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대선개혁과제] 20대 대선, 공직사회 개혁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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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2.16. 조회수 9288
칼럼

[월간경실련 2022년 대선특집호]

20대 대선, 공직사회 개혁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정택수 정책국 부장


최근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의 높은 위상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우리 국민은 높은 시민의식과 민주주의 역량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루었고 세계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 후 꾸준히 누적된 경제적·문화적 성과들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지만, 그만큼 국민이 처한 현실도 나아졌는지 묻는다면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벌어진 부동산 가격 폭등은 고질적인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 직격탄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서민들이 빈곤층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일부 공직자들의 행태는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각종 구태와 내로남불 행태를 서슴지 않으며 계층과 진영 간의 불신을 확대시켰습니다. 지난해 벌어진 LH직원의 부동산 투기, 대장동 사태 등은 국민의 분노를 절정에 이르게 했습니다. 공직자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반복되자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국민의 갈망은 과거보다도 훨씬 높아졌습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국론을 모아야 하는 지금, 공직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는 일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20대 대선은 공직자들의 권력남용과 사리사욕 추구를 방지하고, 오직 국민을 위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경실 련은 20대 대선을 공직사회 개혁을 향한 출발점으로 만들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개혁제도들을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합니다.


첫째,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공직자 재산 신고제도 강화를 제안합니다.

공직자 재산신고제도는 공직자가 권한을 악용하여 함부로 이윤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직자는 재산신고가 의무이며, 1급 이상 공직자는 재산내역을 일반에 공개해야 합니다. 그러나 많 은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본연의 목적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5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집값은 끝을 모르고 폭등했습니다. 이제 많은 국민이 정부가 애초부터 집값 잡을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집값 잡는 정책이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공직자의 부동산 재산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부동산 투기가 만연한 우리나라의 실정상 부동산 재산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을 통해 이윤을 거두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경실련이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내역을 분석해본 결과, 고위공직자의 평균 부동산 자산은 국민 평균 3억의 3~4배에 달하며 상당수가 다주택 보유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부자 공직자들이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수억 원 이상의 이득을 올린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과연 집값 폭등에 의한 국민의 고통을 이해하고,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재산신고 내역마저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현행법에는 부동산 재산을 실거래가격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없습니다. 공직자들은 이를 악용하여 시세가 아닌 공시가로 재산신고를 하고 있습니다. 공시지가(땅값)는 시세반영률이 40~50%에 불과하며, 공시가격(땅값+건물값)은 시세반영률이 60%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공시가 재산 신고는 재산을 축소하는 효과를 일으킵니다.


게다가 가족의 재산은 독립생계유지, 타인부양 등을 이유로 고지거부 할 수 있습니다. 재산고지를 거부한 가족이 부동산 투기를 한 혐의가 드러나면 공직자로서 도덕성 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재산을 가족의 명의로 변경한 뒤 고지를 거부하면 재산은닉을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윤희숙 전 의원, 자녀의 50억 퇴직금 논란으로 사퇴한 곽상도 전 의원 등이 해당 가족의 재산을 고지거부했으나 추후 문제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입니다.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고, 사심 없이 집값 잡는 정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투명한 재산신고 제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을 4급으로 확대하고, 재산신고시 공시가와 시장가격의 병기를 의무화하여 재산축소신고를 방지해야 합니다. 재산은닉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고지거부는 폐지하며, 공직자 재산 형성과정 관련 자료 제출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또한 고위공직자의 임대사업자 겸직을 금지하고, 1급 이상 공직자는 다주택 소유를 엄격히 규제하여 공직자들이 공정한 직무수행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둘째, 공직사회의 오랜 폐단인 전관예우를 퇴출을 제안합니다.

검찰 및 법원 출신 고위직들이 퇴직 후 대형로펌에 거액의 돈을 받고 영입되어 단기간 내에 엄청난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뉴스는 지금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법조인들 사이에서 전관예우는 형사사건이나 개인 간의 민사사건뿐만 아니라, 기업 관련 중요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도 존재한다는 인식이 퍼져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재판 승소를 위해 너도나도 전관 변호사를 모시기 위해 거액을 치르고 있습니다.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권순일 전 대법관을 비롯해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검사 출신인 곽상도 전 국회의원과 이경재 변호사 등 법조계 유력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공직 퇴임 변호사가 일반 기업체 등에 고용된 상태로 거액의 대가를 받는 형태의 전관예우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전관예우 사례들은 결국 법원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켜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조세 포탈이나 수임제한을 피하기 위해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선임서나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고 변호하거나 사건을 대리하는 ‘몰래변론’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2016년경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모 기업대표를 몰래 변론한 사건은 대표적인 사건으로 거론됩니다. 작년 12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2명이 몰래변론 혐의로 최초 구속기소 되었으나 실효성이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퇴직 1년 전부터 근무한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 할 수 없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5년 전부터 ‘취업심사대상기관’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직 퇴임변호사 수임 및 취업 제한 기간이 너무 짧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변호사법상의 수임 제한 기간을 퇴직 3년 전부터 근무한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일부터 3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하며, 공직자윤리법상의 취업제한 기간은 퇴직 5년 전부터 취업대상 심사기관에 퇴직일부터 5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연장해야 합니다. 대장동 사건과 같이 일반 기업체 등에 전관을 고용하여 악용하는 사례를 예방하기 위하여 공직 퇴임 변호사는 송무사건 뿐만 아니라 자문사건을 수임 하는 경우에도 법조윤리협의회에 자료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현재 수임제한기간을 위반하거나 자료제출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과태료는 처벌효과가 떨어지므로 변호사와 법무법인 등을 함께 처벌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규제가 가능할 것입니다. 몰래변론의 경우 현행법도 징역 또는 형사처 벌을 규정하고는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므로 처벌수위를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관 변호사 배출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공직자 검증 및 청문 시스템 강화로 정부 인사를 체계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인사청문회 도입 이전까지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결정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으로 인정되어 왔습니다. 인사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다보니 정책적·도덕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인물이 고위공직자로 임명될 경우 정부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문제가 되는 공직자를 언제든 경질할 수 있지만, 빈번한 인사 교체는 국정운영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훼손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2000년 인사청문회가 도입되었지만 그 대상은 국무총리·감사원장·헌법재판소장 등으로 한정되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 국적문제, 자녀문제 등으로 낙마하자 2005년 6월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하여 청문대상을 국무위원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거치더라도 임명여부는 대통령 판단에 따르기 때문에 사실상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청문회에 강제성 이 없다는 점은 청문회 실효성 논란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병역면탈, 세금탈루, 위장전입, 부동 산투기, 논문표절, 성폭력, 음주운전 등 7대 인사 배제원칙을 마련하며 공직자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전후 낙마한 장관후보자는 여전히 다수였으며,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된 공직자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습니다. 그럼에도 여당 의원들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 능력검증만 공개청문회로 개최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는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여 정부 인사에 대한 공적 검증을 피하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대통령의 신중한 인사 결정, 내정자의 문제점 검증을 통한 잘못된 인사 채택 방지, 효율적 국가운영 유도,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청문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통해 정부인사를 체계화하는 방안이 마련 되어야 합니다. 공직 후보자로 임명하기 앞서 자질과 도덕성 검증 기준을 명확화하는 등 철저한 사전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사전질문지 보강 및 내용 국회공개, 다양한 기관의 사전검증 등이 필요합니다. 인사청문회 인준표결제 도입 및 인사청문기간 확대 등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직자는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합니다. 공직자들이 반칙과 특권, 부패와 특혜를 일삼는 모습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민 의 의식수준 만큼 공직사회의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이제 막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사회 위상은 다시 추락할 위험이 큽니다.


20대 대선은 공직사회를 지배해온 오랜 폐단을 끊어내고, 국민을 위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대선국면은 ‘누가 더 최악의 후보가 아닌가?’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역량이라면 이번 대선도 정책과 능력검증이 중심이 되는 선거로 이끌 수 있습니다. 경실련은 유권자운동본부를 구성하여 수많은 정치적 고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방향을 결정하고 이끌어 온 국민들이 유권자로서 권리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입니다. 유권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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