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집값 안정 효과 없이 서울 과밀화만 부추기는 그린벨트 해제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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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9-26 조회수 18796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9,10월호][시사포커스(3)]

집값 안정 효과 없이 서울 과밀화만 부추기는

그린벨트 해제 즉각 중단하라!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부장

 정부가 지난 8월 8일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에 서울·수도권 신규택지 8만호 추진을 위해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선호도 높은 서울·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작년 1.10대책에서 발표한 2만호에서 4배 규모인 8만호로 늘리고 이를 위해 그린벨트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서울과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는 주택공급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수도권 허파인 그린벨트를 한 평도 훼손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린벨트 풀어 집값 잡겠다는 것은 어불성설

 단순히 집값상승 때문에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풀어서 택지를 조성하고,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논리는 허울뿐, 실질적 문제해결과는 관계가 크지 않다. 이미 수십 년에 걸쳐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해왔는데, 지금 결과적으로 집값은 상상 이상으로 폭등하여 왔을 뿐이다. 또한 지금 계획하더라도 실효적 공급은 6~7년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집값 상승을 잡는다는 표면적 이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 이미 검증된 실패한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판교와 위례 등 신도시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었으나 수도권 땅값이 요동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그린벨트를 풀어 세곡동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였으나 주택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과 맞물려 오히려 로또 아파트로 전락했다. 직전 문재인 정부 때도 2020년 8·4대책 중 하나로 그린벨트가 포함된 강북 노원구의 육사 태릉 골프장 부지를 주택공급에 활용한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후 주민들과 시의원, 국방부 등의 반대로 최초 1만가구 공급에서 6,800가구로 공급 계획이 변경되었고, 지금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집값 안정 효과 없는 공급확대를 위해 수도권 허파인 그린벨트를 한 평도 허물어서는 안 된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이자 도시 삶의 환경, 생태, 안전을 지키는 장치이다.

서울, 수도권 과밀화 부추겨 국토 균형발전에도 역행

 전국 인구 중 수도권 인구 비율이 50%를 넘어서 수도권 초집중화가 심각한 가운데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정책은 또다시 서울과 수도권 외연을 넓히고 수도권으로의 과밀과 집중을 부추기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지방도시의 인구감소가 이미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토정책의 주요 근간 중 하나인 국토균형개발을 위해서는 지방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정책 개발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수도권의 주택공급정책 등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유발하는 정책은 오히려 집값 안정에 역행하며,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토를 수도권으로 한정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8.8대책에 이어 서울시도 지난 9일 신혼부부 등 미래세대 주택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요청에 강하게 거부해야 할 서울시장이 정부와 이미 짜맞춘 듯한 억지 논리로 서울시 그린벨트 훼손에 앞장서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경실련은 강한 유감을 표하며 오세훈 시장에게 그린벨트 해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 그린벨트는 현재 25개 자치구 중 6개구 를 제외한 19개 구의 외곽지역에 총 149㎢ 규모가 남아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을 공급하고, 해제지는 관리되지 못한 훼손지 등 보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훼손되지 않고 보존된 그린벨트가 어디인지 서울시에 되묻고 싶다. 오히려 서울시는 그린벨트가 훼손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방임에 대해 책임지고, 그린벨트 훼손이 아닌 그린벨트 보호와 보존 그리고 훼손지 복원을 위한 전방위적 대책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투기수요만 배불리고 과밀화를 조장하는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발표에 대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주택입지로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방식의 공급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될 것이다. 그렇게까지 그린벨트를 훼손해가면서 주택을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인지 전문적 정책 수립기관으로서 책임있는 견해를 밝혀야 한다. 서울시에 주택을 공급하는 SH도 서울시 공급정책을 추종만 하지 말고, 그린벨트를 존치할 수 있는 정책적 제안과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정책 즉각 철회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민생토론회에서 비수도권 그린벨트 1~2등급지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3월에도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하며 그린벨트를 역대 정부 대비 최고 수준으로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동안 지켜온 원칙을 무너트리는 것도 모자라 주택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까지 풀겠다는 정부 정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그린벨트 지정권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 에 관한 법률」 제38조에 따른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국토부 장관은 과거 그린벨트를 풀어서 집값을 잡은 사례가 있었는지 하나라도 제시해보길 바란다. 오히려 과거 수많은 실패 사례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과 도시확산, 녹지공간의 감소, 그리고 미래세대에 대한 무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가 사용해야 할 녹지와 그 주변지역에 무분별한 개발을 허용하여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국가의 지도자로서 피해야 할 잘못된 정책이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생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국토를 미래세대에 남겨주기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지켜왔던 정책이다. 경실련은 정부가 이제라도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그린벨트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확대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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