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관리자
발행일 2022.09.28. 조회수 5806
칼럼

[월간경실련 2022년 9,10월호][동숭동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윤순철 사무총장



윤석열 정부는 시민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건전한 협력관계일까, 귀찮은 존재일까? 앞으로 어떻게 관계 맺기를 원할까? 윤석열 정부의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최근의 3가지 사례에서 드러나고 있다. 하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공약집에서 “시민단체의 공금 유용과 회계 부정을 방지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한 것이다.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부단체의 자금운영 투명성 강화’라며, 기부금 단체는 국민 성금을 투명하게 거두고 단체의 목적에 맞는 사업을 설계해 정해진 절차와 방법대로 지출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공약으로 ‘기부금 단체 국민참여 확인제도’를 도입하여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현장·현금 모금도 즉석에서 영수증 발급 의무화, 기부금 수입 대국민 공개, 전용계좌 미사용 시 패널티 강화, 사업별·비목별 세부 지출내역을 기부금통합관리시스템에 공개하여 국민검증 강화, 성실신고 확인제 도입을 통한 목적 내 지출 및 증빙 의무화를 제시했다. 또한 ‘불투명·무책임한 회계처리에 대한 패널티 강화’를 제시하며 회계부정·자금유용 등 불성실한 자금 흐름이 확인된 단체에 대해 3년간 국세청 개별 검증 의무화, 기부금 투명성 강화 조치 위반 시 기부금 모금 제한, 과태료 부과 등 벌칙 강화를 약속하였다. 이 공약의 실행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시민사회에 대해 권력기관인 감사원,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이 역할을 분담하여 지난 10여 년의 장부를 들춰보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지난 9월 7일 국무총리실이 입법예고 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폐지이다. 이것은 공약에 없었는데 전격적으로 추진되어 9월 중 국무회의에서 폐지가 확정될 것이다. 이 규정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등 진보와 보수정부와 무관하게 정부와 시장이 직접 나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시민의 참여와 협력적 거버넌스로 해결하려는 정책패러다임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온 결과물이다. 그동안 이 규정에 따라 시민사회위원회가 구성되어 우리사회의 첨예한 사회갈등이나 문제 발생 시 실질적인 정부와 시민사회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였고, 시민사회를 조사·연구하는 사업이 시행되었으며, 지방정부들이 시민사회 활성화나 공익활동 증진을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근거였다. 정부가 시민사회에 어떤 설명도 없이 폐지를 추진하는데 폐지의 사유가 근거 없고 명확하지 않거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추진과정도 ‘비공개’와 ‘긴급 절차’와 같이 비상식적으로 진행되고, 진보·보수정부가 활성화시켰던 민관협력과 소통의 시스템이 해체되거나, 정부·시장·시민사회라는 사회발전의 균형적 시스템이 파괴되는 등 대단히 우려스럽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대대적인 인사 개편의 시발이 되었던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시위 입체분석’이란 문건에도 드러나 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이 작성하였으나 폐기했다고 알려진 이 문건에는 대통령실 앞에서 벌어진 시위를 ‘시민단체 주도’, ‘노동조합 주도’로 구분하고 경실련 등을 ‘권력비판 시민단체’로 보면서 이 단체들은 정무적 판단에 능하고 이슈 메이킹과 여론화 작업의 전문집단으로 규정하였다. 노동자들의 시위를 ‘권리요구 노동조합’으로 분류하면서 ‘최대 10만 명 이상 효과적인 설계 및 군사훈련 진행 중’이라며 ‘일사분란하게 주차하고 대오에 맞춰 1시간 이내 집결을 목표로 한다’고 하였다. 이들이 결합하여 광우병, 탄핵촛불 등 대규모 동원과 기습 시위가 가능하기에 ‘노동조합과 권력비판 시민단체의 결합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시민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겼는데 건물만 옮기면 무엇하냐며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을 음해하는 분열·갈등·불통 정부를 비판하거나, 4기 시민사회위원회 위원들은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대통령령 폐지의 재고를 요청하며 정부-시민사회 간 정책협의회 개최를 요구하였다. 시민사회위원회 제1~4대 위원장들은 대통령령의 폐지로 인해 지난 20여 년간의 이어져 온 민관협력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규정 폐지의 재고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총리실에 전달하였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시민사회를 보는 시각이나 정책은 보다 더 뚜렷해질 것이고, 정부와 시민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긴장하며 오래 지속될 것이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국가운영에서 시민사회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를 인정하여 정책적 지원과 제도화를 통해 건강한 시민사회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동안 한국의 시민사회는 우리 사회 전반의 정치적, 경제적 민주주의를 견인하며 환경, 여성, 소비자, 지역공동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의 권리와 책임을 확장해 왔다. 앞으로도 시민사회는 정부의 입장과 무관하게 스스로 미흡함을 보완하며 드넓게 성장해 갈 것이다. 단지 정부가 시민사회를 이념적 편향성을 가진 집단으로 규정하여 그동안 어려운 가운데 가꿔온 발전의 기반을 무너뜨리지 않기를 희망한다. 특히 시민사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시민사회가 약화되고 무너질수록 정부와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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