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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人] 당신의 도시는 안녕하십니까?

  ▲<그림 1>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유지보수를 게을리 한 결과물인 성수대교 붕괴사건    온 나라가 세월호 참사로 비탄에 잠겨 있다. 선진국의 문턱에 도달했다고 들떠 있었던 것이 엊그제인데,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나라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그동 안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공사현장 가스폭발부터 최근 리조트 지붕붕괴 와 세월호 사건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사고는 매번 반복되고 있다. 이제 나라 전체가 근본적 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되었다.         사고 공화국의 현주소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로 292명 사망, 1994년 한강 성수대교 붕괴로 32명 사망,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현장 가스폭발로 101명 사망, 같은 해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로 502명사망,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으로 190명 사망, 올해 2월 경주시 리조트 지붕붕괴로 10명 사망에 100명 부상. 그리고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이어지는 역사가 바로 사고 공화국 한국의 현주소이다. 전쟁도 아니고 테러도 아닌데 백주 대낮에 건물이 붕괴되고 다리가 끊어지고 여객선이 침몰하여 수 백명이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다. 매번 정부에서는안 전대책을 요란하게 내놓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사고의 교훈을 망각하고 대책을 철두철미하게 지키고 점검하는 데 인색했다. 어디에서부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우리의 도시는 과연 안녕한 것일까?       ▲ <그림 2> 삼풍백화점 붕괴       삼불(三不)의 도시   1970년대부터 성장신화를 써내려간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잘 나가는 나라였다. 전쟁폐허를 딛고 일어서서 부지런하게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모범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인구 40만의 분당 신도시를 5년만에 뚝딱 건설한 나라. 아마 이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세계적인 기록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오늘날...

발행일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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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人]누구를 위한 그린벨트인가?

그린벨트의 종주국 영국이 가장 기특해 하는 나라가 있다. 얼마 전까지 초지일관 억척스럽게 그린벨트 정책을 고수해온 한국이다. 한국은 1971년 대도시 인구 억제 차원에서 영국의 그린벨트 시스템을 본 따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한 이래 지금까지 40년이 넘도록 이 제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이후부터 한국의 그린벨트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1999년 이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린벨트는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정부는 서민주택 건설, 경기활성화 등 다양한 명분으로 그린벨트를 훼손해왔다. 그린벨트를 푸는 것이 겉으로는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정책이라는데 과연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 <그림 1> 런던 남부 외곽지역에 위치한 라이게이트(Reigate)지역의 그린벨트 전경. 도시확산을 방지하고 신선한 공기와 레크리에이션이 가능한 오픈 스페이스를 제공해주는 그린벨트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사례이다. (사진: CPRE) 그린벨트 왜 필요한가? 도시계획 교과서에 쓰인 그린벨트의 기능과 필요성1)은 이러하다. 첫째로 기성시가지가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대도시의 외곽은 항상 도심으로부터의 개발압력에 시달리게 되고 적절한 보호 장치가 없으면 계속해서 도시가 확장하게 된다. 이에 따라 도시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린벨트라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둘째로 도시들이 서로 붙어서2) 거대도시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고, 셋째로는 대도시 주변의 농촌지역이 침식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한마디로 도시에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허파로서의 기능과 ‘오픈 스페이스’를 제공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린벨트가 꼭 필요한 셈이다. 넷째로 그린벨트가 도시의 팽창을 억제해 그 도시 고유의 특징을 보전하는 기능이다. 마지막으로 도시 내부 노후지역의 재생을 촉진하는 기능이다. 1) 영국의 도시계획정책지침(Planning Policy Guidan...

발행일 20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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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人] 도시경관(都市景觀): 볼 권리와 보여질 권리

 ▲ 그림엽서에 나타난 세계 유명도시의 이미지   바야흐로 도시경관의 시대이다. 2013년 8월에 전면개정된 경관법에 의하면 인구 10만 이상 의 도시는 의무적으로 경관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민들의 도시 경관에 대한 의식수준은 아직 후진국에 가깝다. 왜 도시경관을 가꾸어야 하는지, 무엇이 소 중한 경관자원인지, 그러한 경관자원을 어떻게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것인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도시의 이미지         ▲ 런던의 주요 경관자원인 세인트폴 성당과 밀레니엄 브리지 전경     ▲ 런던시의 경관관리 방법(1) : 세인트폴 성당 돔이 보이도록 건물높이를 규제하는 시뮬레이션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국회의사당, 뉴욕의 자유여신상은 세계적인 대도시의 대표적 이미지다. 외국여행을 할 때 흔히 사오는 그림엽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그 도시의 대표선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자기 도시에 대한 이미지와 그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느끼는 이미지에는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매일 보아오던 일상적인 도시의 풍경은 너무 친근해서 오히려 도시이미지의 대표 선수가 되지 못한다.   미국의 도시건축가인 케빈린치는 보스톤, 로스엔젤리스, 저지시티 등 미국의 세 도시에 사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고 인지도(認知圖)1)를 분석하여 도시 이미지의 5대 요소2)를 도출했다. 그 중에서 일반인들이 가장 알기 쉬운 요소가 이른바 표식(標式)이라고 번역되는 랜드마크(landmark)이다. 대체적으로 높이 우뚝 솟아있거나 크기가 매우 큰 요소, 형태나 양식이 독특한 요소, 재료나 색채가 이질적이어서 금방 눈에 띄는 요소를 말한다.   파리, 런던, 뉴욕과 같이 세계적인 도시와 비교할 때 서울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될만한 랜드마크가 별로 없다. 국보 1호인 남대문은 고층건물에 둘러싸여 있어 파리의 개선문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 남산타워는 서울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는 인기가 있을지 몰라도 서울 시민들에게는 왠...

발행일 201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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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人]역사(驛舍)의 시대건축정신

기차역은 항상 오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별의 슬픔도 재회의 기쁨도 이곳에서는 일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驛舍)건물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중요한 공공건축물이다. 1814년 조지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를 발명하여 철도의 종주국이 된 영국은 이미 1825년부터 철도건설을 시작하여 18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899년 서울 노량진과 인천 제물포 구간의 경인선 철도 33.2km를 시작으로 11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철도건설 시기의 차이보다 더 큰 차이는 철도역사 건물이 얼마나 그 시대의 건축정신을 대표하고 있는가이다.  ▲세인트 판크라스 역 유로스타 열차 승강장 (출처: 위키피디아) 영국 세인트 판크라스 역사의 시대건축정신 영국 런던의 중심역 중의 하나인 세인트 판크라스(St. Pancras)역은 런던에서 요크셔 지방으로 가는 기차의 출발역임과 동시에,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을 잇는 고속열차 유로스타(Eurostar)의 출발역이다. 1868년에 완공되어 영국의 빅토리아식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한때는 여행작가인 사이몬 칼더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라고 칭송했을 정도로 세인트 판크라스 역사는 런던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역사의 전면은 조지 길버트 스코트(George Gilbert Scott)가 설계한 미드랜드 그랜드 호텔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역사 보수작업 및 확장이 이루어져 15개의 플랫폼과 쇼핑센터, 버스정거장 등 공공공간이 확충되었고, 인접한 킹즈 크로스(King’s Cross) 역사 주변의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여 런던 도심부의 거대한 철도중심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2007년에는 유로스타 역이 개통되어 국제철도의 중심이 되었다.  ▲ 런던의 세인트 판크라스 역사 (출처: 위키피디아)  한국 서울역사의 시대건축정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역은 일제식민통치를 받던 1922년 착공되어...

발행일 201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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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人] 광장(廣場)의 공간정치학

[도시人] 광장(廣場)의 공간정치학   류중석 (사)경실련도시계획센터 이사장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     ▲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하는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 Rome)   비싼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광장은 영화와 문학작품에 단골로 등장한다. 작가 최인훈은 그의 대표작 「광장」에서 집단적 삶, 사회적 삶을 상징하는 광장과 개인적 삶, 실존적 삶을 상징하는 밀실을 대비시킨다. 남한은 타락한 밀실의 세계, 북한은 집단적인 광장만을 강요하는 곳으로 그려진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은 그레고리 펙과 로마의 스페인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공주의 신분을 벗어나 서민생활을 맛본다. 이렇듯 광장은 빈부의 격차나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시민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공공간이다. 이러한 광장의 공공성 때문에 도시계획을 할 때 도시의 중심부에 광장을 계획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광장이 잘 발달한 대표적인 나라가 이탈리아이다. 이탈리아의 광장은 주로 성당이나 관공서를 끼고 그 도시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서 도시생활의 중심공간으로서 만남과 교류, 축제와 행사의 장소로서 시민들의 삶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시에나의 캄포광장은 13세기 시장이었던 곳에 시청 건물(현재는 박물관)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의 중심광장이 되었다. 부채꼴 모양의 바닥은 중세시대 시에나 지역을 통치하던 9개의 의회(council)를 기념하고자 9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 이태리 시에나의 캄포광장(Piazza del Campo, Siena)   정치적 공간으로서의 광장   그리스 시대의 아고라(agora), 로마시대의 포럼(forum)은 민주정치를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공간이었다. 아고라나 포럼 주위에는 신전이나 사원, 도서관, 목욕탕 등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시설들이 있었다.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다.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의 역할도 하면서 재판이나 집...

발행일 201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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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人] "타슈, 누비자, 페달로"

[도시人] "타슈, 누비자, 페달로" 류중석 (사)경실련도시개혁센터 이사장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 ▲프랑스 리용의 벨로브 공공자전거 시스템  ‘타슈, 누비자, 페달로’는 언뜻 외래어 같이 보이지만 대부분 우리말에서 유래한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공자전거 이름들이다. 타슈는 “타보세요”의 충청도 사투리에서 유래한 대전시의 공공자전거 이름이고, 누비자는 ‘자전거로 도시를 누비고 다닌다’는 창원시의 공공자전거 이름이며, ‘페달로는 페달을 밟고 간다’는 안산시의 공공자전거 이름이다. 최근 공공자전거 시스템이 여러 도시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굳이 리우회의, 교토의정서, 기후변화협약 같은 국제적 협약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현안과제가 되어버렸다. 사실 자전거에 대한 관심은 우리가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수도권 신도시를 계획할 때부터 있었다. 당시 신도시계획팀에서는 자전거 도로를 인도 안쪽으로 설치하느냐 차도쪽으로 설치하느냐를 가지고 많은 토론을 했었다. 분당과 같이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의 신도시에서 지하철은 남북방향으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동서로 폭이 긴 지역에서는 버스나 자전거를 이용해서 지하철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교통시스템이다. 이러한 구상 아래 아파트단지에서 주요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이용률은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이 때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시스템은 그 이후 다양한 주거단지 계획에 활용되어 오늘에 이른다. ▲의정부 녹양지구의 자전거길 전경.   차도 안쪽에 초록색의 보행도로가 있고 그 안쪽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했다 비싼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사랑하는 유로피안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이용에 있어서 가장 선진국으로 손꼽힌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전거가 항상 주차되어 있다. 많은 시민들이 출퇴근시 자전거를 이용해 집에서 기차...

발행일 201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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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人] 도시 재정비, 어떻게 가야하는가?

[도시人] 도시 재정비, 어떻게 가야하는가? 김세용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지난해 말부터 언론을 통해 우리는 ‘뉴타운 출구전략’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출구 전략’이 주는 의미는 여럿 있겠으나, 그 중 하나는 이제 도시도 함부로 재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 이다. 즉, 지금까지와 다른 도시 재정비 방식이 나와야 할 때가 되었음을 ‘출구전략’이라는 단어의 대두는 알려준다.        >> 브라질의 생태도시 꾸리찌바 전국 여러 도시에서 시행됐던 뉴타운 정책은 주지하다시피 도시 재정비 정책의 한 종류이다. 도시 재정비는 광의적 의미에 서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라고도 불린다. 그 종류를 살펴보면 도시환경정비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재개발 사업, 주택재건축사업을 비롯해 최근 제도화된 주거환경관리사 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듯 도시 재정비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그 중에서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단어는 바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다. 이는 지난 반세기동안 이러 한 두 가지 형태의 정비 사업을 중심으로 도시의 재정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업들이 소위 ‘돈 되는 사업’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우리들 뇌리에 가장 깊숙이 각인되어 있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 1977년 압구정동  지난 40여년간의 도시 재정비를 간략하게 들여다보자. 우선 1970년대에는 경부고속도로·지하철 1호선 개통 등 국가기간사업을 추진하였고, 서울의 경우, 인구집중현상을 해결하고자 도심 이외의 새로운 부도심을 개발하였다. 즉, 강남개발을 통한 강북인구의 분산 정책을 실시하였고, 이 때 강동, 송파, 여의도 등의 개발도 본격화되었다. 이와 동시에 주택단지 개발사업과 철거위주의 정책이 수반되었다. 구체적으로 자력재개발, 차관재개발, 위탁재개발 등이 실시되었으나 공동주택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발행일 201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