원화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단일 감독기구에 의해 운영되어야 할 통합감독체계를 이들 세 공공기관이 관장하고 있으니 감독 기능의 기관 간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고, 문제가 생기는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세 기관이 서로 협력·견제하기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김성달 사무총장은 “금융감독당국은 기재부의 일상적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감독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전문성·중립성·책임성을 확립한 공적 민간 통합감독기구로 개편하는 등 근본적 대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상의 경제 운영은 모피아와 같은 관료들에게 맡기더라도, 개혁 과제는 외부에서 수혈한 시민단체나 학계 전문가 집단 등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피아들은 정권마다 회귀한다.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부 개입의 필요성과 관료들의 '관치기술'이 활용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시장에 자율의 끈을 놓아줄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오인 국장은 "금융위기 이후 과잉 수입된 신자유주의 병폐도 심각하지만 오래 누적된 관치경제의 폐단도 씻어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新관치 기획 시리즈 순서>


① 돌고돌아 모피아… 권력지도엔 ‘낙하산·회전문’
② 관치 기술자가 '쥐락펴락'... "정부, 금융감독서 손떼야"
③ 尹정부 취업승인율 98%… 모피아 권력지도가 바뀐다
④ 모피아와 30年 전쟁... "시민사회, 뭉쳐야 바꾼다"
⑤ 론스타 실패 반복할건가… 관치病 수술, 지금이 골든타임
⑥ “관치가 은산·금산분리 깨뜨려… 新아젠다로 퇴행 막아야”
⑦ 모피아 독식... '공정(公正)' 기대할 수 있나
⑧ 투명성 없이 관치극복 못한다… NGO 정책파워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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