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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안전’, ‘안보’, ‘보안’이 모두 security인 이유?

[월간경실련 2023년 5,6월호] [전문가칼럼] ‘안전’, ‘안보’, ‘보안’이 모두 security인 이유?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뉴스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기계에 손이 끼이고, 하역 중 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도로와 지하철, 그리고 건설현장에서 끊임없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 곳곳에서 항상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안전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고, 집단이 해체되지 않고 존속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그래서 안전 수칙을 마련하고 안전 교육을 시키며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사회 전반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말의 ‘안전’(安全)이라는 말은 그 쓰임의 영역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흥미로운 사실이 관찰된다. ‘안전’이 국가와 결합할 때는 특별히 ‘안보’(安保)라는 말을 즐겨 쓴다. ‘국가 안보’, ‘안보 협력’, ‘안보 태세 확립’ 등과 같이 말이다. 물론 ‘안전 보장’의 줄임말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정보 통신 분야로 가면 ‘보안’(保安)이라는 말로 이름이 바뀐다. ‘컴퓨터 보안’, ‘컴퓨터 보안업체’, ‘사이버 보안’ 등과 같이 흔히 쓰인다. 왜 그럴까? 이때의 ‘보안’은 비밀을 유지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물리적인 위험뿐 아니라 조직 내의 비밀을 빼내 가려는 위험도 그 조직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비밀 유지로서의 ‘보안’은 ‘보안 유지’, ‘보안상의 이유로’, ‘보안에 철저를 기하다’, ‘기밀문서의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 등과 같이 쓰임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보안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많이 쓰였는데, 그 의미는 ‘사회의 안전을 위한 질서의 보호’라는 뜻이었다. 즉 ‘치안’이라는 개념이었다. 이 같은 의미는 ‘보안관’, ‘보안요원’, ‘보안부대’, ‘보안 사령부’ 등에서 볼 수 있다. ‘안전’이건 ‘안보’건 ‘보안’이건 그 중심은 역시 ‘안전’이다. 사실 영어에서는 이 세 단어의 의미가 모두 security 하나로 실현되는 것을 ...

발행일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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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도시혁신은 규제완화인가?

[월간경실련 2023년 5,6월호] [특집.윤석열 정부 1년을 돌아보다(6)]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도시혁신은 규제완화인가?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부장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도시정책은 국토부가 지난 1월 6일 발표한 「도시계획 혁신방안」이 아닐까 싶다. 혁신방안의 핵심은 혁신구역으로 지정하면 용적률과 건폐율, 사용 용도에 관한 도시계획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국토를 ‘先계획, 後개발’하겠다는 국토계획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고 우리나라 도시계획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안이다. 10년 뒤, 20년 뒤의 도시를 내다보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존의 체계를 무시하고 혁신구역을 지정해 무제한의 개발을 하게 한다면 지금 당장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무분별한 개발로 망가진 도시의 미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서울시도 용산과 여의도 등 도시계획 혁신구역을 적용해 고밀 개발을 하겠다는 발표를 연이어 내놓았다. 큰 틀에서의 도시계획을 무시하고 도심 안에 구멍을 뚫어 고밀 개발할 경우 도시에 미치는 교통, 재난, 여러 가지 밀도 문제와 가장 큰 문제는 대도시 집중의 이런 정책이 대도시, 수도권의 인구를 급속히 빨아들임으로써 국가가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균형발전이나 지역의 혁신에 대한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여 지방소멸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너무도 크다는 점이다.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낙후된 도시를 개선하고, 필요에 따라 혁신을 위한 개발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정책으로 도시계획의 체계를 흔드는 것도 문제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선심성 지정이 될 우려도 매우 크다. 정부는 도시 전체 관리와 도시계획에 미칠 영향 등을 신중히 고려해 도시계획 혁신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도시개혁센터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재생분과, 안전분과, 교통분과에서 각 분야별로 평가를 진행했다. <도시재생> 사업 이행과 집행에 주...

발행일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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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안전한 사회를 위하여

[월간경실련 2022년 11,12월호 – 특집. 이번이 마지막이길...(4)] 안전한 사회를 위하여 김정곤 도시개혁센터 안전분과장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에 주말을 즐기기 위해 찾은 많은 젊은이들이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사고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치는 대형재난이 일어나고 말았다. 현재 우리사회는 이태원참사(또는 10.29참사)라는 매우 슬프고도 충격적인 일에 대해서 그 후속처리를 놓고 사회 전체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합의를 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소나기만 피해가자는 식으로 재난에 대처해서는 재난의 재발을 막을 수 없으며, 철저한 원인규명과 구조적 개선을 통해서 접근해야만 한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태원참사에 대하여 압사자체에 대한 다양한 원인분석을 내놓기도 하고 좁은 골목길과 정비되지 않은 도시구조 등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예방적 차원에서 경찰 등 안전관리 인력 배치가 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크게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것들을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직접요인으로 본다면, 여기서는 사고의 간접적인 요인이 되는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잠재적인 재난원인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선진국 수준의 삶의 질을 기대하게 되었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선진국에 있어서 국민의 안전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며, 안전은 넓게 보면 사회보장서 비스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안전은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만큼 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안전관련 인력과 비용의 투자를 아까워하고 선제적인 안전관리를 하지 않는 등 안전에 소홀해지는 경우 그 효과는 바로 결과로 나타난다. 어느...

발행일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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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대형참사 그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월간경실련 2021년 7,8월호 – 특집. 오늘도 무사히(2)] 대형참사 그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황지욱 경실련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20세기 성장하는 산업사회를 만들어 놓았던 대한민국, 그리고 마침내 대한민국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로부터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 그룹에 속한다고 인정받게 되었다.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래 개도국이 선진국으로 지위 변경을 이룬 것은 대한민국이 처음이란 기사였다. 뿌듯하면서 자랑스럽기도 하다. 20세기에 학교를 다니면서 방송을 통해 그리고 학교 교육을 통해 그렇게 들어온 ‘조국의 역군’들께서 얼마나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길이길이 빛날 조국 근대화를 위해 몸 바쳐 헌신한 결과물이던가? 그런데 지금 소환한 ‘조국의 역군’이란 표현, 이는 나라의 발전을 위해 정말 몸 바쳐 일해온 우리의 부모 세대와 선배들을 높여드리는 표현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저 일벌레처럼 온통 나라가 정해놓은 목표에 매몰되어 자신의 삶도 없이 살아야 했던 권위주의시대 그리고 성장지상주의시대 서민의 일상을 표현한 산물처럼도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서글픈 마음도 지울 수 없다. 그런 서민들이 당시에 가장 크게 바라던, 아니 어쩌면 가장 소박하게 바라던 삶은 무엇이었나? 척박해 보이던 시골을 떠나 대도시라는 곳에 정착해서 아주 크지는 않아도 번듯한 집 한 채 갖고 안정적으로 사는 것은 아니었을까? 번듯해 보이는 직장에 다니며 아들딸 낳아서 오순도순 사는 삶, 이것이 서민들의 바람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도시는 밝은 꿈을 꾸기에 너무도 많은 아픔을 품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방송을 통해 보고 들었던 잊혀지지 않는 사건과 사고가 있다. 한쪽에서는 100억 달러 수출 달성을 외쳐댔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끊임없는 사건사고로 몸서리쳐야 했다. 1970년 4월 8일 와우(臥牛)아파트가 붕괴되었다. 아파트 이름 그대로 아파트가 통째로 누워버렸다. 1971년 12월...

발행일 2021.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