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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돋다] 두 사람, 제시와 박문자

[월간경실련 2024년 5,6월호][BOOK돋다] 두 사람, 제시와 박문자 - <제시의 일기>, 그리고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 이성윤 회원미디어팀 팀장  제시와 박문자, 여러분은 혹시 이 두 사람을 알고 계신가요? 이방인의 이름을 가진 한국인 제시, 그리고 한국인의 이름을 가진 일본인 박문자. 이번 호에서는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아온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통해서 그들이 살아간 시대와 삶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전쟁 속에서 피어난 희망, <제시의 일기>  “1938년 7월 4일, 중국 호남성 장사, 제시가 내게 온 것은 음력으로 6월 7일 아침이다.”1)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중국 호남성 장사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제시. 이름만 봐서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이 아이가 바로 오늘 소개할 책의 주인공입니다. 성까지 더하면 양제시. 이 아이는 임시정부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양우조, 최선화 부부의 첫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임시정부는 중일전쟁의 포화를 피해 피난을 다니고 있었는데요. 그 와중에도 희망처럼 한 아이가 태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제시가 태어난 지 보름만에 또 다시 피난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그리고 해방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 이곳저곳을 떠돌며 피난생활을 하며 지내야 했는데요. 이 목숨이 오가는 와중에도 양우조, 최선화 선생은 아이의 성장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해두었습니다. 이렇게 쓰인 기록이 바로 오늘 소개할 책 <제시의 일기>입니다.  이 책은 일종의 육아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적인 독립운동가의 모습이 아닌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밖에서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독립운동가였지만, 집에서는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초보 엄마, 아빠였나 봅니다. 내용 중에는 육아의 고충들도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이외에도 어려운 피난 생활 속에서 먹거리를 걱정하는 모습...

발행일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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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돋다] SF는 핑계고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BOOK돋다] SF는 핑계고 - <천 개의 파랑>, 그리고 <나인> - 이성윤 회원미디어팀 팀장  여러분은 SF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우주를 누비는 우주선이나 외계인, 시공간을 넘나드는 웜홀이나 타임머신, 혹은 기계가 점령해버린 인류의 모습 같은 것이 생각날 텐데요. 이러한 장면이 담긴 SF소설, SF영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장르입니다. 그런데 SF장르의 대표적인 작품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해외에서 만들어진 영화나 소설들을 이야기할 겁니다. 예를 들면 <매트릭스>나 <스타워즈> 시리즈 같은 것들 말이죠.  그러면 ‘우리나라의 SF 소설이나 영화가 없는 걸까’하고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흥행에 실패했지만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영화들도 있었고, 오래된 애니메이션인 <2020 우주의 원더키디> 같은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SF하면 단번에 떠올릴 만한 작품은 딱히 없었고, 흥행을 보장하는 주류의 장르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점에 가면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의 SF소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SF장르의 대표적인 작가인 천선란 작가의 소설 두 권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인간보다 인간 같은, <천 개의 파랑>  먼저 소개할 책은 <천 개의 파랑>입니다. 경마를 위해 만들어진 기수 휴머노이드 ‘C-27’, 그리고 그와 함께 했던 말 ‘투데이’는 마지막 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둘 모두에게 마지막에 될 수 있는 한 번의 질주, 최후의 순간을 앞둔 ‘C-27’은 이 기적 같은 질주를 만들어 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C-27’, 훗날 콜리로 불리게 될 이 휴머노이드는 경마에 사용될 기수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제조과정의 실수로 학습 휴머노이드에게 들어가야 할 칩이 잘못 들어가게 되죠. 그래서 다른 기수 휴머노이드와 조금 달랐지만,...

발행일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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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돋다] ‘믿음’을 믿으십니까?

[월간경실련 2024년 1,2월호][BOOK돋다] ‘믿음’을 믿으십니까? - <탱크>, 그리고 <불타는 작품> - 이성윤 회원미디어팀장  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목표를 세우셨나요? 아니면 어떤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시나요? 새해 첫날이 되면 많은 사람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해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고,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 누군가는 각자의 신이 있는 공간에서 새해의 소망을 기도하기도 합니다.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도에는 그만큼의 믿음이 담겨 있겠죠. 이번에는 새해를 맞아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것은 믿음에 관한 이야기, <탱크>  먼저 만나볼 책은 김희재 작가의 <탱크>입니다. 탱크라는 단어는 크게 두 가지로 사용됩니다. 아마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전차인 탱크일 겁니다. 그리고 물탱크라고 할 때 쓰는 탱크도 생각이 날 겁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탱크’는 이 두 가지와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여기서 ‘탱크’는 소설 속 인물들이 기도를 하는 공간의 이름입니다.  탱크는 루벤이라는 한 소년에 의해서 시작됩니다. 소년은 누구나 혼자 와서 기도할 수 있는 컨테이너를 만들고 이를 탱크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던 공간을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기도하는 것들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신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탱크는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가게 됩니다. 출장을 갔다가 루벤을 만나서 이야기를 전해 들은 황영경은 한국에도 탱크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 탱크를 찾는 도선, 둡둡, 양우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난 화재, 그렇게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가 소설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탱크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탱크는 신화인가, 사이비인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탱크는 그저...

발행일 2024.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