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민간단체보조금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본 윤석열 정부 시민사회 정책의 문제점과 우려

관리자
발행일 2023.07.31. 조회수 43264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7,8월호] [시사포커스(4)]

민간단체보조금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본
윤석열 정부 시민사회 정책의 문제점과 우려


류홍번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지난 6월 5일 윤석열 정부는 29개 부처 합동으로 실시한 최근 3년간의 민간단체 국가보조금 감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12,133개 단체에 지급된 6.8조 보조금 중 1,856건 314억이 부정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를 ‘국가보조금을 매개로 한 문재인 정부와 시민단체의 이권카르텔’로 규정하고, 범죄 척결 차원에서 고발 및 수사의뢰, 환수 등 강력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시민단체선진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단체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연일 언론에 떠들어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시민사회 정책을 제외시켰고, 이전 보수정부에서도 유지해왔던 정부-시민사회 소통협력 기구인 ‘시민사회위원회’와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위한 규정(대통령령)’을 일방적으로 폐지해왔다. 그때만 해도 윤정부의 시민사회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정책 입장 정도로 이해했다. 그러나 민간단체보조금 감사결과를 근거로 시민사회를 ‘이권카르텔세력’으로 왜곡해 공격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행위이며, 윤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시민사회에 대한 천박한 인식과 적대적 태도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감사결과 발표와 대응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정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공표부터 하였고, 청와대와 국민의힘은 이를 부풀리고 왜곡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감사결과로 최종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정부의 감사결과를 해당 단체가 수용하거나 소송 후 확정판결 시 사실이 확정되는 것이다. 확정되지 않은 감사결과만을 근거로 마치 사실인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더욱이 정부는 현재까지 감사기준과 감사결과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어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전의 경험과 사례를 통해 볼 때 정부 감사결과 발표의 상당수 부정사례는 사실이 아니거나 소송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정부가 지적한 1,856개 사업 중에는 정당하게 사업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오(誤)입출금과 같은 작은 행정적 실수인 경우도 많고, 강사비 지급대상 및 금액 등 보조금 집행과정에서 행정과의 해석상의 차이로 인한 발생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이를 일괄적으로 부정사용 사례나 부패 단체로 단정할 수 없다. 실제 정의기억연대 사건에서도 보조금 부정사용 등 관련 8건의 고소·고발이 있었으나 1심에서 대부분 무죄로 판결되었다. 즉 정부의 감사결과 그 자체가 객관적 사실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보수언론 모두 일방적 비난과 비판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공개적 발표로 논란과 불신, 갈등 야기될 수 있다면 감사결과에 대한 적극적 자료공개와 정보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발표의 객관성과 신뢰, 공신력을 가질 수 있다. 정보의 공개와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은 상태에서 일부 발췌한 사례와 숫자에 근거해 민간단체 또는 시민단체를 부패나 문제 집단으로 폄훼하거나 악의적인 비난을 하는 행위, 이를 방조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둘째, 현재 정부의 발표내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는 과도하게 왜곡된 주장이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민간단체를 이권카르텔이라고 하는 주장은 최근 3년간 민간단체보조금 감사대상 총액 6.8조원 중 부정사용 금액 314억에 근거하고 있다. 314억이 작은 규모는 아니나 비중으로는 0.46%다. 역설적으로 99.54%(6.7686조)는 잘 사용되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상식적 판단이라면 ‘전체적으로 매우 잘 사용되었으나 일부 부정사용이 있어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 정도가 타당하다. 극히 일부인 0.46%를 이유로 민간단체보조금 전체에서 심각한 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다. 특히 ‘눈먼 돈’이라거나 ‘이권카르텔’이니, ‘부패세력’이라는 비판은 너무 동떨어지고 막 나간 주장이다. 이런 논리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청 2022년 범죄분석 자료에 의하면 2021년 한해만 횡령, 수뢰,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으로 형사 입건된 공무원 범죄자 수만 2,337명이고 감사원에서 발표한 공무원 부정부패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다. 그렇다 해도 우리 사회가 공무원 일부의 범죄나 부패 사례를 근거로 공무원 전체를 부패세력, 이권카르텔 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민간단체보조금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셋째, 청와대와 여당의 노골적인 정치적 공세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감사대상이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민간단체’라고 발표하면서도 발표내용에서는 ‘비영리민간단체’로 지칭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보수언론은 한발 더 나아가 민간단체를 ‘시민단체’로 둔갑시켰다. ‘민간단체’와 ‘비영리민간단체’, ‘시민단체’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 민간단체는 영리와 비영리 모두를 포괄하는 단체 개념이고, 비영리민간단체도 서비스 제공형 단체와 주창형 단체 등으로 구분된다. 정부 발표 자료에도 ‘민간단체는 각종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시민단체 등 비영리민간단체 모두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듯이 시민단체는 민간단체 중 한 영역이고 일부다. 실제 정부의 감사결과상 문제로 지적된 42개 사례들 중 시민단체가 아닌 봉제협동조합과 같은 영리기업이나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사회복지시설, 공공기관 1) 등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감사대상이 비영리민간단체나 시민단체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로 350여개의 주창형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경우 소속 회원단체들 중 정부의 부정사용 감사 대상에 포함되었는지 여부를 알아본바 아직까지는 해당단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은 시민단체선진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보조금 부정사용단체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여성단체 등 일부 시민단체를 지목해 연일 비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시민단체들이 현 정부의 장애인정책, 환경정책, 여성정책 등에 대해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공통점 외에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이다. 만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들을 옥죄기 위해 민간단체보조금 문제를 부풀려 악용하는 것이라면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도덕적·정치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아니 이러한 행태야말로 의도된 범죄행위이자 정치기획카르텔이다. 청와대, 정부여당이 이런 비난과 비판을 받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시민단체가 이권카르텔 세력’이라는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넷째, 민간단체를 옥죄는 정부 대응은 큰 폐해만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정부는 민간단체보조금 감사결과 대책에서 보조금 5천억 삭감과 각종 규제 강화를 발표했다. 문제는 5천억 보조금 삭감이 시민단체를 옥죄는 것이 아니라 사각지대 복지대상들의 지원금이 대폭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한 회계감사(10억→3억)와 회계검증대상(3억→1억) 적용기준을 확대하는 규제대책도 정부여당이 견제하고 싶어 하는 시민단체가 아닌 정부 지원 규모가 큰 사회복지시설의 행정력과 비용부담만을 증가시키는 엉뚱하고 빗나간 처방이다. 연 1억 또는 3억 이상 정부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에 급급해 엉뚱한 민간단체와 사회복지기관들이 피해받을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민간단체보조금을 통해 드러난 정부의 반(反)시민사회 태도와 정책은 지난 10여년 동안 이루어놓은 시민참여나 협치의 성과 자체를 약화시키거나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정부여당의 반(反)시민사회 정책기조 하에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선출된 광역 및 기초지역들은 마을만들기 및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및 공익활동과 같은 시민참여나 협치 관련 조례와 기구, 정책, 예산 등을 폐기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있다. 시민사회 성장 기반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어, 2000년대 이후 지난 20여년간 시민참여와 협치 시스템을 강화해 온 것은 국제적 추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를 해체시키려는 행위는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도움이 될 ‘시민의 자율적 참여’와 ‘문제해결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 국정 장악을 목적으로 크고 작은 사건을 빌미 삼아 시민사회를 흠집내고 옥죄고 공격하는 등의 정치행태가 4년 내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노조 조합비 회계 투명성과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이슈로 정치적 효과를 본 정부와 여당이 시민단체를 비롯해 노조 등을 지속적인 정쟁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크다. 이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보지 못한 매우 극단적인 방식이다. 기후위기와 민주주의, 민생 등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공동의 과제는 사라지고 극단적 대결과 갈등 증폭으로 한국사회가 후진적 3류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시민사회 정책과 의도는 드러났다. 현실화되고 있는 위기와 도전에 시민사회가 어떤 대응 및 발전 전략을 모색하고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윤석열 정부의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정부-여당-보수언론-검찰 등으로 연결된 정치카르텔의 적대적인 정책에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전과 같이 일시적·일회적 대응을 넘어서야 한다. 조직적이고 장기적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주창형(advocacy) 단체들의 연대를 넘어 마을, 사회적경제, NPO 등 다양한 시민사회 영역들의 연대로 폭을 넓혀야 한다. 정치카르텔에 대응한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왜곡된 주장과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과 팩트체크, 뉴스레터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부당함과 거짓을 알리고 적극 공론화해야 한다. 감사자료 공개 요구, 반박 기자회견, 정부여당과의 공개토론회, 시민참여 열린 원탁회의 개최 등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정부의 반(反)시민사회 정책이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을 얼마나 저해하는지, 시민적 권리를 제약하고 사회통합과 공동체를 파괴하는지도 공세적으로 알려야 한다. 시민사회가 그동안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위기 극복, 평화와 인권, 복지 사회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사회적 성과를 성취해왔는지도 부각시키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번 위기가 오히려 시민사회 활성화의 새로운 전환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으로 추진되었던 시민참여와 협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대안이 필요하다. 지난 10여년 동안의 시민참여와 협치는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지자체의 시민참여와 협치 관련 제도와 정책의 폐기·축소 과정에서 매우 위축되고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시민참여와 협치의 양적 확대나 제도적 구축만으로는 사회 시스템과 문화로 정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민참여와 협치가 우리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이라면 기존 활동에 대한 깊은 진단과 새로운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셋째, 시민사회 스스로의 자립적 재원구조 확보이다. 민간단체보조금 감사를 통해 보듯이 정권이 교체되면 언제든 보조금 정책은 180도 뒤바뀔 수 있고, 시민단체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왔던 경향에 대해 자성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 등이 세금을 지원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문제 해결 목적으로 시민사회조직이 세금을 지원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 하더라도 시민사회의 역동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상당한 자립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위기와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 자립적 재원 확보 방안을 차분히 만들어 가야 한다.


넷째,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화의 실패에 대한 반성이다. 시민사회는 2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운동을 추진해 왔다. 시민사회 활성화 제도 구축이 민주주의와 복지사회로의 성장과 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만큼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화에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집권 후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제시하였던 시민사회 활성화 제도와 정책은 부수적 이슈에 불과했다. 정부여당이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더 이상 이런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집권 정부와 여당에 의존하는 법제화 운동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시민사회 스스로 시민의 힘을 키우고, 지속적이고 강력한 정책로비 활동, 여야와 진보·보수를 넘어서는 정책적 협력 등과 같은 보다 주체적인 대안과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느리지만 확실한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1)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상·하반기 발표하는 ‘허위·과다 청구 공공재정지급금 환수’결과를 보면 2021년 하반기 환수처분된 전체 건수는 107,662건, 총금액은 74,267백만으로 이중 사회복지분야가 105,027건(97.6%) 65,194백만(87,8%)으로 대부분은 차지하고,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분야가 169건 5,198백만(7.4%), 농림해양수산분야가 934건(0.87%) 2,043백만(2.8%) 차지해 99% 이상을 차지함. 주로 시민단체와 관련한 공공행정, 교육, 문화 및 관광, 환경, 안전, 보건, 통일 등은 전체 1%에도 미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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