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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에 바란다 5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 정책위원 한 재벌 중앙일간지는 이명박 당선인에 대하여 “을(乙)의 추억”이라는 제목을 달아 민간기업과의 친근함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공무원인 갑(甲)의 횡포(?)에 시달려 온 약자의 인상을 심어주려고 하고 있다. 대기업도 약자인 乙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서 이명박 당선인께 위 일간지에서 언급한 갑과 을이 전 국민의 몇 %나 된다고 보는지를 묻고 싶다. 아마도 5%를 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문제다. 최고의 권력기관인 대통령과 여론형성의 주도자인 재벌 중앙언론의 시각이 5%만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국민의 95%는 甲과 乙로부터 착취당하고 있는 중소업체와 서민인 병(丙)과 정(丁)들이고, 그 방식은 다양한 형태의 하청, 재하청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진행과정을 보건대 향후 새정부가 국민의 95%를 위하여 갑과 을의 잘못된 관행과 특혜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등한시한다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5%에 불과한 갑과 을도 국민으로서 관심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권력, 조직력과 자금력으로 최고의 전성시대를 향유하고 있기에 ‘규제철폐’를 운운하는 모습은 뻔한 속보이는 행태일 뿐이다. 오히려 새정부가 지금까지 소외받고 착취를 받아 온 95%를 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이들마저 감동시키는 드라마를 연출하게 될 것이다. 甲과 乙은 스스로 자신들의 이권을 내놓지 않을 것이기에,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만이 丙과 丁의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음을 새정부 또한 알고 있으리라. 다음으로 최고 통치권자가 될 이명박 당선인은 언론의 감시기능을 위축시킨다면서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 싶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명박정부 또한 행정부에 대한 감시기능을 만족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다름이 아니라 상시적인 정보공개 체계임을 알고 있을 것이...

발행일 2008.02.20.

칼럼
이명박정부에 바란다 4

"의사수는 선진국의 절반 수준, 공공의료는 공공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바닥 수준.." 정책결정자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명제가 있다. 민간시장은 효율적이고 공공부문은 비효율적이라는 논리이다. 과연 그런가? 수많은 실증 사례를 보면 민간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은 대부분 경쟁이 존재하므로 경쟁의 결과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공공부문은 대개 독점이므로 비효율이 존재하는 것이다. 즉, 문제는 독점인가 아닌가이지 민간인가 공공인가가 아니다. 공공부문이라도 경쟁을 하게 되면 효율성이 제고되고 민간부문이라도 독점화되면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다. 뉴욕의 쓰레기 수거업무는 민간위탁업자와 뉴욕시 직영기관이 동일한 조건으로 입찰을 통해 경쟁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의 초중고 교육은 학교간 경쟁이 없기 때문에 교실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잘 가르치든 못 가르치든 학생모집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정해진 월급에 공부는 사교육이 더 잘 해주는데다, 내신이라는 강력한 수단으로 학생을 통제하기 때문에 공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교사의 생산성은 형편없는 것이다. 반면 사교육시장은 그야말로 자유경쟁이기 때문에 다양한 교육내용과 최상의 교육방법으로 교육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동통신이나 전기, 석유 등은 소수의 기업이 독점하기 때문에 고가격이라는 비싼 대가를 소비자가 치르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작동하게 되면 거의 예외없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살아나고 독점화되면 저생산, 저효율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의료시장은 어떤가?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의료시장은 전형적인 독점시장의 특성을 가진다. 우선 면허제도에 의해 의사의 공급이 원천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신규진입이 봉쇄되어 있으며, 한 명의 의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등 의사인력의 공급이 매우 비탄력적이다. 또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전문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잘 알지 못하고 공급자인 의사에게 집중되어 있기 ...

발행일 2008.02.16.

칼럼
이명박정부에 바란다 3

             대북 포용 기조를 유지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최근 한반도 정세는 안정 기조 속에 가변적 상황을 맞고 있다. 2·13합의와 10·3합의로 북핵문제가 핵시설 폐쇄를 넘어 불능화 단계로 진행하고 있지만 2단계 마지막 관문인 핵프로그램 신고가 아직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핵시설 불능화와 달리 핵신고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신고한 내용에 따라 폐기단계의 협상 대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 모두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유동적인 북미관계와 북핵문제를 감안하면 이명박 당선자가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오히려 경제가 아니라 북핵문제와 한반도 정세이다. 지금 당장 핵 신고 문제도 관건이거니와 이것이 해결된다 해도 폐기라는 최종단계의 담판이 남아 있다. 부시 행정부와 김정일 위원장이 핵 폐기를 위한 마지막 협상에서 극적인 합의를 도출하느냐 아니면 결국 북미간 신뢰부족으로 과거의 대결국면으로 회귀하느냐는 지금까지 끌어왔던 북핵문제의 성패와 한반도 정세의 안정성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오히려 경제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금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절실하다. 한국 경제의 대외환경을 구성하면서 외부의 대한국 투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바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안정성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한반도 정세에서 차기 이명박 정부가 예의 야당 시절 주장대로 대북포용을 수정하고 강경기조로 선회하거나 북핵문제에서 대북압박으로 기울 경우 한반도 정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햇볕정책을 비난하고 엄격한 상호주의를 내세워 북한에게 무작정 비핵화를 강요하는 정부라면 당연히 남북관계는 긴장하게 될 것이다. 출범 초기 팽팽한 신경전을 예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강경과 압박으로 나올 경우 남북의 대결 상황은 에스컬레이트(escalate) 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북미관계가 순...

발행일 2008.02.13.

칼럼
이명박정부에 바란다 2

경제적 추진이라는 미명 하에 민주적 행정절차를 무시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 이명박 당선자는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와 함께 지난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되었다. 당선자와 그 측근들이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지금 우리나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각국에서 발표되는 지표와 주가의 흐름에서 세계적인 불황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일본의 앞선 기술과 중국의 저가 정책으로 위협받는 우리나라 제품들, 국내적으로는 지난 10년간의 자유주의 정부의 실패를 목격한 국민들이 아노미를 겪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정말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이 당선자와 새로 출범할 정부의 임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당선자의 현실 인식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행태를 통해 예견해 볼 때,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몇 가지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이 당선자가 장담하고 있는 경제 성장 동력의 마련이나 경기 회복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의 문제는 차치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 중 이 당선자의 인식이 약간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점에 대해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이 당선자와 새 정부가 성장주의에 방점을 찍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점은 이에 매몰되어 우리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와 인수위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경영과는 달리 행정의 목적은 효율성과 경제성의 달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정은 소수자 내지 약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때로는 효율성을 포기하면서 어떤 가치를 추구할 줄도 알아야 한다.  1997년의 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경쟁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경제적 약자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가 얻은 표 중에서도 많은 수가 자유주의 정권의 집권기 동안 양극화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

발행일 2008.02.11.

칼럼
이명박정부에 바란다 1

과거 개발연대식 성장 패러다임으로 회귀하고 있는 이명박 당선인 측의 경제정책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었다. 참여와 혁신을 강조하며 개혁정부를 표방하면서도 미숙한 정책과 비개혁적 노선으로 실정을 거듭하던 현 정부를 버리고, 보수를 표방하며 경제제일주의를 내세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민심은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그러나 경실련과 경향신문이 공동으로 대선정책공약 검증을 실시하며 드러났듯이 선거과정에서 정책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분석이나 판단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고 정책선거는 완전히 실종된 선거이었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이명박 당선인 측은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들을 거침없이 추진하고 있다. 이에 공약과 인수위의 정책내용을 중심으로 이명박 당선인 측의 경제정책을 다시 한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주요 경제정책들은, 여전히 유효한 747공약과 한반도대운하공약,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규제완화와 공기업민영화, 법인세 등 감세와 부동산세제 완화, 유류세 인하와 통신비 인하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경제정책에 내재되어 있는 기조는 성장제일주의 또는 성장만능주의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양극화도 해소된다는 것이다. 747공약으로 대변되는 논리이다. 그러나 747이 과연 가능한가, 바람직한가,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성과가 과연 상당부분 서민들에게 전달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크다. 당선인과 인수위가 내세우고 있는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바이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 4.5% 내외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7%의 실질성장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연코 인위적이고 무리한 경기부양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반짝경기를 일으켜 투자가 증가하고 일자리가 늘어나 신 정부의 성과로 선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국민경제에 큰 무담을 지우게 될 것이다. 성장잠재력을 크게 초과하는 무리한 성장정책을 실시하면 일차적으로 극심한...

발행일 2008.02.05.

칼럼
외교정책에 관한 차기정부의 실천과제

이태주 경실련 국제위원장 (한성대 교수)   차기 정부는 ‘글로벌 코리아’ 비전을 실천하고자 많은 계획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은 글로벌 코리아 외교 행보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하며, 신년 외신기자 회견을 통해서도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총리 후보는 전 세계를 누비며 자원 외교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인수위는 영어 교육 강화를 통해 紡菅?코리아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한다. 차기 정부는 연간 7% 경제성장으로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열어 세계 7대 강국이 되겠다는 원대한 국가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선진 한국을 만들기 위해 국격(國格)을 높이는 선진외교를 펼치겠다고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공적개발원조(ODA)의 확대 뿐 아니라 해외봉사단도 2만 명이나 내보내겠다고 한다.     미래지향적 비전과 선진 한국을 구현하기 위한 외교 정책 방향으로 일단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글로벌 코리아 비전은 ‘글로벌’ 문제에 대한 적극적 기여 없이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경제외교와 자원외교로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선진 한국을 창조할 수도 없다. 경제, 자원, 안보 등 중요한 국익 실현을 위한 실용외교도 국제사회에서 국가 위상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기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세계는 초유의 비참에 직면하고 있다. 절대빈곤 상태에 있는 10억이 넘는 사람들은 기아와 질병, 폭력과 비인간적 삶의 조건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과도한 개발로 인한 지구환경의 파괴는 인류에게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한계를 경고하고 있다. 지역분쟁과 인종청소와 같은 비극적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으며 성, 인종, 종교에 의한 차별과 인권유린 상황도 개선되고 있지 않다. 20대 80의 사회로 대변되는 세계적인 부의 양극화 심화 뿐 아니라 정보, 과학기술, 지식, 교육과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의 불평등 구...

발행일 2008.02.04.

칼럼
인수위원회의 과속을 경계한다

새양혁승 경실련 정책위원장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의욕이 대단하다. 공휴일도 잊은 채 정부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강행하면서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언론의 조명을 받을 만한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같은 인수위원회의 의욕적인 활동상이 현 노무현정부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그 동안 묵혀있던 체증을 뻥 뚫어주는 역할을 할지 모른다. 그리고 10년 동안 정권교체를 벼르고 벼려왔던 사람들에게는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한 점령군의 기분을 만끽하게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수위원회는 지금까지의 자체 활동을 되돌아보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인수위원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그 동안 자신들이 밟은 가속페달의 속도감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외부에서 보는 사람들은 과속경계선을 넘어섰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다. 각 부처업무의 현황파악과 선거기간 중 내세웠던 공약들의 실현가능성을 차분하게 따져볼 시간여유도 갖지 않은 채 설익은 정책들을 성급하게 발표하거나, 현 정부의 팔을 비틀어서라도 유류세와 통신비를 낮춤으로써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를 채우려는 과욕을 부렸다. 종합부동산세의 과표 상향조정,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 양도소득세 완화, 금융 소외자 지원 및 신불자 연체기록 삭제, 휴대폰 요금 및 유류세 인하, 기초연금 및 국민연금 통합, 대학입시 자율권 부여, 특별검사 상설화 등이 발표 후 번복 내지 유보과정을 거치며 혼선을 야기한 대표적 정책들이다. 어디 그 뿐인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 등과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국민들의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추진해야 할 사안임에도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추진하려는 집착을 보였다. 제한속도 경계선을 넘더라도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인수위원회의 조급한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국민들로 하여금 준비된 수권 세력임을 실감하게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

발행일 2008.01.22.

칼럼
정부수립 60년의 역사인식

이정희 경실련 상집위원 (한국외국어대 정외과 교수) 환갑(還甲)잔치! 요즘 좀처럼 들어보기 어려운 말이다. 평균수명이 80세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60세가 되었다고 잔치를 벌이는 것이 쑥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잔칫상을 앞에 놓고 자식, 손주들과 함께 흐뭇하게 웃으며 찍은 환갑기념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었다. 60년의 경륜이 서려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과 앞으로 그만큼의 세월을 더 살아 나가야 할 천진스런 손주들의 모습이 꽤나 잘 어울리는 사진이다. ■ 후대 생각하는 환갑잔치의 해 시간의 마디마디 무수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동양철학의 60년 주기는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듯하다. 한 세대의 경험을 현세대는 물론 그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길목이기에 그간의 회한과 오늘의 걸림돌, 앞으로의 희망이 혼재되어 있기 마련이다. 정부수립 60돌 무자(戊子)년을 맞아 우리나라 또한 지난 세월의 역동적 변화 속에서 축적한 경험을 다음 세대로 넘겨주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기억하기 싫은 과거도 많지만,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싶은 업적도 꽤 많다. 쭈글쭈글한 얼굴의 모습에 역경의 흔적이 있지만, 은은한 미소에는 여유와 의연함이 묻어난다. 60년 헌정사를 되돌아보면 우리나라는 질곡과 파행의 과정을 끊임없이 겪어왔다. 전쟁과 쿠데타, 유신과 독재정치, 광주민주항쟁과 외환위기, 최근에는 사회경제적 불안정과 이념적 갈등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진입했으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루어내는 역량을 과시했다. 서울올림픽, 월드컵 대회 개최로 국가이미지를 높일 수 있었고, 여수 엑스포 유치의 기쁜 소식도 들린다. 2월 말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5년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60년 헌정사를 이어받는다는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시 헌정사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좌파 정권의 실패만 들추어 낼 게 아니라, ...

발행일 2008.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