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문재인케어는 왜 등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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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10.06. 조회수 7087
칼럼

[월간경실련 2021년 9,10월호 – 특집. 문케어, 어디까지 왔을까?(1)]

문재인케어는 왜 등장했나?


남은경 사회정책국 국장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8월, 정부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5월 치러진 선거에서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후속 조치였다. 언론 등에서는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대책을 문대통령의 이름과 영어단어 의료(care)의 ‘케어’를 합성해 ‘문재인케어’로 부른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의 약칭인 ‘오바마케어(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를 차용했다.


오바마케어는 민영보험 중심의 미국 의료보험제도에 국가건강보험 의무가입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고 문재인케어는 이미 전국민이 가입된 국가 건강보험의 보장범위를 보다 확대하는 내용이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국가책임을 강화한다는 면에서는 궤를 같이 하나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문재인케어의 추진 배경과 문케어를 탄생시킨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제’의 채택과정을 중심으로 최근 10년간의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을 살펴본다.


문재인케어 추진 배경

2017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30조 6,000억 원을 투입해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이 60% 초반에 정체되어 국민이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이 현 정부가 밝힌 문재인케어 추진 배경이다. 이전 박근혜정부는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과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개선 등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 건강보험 보장률 : (전체 병원비-환자부담(비급 여+법정))/전체 병원비
■ 보장률 변동 추이(%) : (‘10) 63.6 → (’11)63 → (‘12)62.5 → (’13)62 → (‘14)63.2 → (’15)63.4

건강보험 보장률은 병원비 중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부분을 제외한 국가가 부담하는 비율로 환자의 직접 의료비 부담을 측정하는 지표다. 우리나라는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비중이 높아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다. 정부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가계직접부담 의료비 비율은 36.8%로 OECD 평균(19.6%) 대비 1.9배로 최하위 수준이다.


낮은 보장률은 의료비 부담 책임이 개인에게 맡겨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고액 진료비가 소요되는 중증질환의 경우 가정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 가처분 소득의 40% 이상 의료비가 발생하는 재난적 상황에 놓인 가구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더욱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미비해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



문재인케어는 박근혜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계승 확대


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 걱정을 해소하겠다는 문재인케어의 정책 방향과 세부 내용은 새로운 내용이라 기보다는 박근혜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확대 계승하고 있다. 이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하자 문재인정부는 30.6조 원을 투입하여 의료비 국가책임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박근혜정부가 추진 했던 중증 질병 위주의 비급여의 제한적 점진적 축소가 아닌 모든 질환에 대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문재인케어는 질환에 상관없이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고가의 검사와 치료에 대해 공적 부담을 확대하여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선별적 방안에 보편성을 더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은 고액 진료비가 발생하는 암, 심장질환, 뇌 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자에 대해서만 선별적 시행이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정부의 보장성 정책 수립에 결정적 기여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문재인케어는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발전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 이전 정부의 정책수립에 큰 공로가 있다.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보장성 강화 공약은 알맹이가 빠진 선거용이 었다. 당시 새누리당의 보장성 강화 공약은 의료비 주범인 비급여 개선방안이 빠져 있었다. 공약 이름에는 ‘국가책임 100%’로 표현해 국가가 모두 보장하는 것처럼 보여주었으나, 정작 소요 재정에는 법정 본인 부담액 부담 정도만 설계하여 비급여 문제는 여전히 환자 부담으로 남겨 두었다. 그런데 무늬만 보장성 정책이었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역할이 컸다.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후보자 TV토론에서 새누리당의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책임’ 공약 추진 시 의료비 전액(100%)을 보장하려면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제시한 재정으로 충당할 수 없다며 박근혜 후보를 몰아붙였다. 세부 정책 내용을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박근혜 후보가 당황하며 간병비까지 모두 보장해준다고 공식 선언하여 난제였던 3대 비급여 개선방안이 의도치 않게 포함되는 계기가 되었다. 3대 비급여 폐지는 보건의료 관련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핵심과제였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토론에서 공언했음에도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는 국정과제 검토과정에서 예상대로 3대 비급여의 건강보험 보장방안을 제외시켰다. 비급여 비용의의 60%를 ‘3대 비급여’가 차지하는데 이들 비급여 보장방안이 제외된 의료비 전액 국가책임 공약은 ‘말바꾸기’이며, 국민을 우롱한 것이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이에 정부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연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결국 선택진료비의 폐지와 상급병실료의 단계적 급여 확대로 가닥을 잡았고 간병비는 여전히 개선이 미미하지만 대선 후보들 간의 정책경쟁을 통해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체계적이고 중장기적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약을 보수집권당에서 채택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같은 당인 이전 이명박정부는 영리병원 추진 등 복지서비스를 시장화하고 산업화하는 의료민영화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기존 새누리당의 입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사안이었지만, 선거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 채택되어 올바른 방향을 찾게 되었고, 이러한 정책 마련에 기여한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 자신의 핵심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정책을 보다 공공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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