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제 관피아,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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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6.02. 조회수 8392
칼럼

[월간경실련 2022년 5,6월호 – 특집. 관피아 실태 보고서(3)]

경제 관피아, 누구인가


박은소리 경제정책국 간사


 

관피아의 뿌리는 아주 깊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공지자윤리법」과 「이해충돌방지법」등 관피아 방지를 위한 여러 법과 제도가 마련되었다. 그럼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과 재벌 대기업 방패막이 같은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법의 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나 유명무실한 제도로 변질한 취업제한 제도를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계속해서 요구되고 있다. 이에 지난 3월, 경실련(사)경제정의연구소에서 경제 관련 8개 부처의 관피아 실태를 알리고 근절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다시 월간 경실련의 지면을 빌어 그 실태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


경실련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2016년부터 2021년 8월까지의 퇴직공무원 취업심사 현황자료를 토대로 취업제한 및 취업승인심사를 받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의 퇴직공무원 588명을 조사했다.


취업심사 받은 퇴직공직자 10명 중 8명 재취업!

조사대상자 588명 중 80%인 485명이 취업가능 또는 취업승인을 받았다. 취업심사를 받은 퇴직공직자 10명 중 8명은 재취업을 하는 셈이다. 이 중 취업제한여부를 확인 요청한 474명 중 386명이 ‘취업가능’ 결정(81.43%)을 받았으며, 취업승인 신청을 한 114명 중 99명은 ‘취업승인’ 결정(86.74%)을 받았다.


취업가능과 취업승인 결정을 합친 취업심사 승인율이 가장 높은 부처는 기획재정부(96.8%)이며, 이하 금융감독원(94.6%), 산업통상자원부(92.6%), 금융위원회(90.9%), 공정거래위원회(89.3%), 중소벤처기업부(85.7%), 국토교통부(71.7%), 국세청(71.4%) 순으로 나타났다. 재취업 기관별로 살펴보면, 민간기업(239명)에 가장 많이 진출하였으며, 다음으로 협회·조합 (122명), 법무·회계·세무법인·기타(각 53명) 순으로 재취업하였다.





기획재정부

기재부의 경우, 취업심사대상자 31명 중 30명이 취업가능·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 중 절반(15명)이 삼성전자, IBK저축은행 등 민간기업으로 진출했다. 대표적으로 외환정보분석기관인 ‘국제금융센터’의 경우, 2007년 사단법인으로 전환된 이래부터 현재까지 기재부 국장급 출신 관료가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재취업하는 관행적인 행태를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취업심사대상자 94명 중 87명이 취업가능·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 중 38명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철강협회 등 협회·조합으로 진출했다. 10명 중 4명인 꼴이다. 대표적으로 2017년 4월에 출범한 수소 관련 민관협의체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경우, 초대 단장(2017년 5월 재취업)과 현 제2대 단장(2020년 10월 재취업) 모두 산업부 출신이다. 본 기관은 산업부로부터 수소경제 전담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의 경우, 취업심사대상자 120명 중 86명이 취업가능·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 중 절반가량(41명)이 한국감정평가협회, 해외건설협회 등 협회·조합으로 진출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골재협회’는 「골재채취법」에 의거하여 국토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골재업자 이익단체다. 해당 협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상임부회장직에 연속적으로 국토부 과장급 출신이 재취업한 사례가 나왔다. 2017년 1월 국토부 출신이 상임부회장으로 재취업한 이후 2020년 8월에 국토부는 재단법인 한국골재산업연구원의 설립을 허가하였고, 해당 인사는 본 연구원의 원장으로 선임되었다. 또한 2020년 2월 다른 국토부 출신 관료가 뒤를 이어 상임부회장으로 재취업하였다. 이후 2020년 12월에 「골재채취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어 단순 신고사항 위반에 대한 과태료 상한액이 5백만 원에서 3백만 원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취업심사대상자 41명 중 12명이 취업가능·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 중 7명이 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협회 등 협회·조합으로 진출했다. 중기부의 대표 유관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중기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중앙회장이 임명하는 자리다. 중기부 차장 출신 인사들이 중앙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한 이후 대학이나 유관 협회, 기업 등의 임원으로 다시 재재취업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취업심사대상자 28명 중 25명이 취업가능·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 중 19명이 LG 경영개발원, 쿠팡 등 민간기업으로 재취업하였다. 대표적으로 공정위의 주요 산하기관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원장은 「독점규제법」 제57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는 자 중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임명하는 자리이자, 초대 원장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공정위 출신이 재취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조정원 원장직을 마친 후, 특판공제조합 이사장&법률사무소 공정 고문, ㈜한화갤러리아 상근고문,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 KDI 초빙연구위원 등으로 또다시 재취업을 하였다. 더불어 조정원의 부원장과 상임이사 자리 역시 공정위 출신 퇴직 관료들이 독식 중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출신 취업심사대상자 22명 중 20명이 취업가능·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 중 11명이 생명보험협회, 자본시장연구원 등 협회·조합으로 재취업하였다. 조사기간 동안 한국금융연구원의 초빙연구위원으로 금융위 위원장/부위원장 3명이 재취업을 했 다. 연구원은 또 다른 취업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대개 연구위원으로 지내며 취업제한 기간이 지나면, 한국거래소 이사장, 연세대 특임교수&법무법인 율촌 고문&삼성증권 사외이사 등으로 옮기거나, 기재부 제1차관이나 금감원 원장 등 ‘관(官)’으로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국세청

국세청 출신 취업심사대상자 156명 중 120명이 취업가능·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들은 주로 대한주정판매, 우리은행 등 민간기업(81명)이나 세무·회계법인(30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무·회계법인의 경우 지방국세청장급 퇴직공무원이 개업한 곳에서 전관영입이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대한주정판매㈜’는 술의 직접원료가 되는 주정을 주류회사에 납품하는 민간회사이나, 주세법에 따라 국세청의 관리· 감독을 받는 기업이다. 전통적으로 국세청 3급 출신들이 해당 기업의 대표이사(사장/임기 3년)으로 취업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4급 출신은 부사장과 감사, 전무로 재취업하고 있다. 조사대상기간에는 2016년 5월 국세청 4급 출신 관료가 부사장으로, 2019년 6월 국세청 고위공무원 출신 관료가 대표이사로 재취업한 사례가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출신 취업심사 대상자 111명 중 105명이 취업가능·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 중 75명이 롯데카드, 한국금융안전 등 민간기업으로 재취업하였다. 민간기업 재취업자의 경우 대부분 상호저축은행, 증권사, 은행, 카드사, 보험회사, 대부업체, 자산운영사 등 금융권으로 가는 양상을 나타냈다. 민간기업 중 그룹 차원에서 금감원 관료를 많이 영입한 곳은 ‘㈜ 한화’다. 조사 대상자 중 2018년 4월에 한화임팩트(구 한화종합화학㈜)의 금감원 임원이 전무로, 2021년 7월에는 금감원 직원 2급 출신 관료가 한화디펜스㈜의 고문으로 재취업한 사례가 있다. 또한 현재 한화 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대부업체 ‘리드코프’는 조사대상기간 중 무려 3명의 금감원 퇴직 관료가 실장·이사 등으로 재취업하였다.


관피아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이상 588명의 재취업 현황 분석 결과, 몇 가지 재취업 특징이 도드라졌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퇴직하고 다시 일자리를 찾을 때는 볼 수 없는 ‘관피아’의 모습이다. 본 지면을 빌어 소개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가지치기로는 부족하다. ‘썩은’ 나무는 뽑아내야 한다. 다음 지면에서는 관피아를 뿌리째 뽑아내는 방법을 소개해 보겠다.


※ 본 원고는 <관피아 실태 보고서 1>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경실련 홈페이지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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