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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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리해고 없이도 위기 넘길 수 있다

양혁승 경실련 정책위원장·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인력 구조 조정이 유일한 생존 대책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던 외환위기 당시 시류를 거스른 기업들이 있었다. 예컨대 국내 Y기업은 감원 대신 여유 인력을 혁신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선택을 했다. 수요 감소로 인해 공장 가동률을 줄여야 할 상황에서 인력 대신 생산 라인의 수를 줄이고, 그로 인해 남는 여유 인력을 활용해 3조 3교대제를 4조 3교대제로 전환했다. 그로부터 생겨난 여유조를 활용해 ‘일-휴식을 통한 에너지 재충전-학습을 통한 역량 계발’로 이어지는 인력 운용 체계를 구축했다. 결과적으로 그 기업은 높은 역량과 헌신으로 무장된 인적 자산을 토대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 기반을 확고하게 다지게 되었다. 역량·헌신 제고로 노동생산성 높일 수 있어 1997년 외환위기 못지않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인력 구조 조정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것인지, 아니면 인력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인적 자산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우위 확보의 전기로 삼을 것인지. 정리해고가 단기적으로 비용을 줄여주고 노동생산성 지수를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남아 있는 인력에게 업무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그 결과 노동생산성이 다시 떨어지는 악순환의 결과를 낳게 된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인해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헌신도가 추락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위기 국면이 지나가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오더라도 근시안적 대응으로 위기를 넘긴 기업들은 우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회를 놓치게 된다. 새로운 상생 인력운영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지식 기반 경제 시대에는 지식 근로자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직원들을 지식근로자로 전환시키고 그들이 자신들의 역량과 열정을 쏟아부어 일할 수 있도록 하려면 경영진이 직원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말로써가 아니라...

발행일 2008.12.02.

칼럼
거품은 빼야 한다

최정표 경실련 상임집행위원·건국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영국 런던은 고물가로 악명이 높다. 런던을 방문하는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물가에 경악한다. 그런데 서울이 런던, 도쿄 등과 어깨를 겨눌 정도로 물가가 올라 버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도쿄는 서울 물가의 3배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서울 물가가 도쿄에 필적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것은 몰라도 물가는 이들을 따라가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건설ㆍ부동산 활성화는 재앙 전략 서울의 물가가 높은 이유는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높으면 모든 임대료가 올라가고, 연쇄적으로 임금까지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물가가 안 오르고 배길 수 없다. 땅값이 오르면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은 오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의 부동산 값에는 분명히 거품이 있다. 공중에 떠있는 아파트 값이 50억 원에 이르고 있을 정도이니 거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골프장 회원권 값이 15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 이것은 거품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그것도 불과 몇 년 사이에 3배나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생산성이 그렇게 오른 것은 결코 아니다. 한때 도쿄의 아파트 가격이 100억 원에 육박할 때가 있었다. 주가지수가 3만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거품 붕괴와 더불어 도쿄의 부동산 값은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주가는 1만 아래로 내려앉았다. 물가도 내려갔다. 성장률은 제로이다.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산 증거이다. 거품에 대한 처방은 세 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다. 거품을 계속 유지하거나 더 키우는 것, 거품을 서서히 꺼트려 나가는 것, 거품을 갑자기 꺼트리는 것 등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계경제의 위기 때문에 거품에 대한 처방을 내야 할 입장에 처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거품부터 꺼지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도 여러 곳에서 그런 징후가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기조는 그 거품을 계속 유지하거나 더 키워 보려는 방향인 것 같아 걱...

발행일 2008.11.25.

칼럼
시장을 악용하는 시장 지상주의자들

양혁승 경실련 정책위원장·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지금 우리는 1929년 대공황 이래 70여 년 만에 정상적 규제 장치 없이 운영되어온 자유방임적 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켰을 때 그로부터 발원된 쓰나미의 파괴력이 어떠한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사태를 목도하고 있다. 이번의 위기는 시장에 대한 과신을 앞세우며 1980년대 이래 전세계적 유행이 되다시피 한 신자유주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등에 업고 시장에 대한 규제를 최대한 철폐해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상태에서 맞이하는 사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와 시사점은 매우 크다. 사실 시장 메커니즘은 인류가 고안한 것들 중 인류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대표적 시스템임에 틀림없다. 시장 메커니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 대해 크게 이의를 달 사람은 우리 사회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방임된 시장은 심각한 폐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사전에 예방하고 시장 메커니즘의 순기능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시장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도 이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우리 정부는 시장 지상주의자들의 옹호자 내지는 선도자임을 자임하며 시장이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정상적 규제까지 철폐하는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과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키게 될 총액출자제한제도 철폐,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산업 자본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은행까지 지배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금산 분리 완화, 자연 독점 상태에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같은 공기업의 민영화 등이 일부 예에 해당한다. 시장의 도덕적 해이 부추길 수 있는 조치들 양산 그뿐만이 아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동산시장의 거품에 편승해 고분양가를 고집하다가 미분양 사태에 직면한 건설업체들을 살려내겠다고 국민의 세금을 쏟아부으면서 그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가 하면, 비정상적인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것을 막기...

발행일 2008.11.07.

칼럼
강만수 경제팀, 시장신뢰 완전히 상실한 상태

권영준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경희대학교 국제경영학부 지난 10월 27일(월), 권영준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경희대 국제경영학부)이 C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드러난 현 경제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을 지적하고, 주가폭락과 환율급등과 같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되고 있는 현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경제팀의 교체, ▲재정 건정성만 훼손하게 될 감세정책의 재고(再考),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자본시장 직접적 통제와 미국과 크레디트라인 조성 등을 주문하였습니다.  -쇠고기파동 때보다 더 소통부재의 상태 -대통령의 현실인식 너무 안이해 -감세해서 소비진작? 감세헤택 대한민국 10% 미만 -자본통제,외환의 집중통제를 통해 외환시장의 안정이 급선무 -지금 우리경제 대형교통사고나 수술대 위에 환자 누워있는 상태 ▶ 진행 : 고성국박사(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 ▶ 출연 :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권영준 교수 오늘 한국은행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충격요법을 처방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제는 두려움'이라면서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펼쳤습니다. 이같은 조치로 과연 시장의 신뢰가 회복될지 경희대 국제경제학부 권영준 교수로부터 말씀 듣겠습니다. (이하 인터뷰 내용) ▶ 진행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0.75% 인하했는데요. 이번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권영준 교수(이하 권교수) : 외환시장이 정상적일 땐 실물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될 수 있는데요. 외환시장이 불안정할 때, 즉 지금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서 계속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팔고 나갈 땐 금리인하가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게 금리평형설에 의한 이론입니다. 그래서 우리 외환시장에선 부정적 또는 중립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일단 20원 가량 환율이 상승하면서 전혀 약발...

발행일 2008.10.30.

칼럼
“강만수 경제팀 개편, 지금도 늦었다”

권영준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경희대학교 국제경영학부  미국발 금융위기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환율과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도 1997년 IMF 외환위기와 맞먹을 정도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며, 정부가 취해야 할 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권영준 경희대 교수(경영학)가 위기 속의 한국 경제를 진단했다. ‘Weekly경향’은 10월 15일 권 교수를 만났다. 그는 지난 대통령선거때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제2공약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 이번 금융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미국발 금융위기는 매우 특이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엔 실물경제가 금융시장의 위기를 촉발한 것이다. 금융시장 자체가 문제가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실대출로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에 과잉유동성,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감독 부실 등이 한꺼번에 터졌다. 거기다가 시장과 시장, 시장과 국가, 국가와 국가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전무후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금융의 쓰나미가 세계의 IMF 사태를 맞게 한 것이다.” ▶ 무엇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금융위기가 금융경색으로 전이되면 실물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한국에선 이미 흑자도산하는 중소기업이 속출하는 등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감독원이 키코(KIKO)와 같은 무책임한 투기 상품을 헷지상품이라고 강권한 은행에 대한 감독을 방기한 데 책임이 크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권의 자금 흐름이 원활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자금이 숨통을 틀 수 있도록 신용보증은 물론 원화 및 외화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를 해야 한다.” ▶ 전 세계 금융위기 사태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평가한다면. “정부 정책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9월 위기설은 정부 관계자 입에서 나온 얘...

발행일 2008.10.24.

칼럼
경제, 정말 위험하다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경원대학교 경제학과 한국 경제가 위험하다. 각국 중앙은행의 자금지원에도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의 위험도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말레이시아나 태국보다 더 나쁘게 평가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시장의 규모가 크고 외국인 비중이 높은 탓에 대규모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 대통령 제대로 보고 받는지…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언론이 마비되었다. 일부 언론은 정부의 낙관적 전망만을 반복하고, 방송을 장악하려는 정부의 기도로 공영방송은 기능을 상실했다. 위기의 순간에 언론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 처음 폴슨 대책이 나왔을 때 언론이 문제점을 지적했고 시장의 부정적 반응으로 이어져,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과 서민 지원을 포함하는 개선안이 조속히 제시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경직된 경제관료들과 마비된 언론기능으로 인해 위기대책의 공론화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서슬 푸른 정부의 살기가 휩쓸고 간 국책연구소장들도, 정부 눈치 보기에 바쁜 경제학자들도 모두 조용하다. 대통령은 제대로 보고를 받고 있을까?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한국 경제 정말 위험하다. 외환위기와 미국의 경험은 공적 자금 투입시 시장원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국내 은행의 외채를 보증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정책이지만, 은행 스스로 자금을 구하도록 액수에 따라 차등 보증료를 부과하는 대책은 빠졌다. 높은 금리로 무제한 자금을 공급하고 그것이 부족하면 정부의 자본확충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교과서적 위기대처 방안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원칙이 무시되면 건설회사의 미분양주택을 구입하는 것도 특혜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덧없이 국민의 세금을 퍼주는 한국 경제, 위험하고 또 위험하다. 현재 선진국들은 상호 통화 스와프 규모를 무제한으로 늘리는 한편 은행의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이라는 시장 안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자국 통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

발행일 2008.10.22.

칼럼
신뢰 잃은 정부 시장의 반란을 어쩌나

양혁승 경실련 정책위원장·연세대학교 경영학부 “9월 금융위기설은 괴담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며 외환보유고도 충분하다.” “현재의 상황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는 많이 다르다.” 이상은 근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정부 당국자들이 한 말이다. 해외 신용평가 기관이나 국내 전문가들도 객관적 사실에만 근거해 판단할 경우 우리 경제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의 파고가 매우 높기는 해도 우리 경제의 기초 체질이 강해졌고,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까지 내몰리지 않도록 방어할 수 있는 정도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릴 정도로 심상치 않게 요동치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약 8개월 만에 환율이 9백30원대에서 1천4백원대로 50% 이상 폭등했다. 최근 들어서는 하루의 변동 폭이 갈수록 커지는 등 외환시장이 심각한 기능 장애 상태에 들어섰다.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어 있다. 정부·여당은 대외 환경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그렇다고 강변한다. 대외 여건 때문이라는 문제 인식은 “우리 정부가 긴급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선제 대응을 잘하고 있다. 한국의 물가와 환율, 주가의 충격이 다른 국가들보다 작은 편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대통령의 말 속에서도 묻어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8월 말 이후 지난 10월6일까지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무려 16%나 폭락했지만, 우리보다 외환보유액도 적고 경제 규모가 작은 싱가포르는 2.6%, 말레이시아 2.4%, 인도네시아는 3.1% 떨어지는 데 그쳤다. 오히려 같은 기간 일본 엔화의 가치는 4.2% 올랐다. 이는 대외 여건의 악화만으로 현재 우리 외환시장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설명할 수 없다는 반증이다.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 안 보여 문제의 핵심...

발행일 2008.10.16.

칼럼
규제완화 ‘덫’에 빠질라

강철규 경실련 공동대표·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도 주가폭락, 환율급등, 물가불안을 수반한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997년 금융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이룬 금융감독의 강화와 기업재무구조의 건실화로 미국처럼 금융회사의 도산과 구조조정까지는 가지 않고 있는 점이다. 2000억달러 이상 축적한 외환보유액 덕분에 국가신용도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산업자본주의를 넘어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와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보듯이 미국의 전통산업은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 정보기술(IT)산업과 더불어 금융산업이 등장한 것이다. 제조업 전체 부가가치에 대한 금융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한국은 3분의 1 이하인데 반해 미국은 3분의 2 이상이나 된다. 미국 금융자본주의의 특성은 첫째로 금융업무 영역의 과감한 철폐와 금융상품의 자유화 등 대폭적인 규제완화, 둘째로 대형의 금융투자회사들의 출현, 셋째로 기업직접금융의 보완업무를 넘어서 스스로 투자사업에도 진출한 것 등이다. 이러한 직접투자 사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위험이 증가했다. 대형화한 금융투자회사들이 온갖 종류의 금융상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판매하게 한 것은 대폭적인 규제완화이다. 그런데 규제완화에 비해 건전성 감독과 신뢰도 평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시스템은 아직도 정립되어 있지 않거나 부실한 상태이다. 미국 비우량주택담보대출에서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한 것이나 세계시장을 상대로 판매한 각종 파생상품의 파탄으로 금융사들이 도산한 것은 주택가격과 주가하락에도 원인이 있으나 견제장치 없이 지나치게 규제가 풀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제금융자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물좋은 시장’이라고 할 수있다. 각종 금융상품을 쉽게 판매, 회수할 수 있고 시장규모도 적절히 크며 마진도 높다. 이 때문에 한국 경제는 실물경제의 건전성 여부와 관계없이 큰 충격을...

발행일 2008.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