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우려한다

관리자
발행일 2022.07.29. 조회수 7505
칼럼

[월간경실련 2022년 7,8월호 – 특집. 부자감세·재벌특혜 한번 더?(3)]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우려한다


오세형 경제정책국 부장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방향 발표가 지난 6월 23일에 있었다. 대선공약에서부터 국정과제 제시에 이어 노동정책방향 발표까지, 말로는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노동은 안보이고 기업의 이윤 극대화에만 매몰된 정책들은 아닌가 우려한다.

▲노동자의 장시간노동과 건강권 침해를 야기할 노동시간 규제완화(선택근로 정산기간 확대, 연장 근로시간 총량관리, 스타트업 및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 ▲OECD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 국가의 현실을 외면한 기업 자율중심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 법과 원칙만을 형식적으로 강조한 공정한 노사관계의 구축 등의 정책과제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의 향방을 정하는 주요 내용이었다. 이어서 윤석열 정부는 노동정책방향을 구체화하며 우선 추진 과제로 근로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을 제시하였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은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제2항은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주 40시간이 기본인 것이다. 그럼에도 2018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주 최대 68시간’이 ‘주 최대 52시간’으로 준다며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시행에 있어 몇몇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가치가 사회적 공감을 얻으며 여야 합의로 진행된 것으로,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기본적 지향에 시민 모두가 큰 틀에서는 합의한 성과였다. 그러나 이제는 ‘주 최대 92시간’의 노동강도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퍼지고 있다. 현재 주 12시간으로 되어 있는 연장근로한도 관리 단위를 월 단위로 바꾸는 내용의 노동시간 제도 개편 내용 때문이다.

물론 노동시간이 곧 임금과 연결되어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삭감에 직결되는 열악한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집중적이고 집약적인 노동시간 활용이 필요한 업계나 업종 등에서의 더 탄력적인 노동시간 운용 요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발표된 노동시간 개 편 방안의 핵심 내용인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로 변경하는 것은 특별한 제한없는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할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한 확실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남용을 막는 방식으로 유연근로제 활용이 모색되어야 한다.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은 필요하다. 과거 급격한 성장시대에 경영자 측면에서든 노동자 측면에서든 기본금액이 중심이 되는 급여체계가 아닌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 중심이 되는 복잡한 임금 체계를 선호해 온 문제도 있다. 경제성장기 장기숙련 노동을 견인하고, 나이가 듦에 따른 일반적인 지출 상승 보전과 책임감 같은 가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연공임금체계도 지금까지 순기능이 있어왔지만, 저성장이 새로운 기준인 시대와 평생직장이 사라진 현재, 그 한계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본급 중심의 임금항목 단순화, 직무 중심의 직급체계 개편에 기초한 직무와 성과 기반의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임금체계 도입은 최근 임금피크제 판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다양하고 충분한 노사합의의 장을 마련하고, 생애총임금 등을 고려하여, 저연령 노동자와 고연령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이 결국 현재 중장년 노동자의 임금삭감만을 의미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근로시간 제도나 임금체계 개편 외에도 중요한 것이 산업안전 및 산업재해 문제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있었고, 많은 노동자들과 재해사망 유가족 등의 간절한 단식투쟁 등으로 마침내 지난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된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관련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 등의 처벌과 손해배상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불확실성의 해소’나 ‘안전보건 확보의무 명확화’ 등의 표현을 하며, 경영책임자와 법인 등의 처벌 대상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어서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기준법과 같이 5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이 유보되어 있다. 노동자의 생명이 직결된 문제고, 5인 미만 사업체가 거의 80%에 가까운 현실에서,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는 생명의 소중함을 차별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50 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50억 원 미만의 공사)은 3년간 적용이 유예되어 있다. 경영책임자나 법인에 대한 처벌 수위도 최초의 도입 추진시기보다 낮아 졌다.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형량도 최초 논의되었던 3~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1년 이상으로 낮춰졌고, 법인에 대한 벌금형도 하한이 없어지고 매출액의 일정 범위 내의 금액으로 가중이 가능하도록 했던 조항도 삭제되었다. 최소한의 하한을 통한 솜방망이 처벌의 위험을 막고자 한 내용도 없어진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금액으로만 평가될 순 없지만, 상당한 손해배상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하한이 없는 것으로 되었고, 그 상한인 손해액의 5배 범위도 적절한 배상범위인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이미 여러 문제점이 있어 실효성 제 고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함에도 법의 효능감을 오히려 감소시키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걱정된다.

지난 7월 18일에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첫 회의를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얼마의 기간(주·월) 동안 몇 시간의 연장근로를 가능하게 할지 ▲어떤 경우에 연속휴식을 보장할지 ▲연장근로 단위기간 변경을 노동자 개별동의로 할지 집단동의로 할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한다. 임금체계 개편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참여자 명단이나, 운용기간 등을 고려할 때, 결국 특정방향성을 정해놓고, 그 방향의 결과를 유도할 우려도 크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이어 노동정책방향까지 주요 정책기조가 확실해지고 있다.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재벌특혜·규제완화·부자감세’라는 비판이 있었다. 겉으로는 꼭 필요한 개혁적인 노동정책방안을 제시하는 것 같지만, 노동 현실을 외면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 아닌지 하는 우려가 크다. 윤석열 정부는 전세계적 물가상승과 경기침체의 경제 위기를 넘기 위한 노사 상생의 기반을 다지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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