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시점에서 복지정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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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5.31. 조회수 34846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5,6월호] [특집.윤석열 정부 1년을 돌아보다(4)]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시점에서 복지정책 평가


남은경 사회정책국장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국민에게 각인된 복지정책은 무엇인가? 연금개혁 시도를 제외하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복지공약이 빈약한 이유도 있지만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뒤로 밀려나 있다. 연금개혁도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다. 대표할만한 정책이 제시되지도 않고 의지도 보이지 않는 것이 윤석열 정부 복지정책의 특징이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정부가 잘할 수 있는 정책에서도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실패한 중복·누락된 누더기 복지체계 통폐합도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복지정책의 주요 축인 사회서비스영역에서는 공공성을 축소하고 산업화와 시장화 전략에 어떤 정부보다 앞장서고 있어, 복지에 대한 국가책임성을 강화하는 정책의 방향성 수정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약자 복지의 실체는 무엇인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4개월 직후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의 보편적 복지사업을 포퓰리즘적인 ‘정치적 복지’로 규정하고 ‘약자 복지’라는 이름으로 취약계층 중심의 복지정책의 방향성을 강조하였다. 약자 복지의 실체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난 정부 때리기에 집착하는 모습이야말로 ‘정치적 복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중위소득 선정과정의 해프닝이 윤석열 정부 약자 복지에 대한 기대를 접게 한 사례이다. 중위소득은 취약층 복지급여, 즉 현금복지의 기준이 되며 기재부 등 정부와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라는 곳에서 정한다. 당시 정부(기재부)는 중위소득을 정할 때 약속된 인상(산식 적용)도 무시하고 동결하려는 뻔뻔함을 보여주었다.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면서 무산되었으나 약자 복지정책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약자에게 두터운 보장을 하려면 협소한 대상을 늘리고 급여기준을 현실화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연금개혁 시급하지만 정부 의지 없어 논쟁만 반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추진 의지가 의심되며 성공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우선, 정부가 대통령 직속으로 특별위원회를 두지 않고 국회에 특위를 구성함으로써 발전적 논의가 어렵다.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정부안을 마련하여 국민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거대 야당과 함께 대안을 만드는 과정은, 과거 결렬되었던 수많은 연금 논쟁들을 재연하고 쟁점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과거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 시에 당시 장관이 지지층의 비판을 무릅쓰고도 당위를 위해서 연금개혁을 추진했던 결기를 현 정부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내용 면에서도 다양한 연금제도에 대한 조정이나 역할 명확화 등이 아니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이라는 소모적인 논쟁에 그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MZ세대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연금개혁이 세대 간 갈등과 불안만을 가중시키고 있어 논의의 진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더 한심한 것은 정부가 제도 개편이라는 복잡한 문제보다는 사적연금 확대나 기금운용방식 변경 등 편법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는 공적연금을 민간 금융시장의 놀이터로 내어주는 매우 위험한 방안이며, 한편으로는 국민연금기금 상근전문위원으로 검사출신이 배치되는 등 오히려 국민연금이 관치의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할 문제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는 그 심각성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 20여 년간 어떤 정부를 막론하고 내놓았던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이 문제의 핵심인 주거, 고용, 교육 문제를 제외한 껍데기에 불과했다. 주거, 고용,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득권 파괴적 정책이 필요한데 형식적인 대책만을 내놓았다. 작년 말에 나온 정부의 저출산 보고서 역시 그런 수준에 불과하며, 출산 가구 상속/증여세 축소 같은 한심하고 무책임한 내용들로 채우고 있다.


의료/돌봄의 공공성 축소와 산업화로 국민 부담 증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비판하며, 급여 확대를 동결하였다. OECD 국가 평균 공적의료비 부담이 80% 수준임을 감안하면 60% 수준인 우리의 건강보험보장률은 지극히 낮다. 윤석열 정부가 필수진료의 급여 확대를 포기하고 ‘재정지출 효율화’를 선언하였다면 의료비 부담 비중을 줄이는 방향의 전략이 필요하나 대책은 부재하다. 높은 약제비를 낮추고 과잉진료를 방지하도록 수가 지불방식을 개편하면 재정지출을 줄여 보장성 강화 효과를 달성할 수 있지만 대안은 없다. 비급여관리도 마찬가지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외면하고 있다. 반면 민영보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 추진(건강관리서비스)에 매진 중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부터 추진되어 계승한 정책이지만 민간보험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국민들은 매년 오르는 건강보험료와 실손보험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안전성-유효성 평가 없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기술 등을 ‘혁신 의료기술’로 규정해 선진입-후평가 시스템 도입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건강보험 별도 재정 마련까지 검토 중이다. 건강보험재정을 의료산업화재정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대담성을
보이고 있고, 건강보험정보를 민간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료산업화에 올인하고 있다. 필수의료나 공공의료 자원부족에 따른 지역 간 의료격차 문제가 심각하나 의사나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정부 정책은 지지부진하다는 점에서 복지를 정부의 책임이 아닌 민간의 산업으로 규정하고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과거 MB 정부의 영리병원 허용처럼 노골적인 민영화 시도는 아니지만 영리기관들이 제시한 민원 해결 차원에서 다양한 규제완화가 열심히 이루어지고 있다. 노인장기요양기관 설립 시 임대 허용은 진입 장벽을 낮추어서 보험사, 사모펀드들이 진입했던 영국, 미국의 경험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다양화 등을 목표로 영리기관의 참여가 확대되면 부담 비용 증가와 손쉬운 폐업으로 이용자의 돌봄 공백 등 부작용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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