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검수완박 법안의 쟁점과 보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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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6.02. 조회수 8379
칼럼

[월간경실련 2022년 5,6월호] [시사포커스(2)]

검수완박 법안의 쟁점과 보완점


정지웅 변호사(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전임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인 5월 9일 공표되었다. 범죄와 처벌을 다루는 형사법 체계는 오랜 역사적, 철학적, 제도적 축적의 시간을 거쳐왔다. 중세시대의 가혹한 고문과 혹형에 대한 반성으로 피고인의 인권보장이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사회방위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게 되었다. 검찰의 수사권 문제는 우리 사회를 범죄로부터 방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국가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50년, 100년을 내다 보는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하지만 개정안을 살펴보니 100년은커녕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한 ‘누더기 법안’ 그 자체이다.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수사결과 불송치 결정을 받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에서 고발인을 제외한 부분이 가장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보인다. 환경범죄 등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아동·장애인 등 피해자가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사건, 공익관련 범죄에서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는 고발 사건의 이의신청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경찰의 불송치결정이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또한 고발인의 항고·재정신청 권한도 형해화될 것이다. 고발인을 제외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권력자, 특권층이고 이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다. 따라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 가장 좋은 보완점이고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공익관련범죄,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하여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고소인은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동일사건범위 내에서만 수사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는 중에 진범이 나오는 경우, 공범이 발견되는 경우, 연쇄살인사건처럼 새로운 피해자가 확인되거나 연결된 범죄사실이 나와도 검찰은 그 부분에 대한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수사가 지연되는 동안 범죄자들은 증거를 인멸하고, 해외로 도피하며, 공범들은 충분히 입을 맞출 것이고, 신고자에 대한 보복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일체의 여죄 수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현재의 개정안을 폐지하거나 단일성과 동일성 개념은 구체화해야만 한다.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권한에서 부패범죄·경제범죄만을 남겨 놓고, 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 범죄·대형참사 범죄의 수사권을 박탈하였다. 공직자범죄, 선거범죄에 대한 수사권 박탈은 부패한 공직자와 권력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방위사업범죄는 검찰, 군검찰, 방위사업청, 안보지원사령부, 경찰, 감사원, 국세청, 금감원 등 범정부적인 합동수사가 필수적인 영역임에도 간단히 삭제하여 버렸다. 이제는 삼풍백화점 참사, 광주 붕괴 참사 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해도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총량은 일정하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에 있음에도 범죄 수사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역량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따라서 소멸하는 4대 범죄의 수사를 담당할 중수청의 설치, 공수처의 역량강화, 경찰의 인적, 물적준비 등이 반드시 선행될 필요가 있다.

검찰청법 개정안에 검찰총장의 ‘분기별 국회 보고 의무’ 조항이 들어간 것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개정안 제24조4항은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의 직제 및 해당 부에 근무하고 있는 소속 검사· 공무원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개정안은 개별 수사 부서가 정치적 외압에 노출될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특정지검에 검찰 수사 인력이 많이 보강되면 국회에서는 검찰이 어떤 사건에 수사 역량이 집중되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이는 밀행성이 생명인 수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에 관련된 부패범죄,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국회 보고 의무의 예외 사항을 보완 입법할 필요가 있다.

소위 검수완박 법안에는 범죄자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도 없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가?’라는 자조섞인 한탄이 들려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던 국가 형사시스템의 파괴 내지 고장 상황이 계속되면 제일 환영할 사람들은 바로 범죄자들이다.

범죄는 제도의 안착을 기다리지 않는다. 범죄자들은 날이 갈수록 고도로 지능화하고 증거인멸, 도피의 기술이 발달하여 쌩쌩 달리고 있는데, 지난 70여년간 축적되어 온 검찰의 수사 노하우를 사장시키고, 수사역량을 꽁꽁 묶어 놓는다면, 범죄자들은 “CATCH ME IF YOU CAN”이라고 외치며 우리 사회 곳곳을 활보할 것이다. 소위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여 누더기가 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빈틈과 허점을 이용하여 대한민국 법질서를 유린할 것이다. 개봉박두. 이제 4달도 남지 않았다. 바야흐로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2년 9월 10일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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