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2대 국회는 합리적 토론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협치를 보여야 한다

회원미디어팀
발행일 2024.05.31. 조회수 19329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5,6월호][특집.22대 국회가 가야할 길(3)의료·복지·소비자]

22대 국회는 합리적 토론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협치를 보여야 한다

남은경 사회정책팀 팀장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 2년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석을 점하며 보건의료분야에서는 비급여보고제도 도입, 수술실 CCTV 설치법 제정 등 환자 중심의 법안이 마련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후반기 국민의힘의 집권으로 국회가 여소야대 지형으로 변화되면서 충분한 입법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여당의 법안 논의 회피와 야당 주도의 법안 처리(간호법과 중범죄의사처벌법 등), 이를 야당의 입법 폭주로 규정하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치국면이 이어지면서 정국이 경색되고 이해당사자들의 극심한 갈등으로 사회 혼란을 초래하였다. 사회복지나 소비자 분야는 성과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행되었다.

 22대 국회 특히 상반기 상황도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난 국회의 갈등 상황을 반복하며 빈손 국회가 될 우려가 크다. 이제 여야 모두 수적 우세나 열세를 이용해 밀어붙이기식 또는 막무가내식 회피 방식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최근 의대 증원 추진과정에서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도 정부가 동력을 잃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이유는 대다수 국민이 의사 확충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제 22대 국회는 합리적 토론을 통해 정책경쟁을 하되 결과를 도출하는 협치의 모습을 보여 줄 때다. 그래야 추락한 정당과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우선 추진해야할 복지·소비자 분야 의제들을
살펴본다.

의료공백 해소위한 공공의료 강화 : 공공의사 양성과 공공병원 확대
 2020년 개원한 21대 국회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시작됐다. 국가재난 수준의 감염병 확산으로 공공의료 확충 문제는 국정의 주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되었지만 결국 의료계의 반대(집단 진료거부 사태)를 극복하지 못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감염병 대응 등 필수분야와 지역 의사 확충을 위한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정책과 입법 추진이 중단됐다. 2년 후 새롭게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은 공공의대 신설에는 반대하여 21대 국회에서 공공의사 양성법안은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됐다. 최근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늘어난 의사가 지역의 부족한 필수의료분야에 종사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의무복무 제도화가 필요하다. 야당이긴 하지만 다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총선 공약으로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법 제정을 약속했다. 지난 국회에서 의사들 눈치만 보다가 법안 처리에 실기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22대 국회 개원 즉시 법안 처리에 착수해야 한다.

• 공공의과대학 및 공공의학전문대학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
 의료취약지에 공공의과대학을 신설하여 지역의 필수의료를 책임질 공공의사를 양성하고 수련병원 신설 등 의료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의과대학 입학생을 별도 선발하고 학비 전액을 국가/지방정부에서 지원하며,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복무 조건으로 면허 부여하고, 위반 시 면허를 취소해 악용을 방지해야 한다. 최근 국방부가 국방의대 추진을 검토하면서 공공의사 양성방안이 다양하게 마련될 전망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군병원 외에도 보훈병원, 경찰병원, 소방병원과 지방의료원에 복무할 의사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특수목적 의과대학 신설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 공공병상 20% 확충을 위한 공급 및 지원방안 마련 
 감염병 등 국가재난 상황 대응과 지역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의 책임의료기관의 확충과 운영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민간의료기관의 비중이 9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필수의료를 담당해야 할 거점병원 역할을 위해서는 지방의료원의 역할과 기능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지방의료원이 없거나 시설과 운영이 열악한 지역에는 시설 공급 및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경실련이 2022년 전국 70개 중진료권 300병상 이상급 지역책임의료기관 설치 실태를 조사했더니 평균 35%에 그쳤다. 서울은 100% 설치율을 나타낸 반면 대전, 광주, 울산, 세종은 미설치 지역이며, 강원 인천, 전남, 경북지역은 평균 설치율 이하로 열악하다. 지역거점 책임공공병원 확충을 통해 지역완결적 의료서비스체계를 구축하도록 국가의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

• 건강보험 재정지출 낭비 방지와 보장성 강화 : 총액관리제 도입과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건강보험 진료비의 증가로 국민의 보험료 부담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 원인은 의료이용량의 증가도 있지만 의료기관에 비용을 지급하는 지불제도의 구조적 문제가 크다. 현재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에게 행위별(의료행위와 의약품, 치료재료)로 비용을 지급하는데 병원이 의료행위를 늘릴수록 수입이 늘어난다. 때문에 과잉 진료가 일상화되고 불필요한 재정지출이 지속되고 향후 고령화를 고려할 때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이미 국민의 월 납부 보험료 비율이 법적 상한선인 소득의 8%에 육박한 만큼 지출을 효율화하는 재정관리 개혁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필수 비급여의 급여 전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가 무분별하게 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및 비급여 가격 통제

 건강보험 환자에 시행하는 비급여에 대한 정부의 관리책임을 강화한다. 건강보험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혼합하여 실시할 수 없도록 하고, 비급여 가격의 상한을 정부가 정하여 관리하여 무분별한 비급여 행위와 과도한 이윤추구를 막아야 한다.

• 건강보험 총진료비 관리시스템을 마련
 의료공급자에게 행위별(의료행위와 의약품, 치료재료)로 비용을 지급하는 지불제도에서 국민이 부담할 수 있는 진료비 총액을 법령으로 정해 한도 내에서 지급하는 지불제도로 개편한다. 건강보험 정책 및 가격 결정 시 이해충돌 관계에 있는 의료인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공·사 연금개혁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공적연금을 모두 다루는 것이 아닌 국민연금에 국한하고 정부는 빠진 채 국회 연금특위가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여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최근 공론화를 통해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선방안이 마련되었지만 결과를 부정하며 21대 국회에서 결정을 보류하고 22대 국회로 넘긴 상황이다.

 한국의 연금문제는 노후빈곤 문제가 해소된 상황에서 미래의 재정안정화에 초점을 두었던 서구 국가와 달리, 재정안정 문제와 노인 빈곤 문제가 동시에 심각하다는데 개혁의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단편적 모수개편이 아닌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각론에서 차이를 논쟁할 것이 아니라 노후소득보장체계의 큰 틀에서 개별 연금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

• 공론화 등 사회적 논의 결과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이를 수용하고 이행하는 시점 명확화
• 기초연금의 성격 규정 및 지속가능성 검토. 퇴직연금의 공공성 강화방안 포함.

돌봄의 공공성 강화 : 공공노인돌봄시설 20% 확충 
 장기요양서비스는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로 제공되는 사회서비스임에도 공공시설 공급이 미미하고 시설 운영을 위한 민간사업자의 진입 장벽이 낮아 공급과잉이 일어나고 있으나 정부의 관리가 미흡하고 과도한 이윤추구로 인한 서비스질 저하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시설급여기관의 1.9%, 재가급여기관의 0.46%만이 공적 주체가 설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장기요양서비스의 공공성 수준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이에 공공노인돌봄시설 확충 및 관련 계획 수립의무가 있는 지방정부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자녀 양육에 대한 가족의 경제적 부담은 저출생의 주요 원인이며, 한부모 가구나 장애아동 가구 등 가구 유형에 따라 자녀 양육의 어려움이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2019년부터 도입된 아동수당 지급대상도 7세 미만으로 아동복지법의 아동 기준인 18세 미만에 대해서는 포괄하지 못하고 있어 법의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선별적 성격으로 운영 중인 장애아동수당과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는 관리운영과 수급자 모두에 행정적 낭비와 혼선을 초래한다. 특히 지급대상 선정기준이 협소해 대상이 제한적이며 가구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는 개선되어야 한다. 이에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18세로 확대하고 장애아동수당과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를 아동수당 체계로 통합하고 지급대상을 중위소득 70% 이하로 확대한다.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수요자 중심의 온종일 돌봄체계 특별법을 제정한다.

소비자피해 구제 및 예방을 위해 기업책임 강화 : 집단소송 및 징벌배상제 도입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 기업에 의한 다양한 소액다수의 피해 발생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으로는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 법원을 통해 받는 손해배상 수준보다 소송을 위한 시간과 비용 소모가 크기 때문에 많은 피해자가 구제를 포기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피해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판매행위도 보상을 받는데 무려 10년이 걸렸다. 동일한 피해 내용의 소송을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폐해를 줄여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고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단소송제도가 필요하지만, 현재 증권 분야에만 시행하고 있다. 또한 절차도 복잡하고 소비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해야하기 때문에 구제가 사실상 불가하다.

 소비자의 피해 구제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불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이 크다. 현행 발생한 손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전보적 손해배상만으로는 기업의 불법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서 불법행위에 대해서 발생한 손해의 3배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현실 보상에는 한계가 있다. 고액의 배상제도를 통해 동일한 불법행위의 재발을 막고, 예방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소액다수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집단소송제를 전면 확대
 집단소송 활성화를 위해 소송허가 시한을 3개월로 설정하고 소송 불허 이유 상세 기재하도록 한다. 권리 구제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인지액의 상한액을 규정(500만 원 또는 1,000만 원)하고 입증책임을 전환하고, 상대방 불응 시 직권증거조사, 재판부의 석명권 행사·문서제출명령·검증·증거개시 인정 권한을 부여한다. 기업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해 징벌배상액을 피해액의 10배 또는 가해자 매출액의 10% 중 더 큰 액수를 상한액으로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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