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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에 통일 역량이 있는가_김호균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한국에 통일 역량이 있는가   김 호 균(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개성 공단 폐쇄로 귀결된 남북 대치상황은 한국 사회가 과연 통일할 역량이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들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도발과 도전에 대응하면서 보인 소아병적인 대응은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켰다. 북한을 진정시키면서 냉정한 자세를 촉구하기보다는 마치 한판 붙을 테면 붙어보자는 식이었다.   우리 속담에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다. 북한이 보이고 있는 반응과 태도는 약자의 전형적인 허풍이다. 내공이 있는 강자는 침착하고 점잖게 대응할 뿐이다. 강자가 양보한다고 결코 무시당하지 않는다. 굳이 자존심을 내세울 필요 없다. 이 간단한 이치를 모를 리 없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언어 도발에 정면 대응한 것은 한국 사회의 미성숙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오늘날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남북한 사이에 엄존하는 격차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성숙한 대응은 당장 개성공단에서 발생한 손실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통일비용을 증대시킬 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지금 같은 긴장상황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진정 한반도 평화통일에 유리한 것인지 냉정하게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꼭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이 통일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을 화해와 협력의 길로 유도해서 승복시키는 것이 통일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새삼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평화역량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독일은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었음에도 내적 통일(통합)에는 아직도 도달하지 못했다. 대등한 통일이 아니라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통일이 이루어지면서 싹튼 서독인의 우월감과 동독인의 열등감이 통일 20년이 넘었어도 해소되기는커녕 대물림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통일 독일은 극우파 득세 등 만만치 않은 불필요비용...

발행일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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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단 2세대를 위한 편지_전영선 경실련통일협회 이사

분단 2세대를 위한 편지       전영선(경실련통일협회 이사, 건국대 HK연구교수)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 북쪽에는 김정은 체제가 수립되었다. 김정은 제1부위원장체제의 등장은 문화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온전한 분단세대의 등장, 한반도 분단 2세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한반도 분단 문제는 이제 포스트 분단세대의 몫이 되었다.   분단 1세대와 2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경험의 차이다. 분단1세대란 광복과 분단의 과정을 직접 경험한 세대, 왜곡된 분단구조로 인해 발생한 정치사회적 모순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세대까지 포함한다. 분단 2기는 간접적으로 분단을 경험한 세대를 의미한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필요로 한다. 이제 한반도 분단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통일 담론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분단의 경험을 체험하게 하고, 분단의식을 물려주기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어야 한다.   한반도 분단을 경험한 분단 1세대들은 참으로 치열하게 살아왔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남북 분단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왔다. 살기위해서 밤낮없이 일했다. 먹고 살 수 있다면 몸 뚱아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희생이 칭송받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국가를 위해 희생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먼 나라 전쟁터로 나갔고, 열사의 땅에서 흘린 피와 땀으로 달러를 벌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가족을 보면서 누이는 공장으로 흘러갔다. 밥 먹는 입 하나 줄이고자 공장에 간 누이들은 배고픈 동생을 위해, 공부해서 집안을 살려야 할 남동생과 오빠를 위해서 자신의 삶을 희생했다.   세계 최악의 빈곤국가 대한민국은 피와 땀으로 삶을 이어갔다. 이념의 색을 따지기 전에 살아남는 것이 최선이었다. 민주주의는 배부른 나라 이야기였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최고였고, 배부르게 해주는 지도자가 최고였다. 삼시 세끼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자유를 구...

발행일 201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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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성공단의 마지막 숨소리, 이렇게 지켜만 볼 것인가?_임을출 경실련통일협회 정책위원장

개성공단의 마지막 숨소리, 이렇게 지켜만 볼 것인가?   임을출 경실련통일협회 정책위원장       개성공단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철수하고, 완전 폐쇄 가능성도 커지면서 북한의 복잡한 속내가 하나둘 드러나 우리의 눈길을 끈다. 당시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입장들을 보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 조치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도 공단 완전 폐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북한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운운하던 기존의 입장표명과 달리 우리측의 대화 제의와 철수 조치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면서도 구구절절이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한 입장을 잇달아 내놓았다.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의 발표 뿐 아니라 지난 4월 26일 나온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에서도 이명박 정부 때도 살아 남은 개성공단을 박근혜 정부가 폐쇄수순 몰고 간다고 아쉬움을 표시한 대목에서도 북한의 속내가 엿보인다.   북한은 개성공단 잠정 중단조치를 먼저 취했다. 그들은 우리 정부가 근로자들을 불과 한달을 넘기지 않고 빠르게 철수시키는 초강수 대응을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한마디로 허를 찔린 셈이다. 한미연합독수리 훈련이 종료된 이후 대화분위기를 만들어 공장가동을 재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한 우리 정부와 언론들의 잘못된 인식과 평가를 바로 잡고, 공단가동 재개 후에는 개성공단의 확대발전을 위한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잠정중단 카드를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신들이 주장하듯이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고, 전시상황에서도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지키려 했던 개성공단을 협상카드로 사용하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했다. 아직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된 상태는 아니지만 우리측 근로자의 전원 철수로 개성공단은 점차 식물공단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내놓은 카드가 개성공단 ‘잠정 중단’이었다면 우리의 카드는 한발 더 나아가 ‘사실상의 완전폐쇄’가 되어 버린 것이다. 마침 ...

발행일 201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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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나를 위한 둘의 약속_최범산 항일유적연구소

하나를 위한 둘의 약속                                   최 범 산 항일유적연구소        <백두산 설경> 우리민족의 영산(靈山)으로 불리는 백두산(白頭山)은 높이 2,750m로 북위 41˚01´, 동경 128˚05´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백두산은 개마산, 불함산, 태백산 등으로 불렸으며, 예로부터 한민족의 조종산(祖宗山), 성산(聖山)으로 숭배하였고, 국조단군신화에서 천제의 후손 단군(檀君)이 태백산(백두산) 신단수 아래 신시를 세웠던 때부터 백성들이 신성시하였다고 삼국유사는 기록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만주족도 영응산(靈應山)이라 하여 매년 제사를 지냈으며, 청나라 때에는 백두산을 자신들의 조상인 애신각라(愛新覺羅)의 발상지라 하여 숭배하고 신성시하였다.   거대한 산줄기가 북동에서 서남 방향으로 뻗은 백두산맥(白頭山脈)의 최고봉은 장군봉(將軍峰)으로 일제시대에 해발 2,744m로 측량되었으나 1980년 북한에 의하여 다시 측량되어 2,750m로 확인되었다. 백두산맥에는 2,500m 이상 봉우리가 16개로 망천후(2,712m) 백암봉(2741m) 쌍무지개봉(2,626m), 청석봉(2,662m), 백운봉(2,691m), 차일봉(2,596m) 등이 있다. 백두산 천지(天池)는 용왕담(龍王潭)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해발 2190m에 위치하고 평균 수심 213m 최대수심 384m 둘레는 14.4km이다. 천지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두만강, 서쪽으로는 압록강, 북쪽으로는 송화강의 원류인 이도백하가 천지에서 발원하여 흐르고 있어 만주평야와 한반도 북부지방의 젖줄이 되고 있다. 또한 백두산에서 금강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은 한반도에서 가장 장대한 산줄기로 한반도의 모든 산맥들이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하여 사방으로 뻗어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온성군과 중국 도문시의 국경(두만강)>   2010년 여...

발행일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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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큼 다가선 ‘대북 대화’의 기회_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성큼 다가선 ‘대북 대화’의 기회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4월 11일부터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해 대화를 제의했고, 북한은 이에 대해 조평통, 외무성, 인민군 최고사령부, 국방위원회 등을 통해 일련의 반응을 보였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했다고 해석하면서 '비핵화와 관련된 의미있는 조치'를 대화시작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북한은 한미 양국의 대화제의가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해 대결적인 태도를 지속하고 있는 한 대화에 나설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러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대화의 성사는 상대방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18일 북한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을 통해 대화의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에서 한미 양국이 "진실로 대화와 협상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으로 조선반도에 조성된 험악한 정세를 수습하기 위한 타당한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면 그처럼 다행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한미 양국이 "비핵화 의지"라는 대화의 전제조건을 붙이는 것은 "도발"이요, "어리석고 강도적인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군대와 인민의 드팀없는(전혀 흔들림이 없는) 의지"라면서 한미 양국이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바란다면" 세 가지 "실천적인 조치를 취하는 용단"을 내릴 것을 주문했다. 그 세 가지 조치는 첫째,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결의들의 철회와 남한의 '반공화국 모략소동'과 같은 모든 도발행위의 즉시 중지 및 전면 사죄, 둘째, 다시는 "핵전쟁 연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전 세계 앞에 정식으로 담보, 셋째, 남한과 그 주변지역에 들여온 "핵전쟁 수단들"의 전면 철수와 재투입 시도의 단념을 요구했다.   한반도 전쟁위험 하강곡선 접어들어 북한의 이 세 가지 요구는 비록 한미 양국에 의해 수용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더라...

발행일 201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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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한의 한반도 긴장조성 배경과 그 해결책_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북한의 한반도 긴장조성 배경과 그 해결책   전현준(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은하3호 로켓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는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물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하 직책 생략)이 자리 잡고 있다. 김정은은 무엇때문에 이런 ‘무모한 도박’을 하는 것일까? 1953년 7월 정전이후 수많은 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작금의 북한 행동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 강도가 강하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정권 이양 받은 지 1년밖에 되지 않는 김정은이 긴장 조성의 중심에 서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북한 내외적으로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권장악력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정은은 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만일 그가 위기에 약하다는 평가가 내려지면 권좌에서 밀릴 수도 있고, 령이 안설 수도 있다. ‘사전적(ex ante)’ 정당성은 확보했지만 ‘사후적(ex poste)’ 정당성이 약화될 수가 있다. 김정은은 초강경 자세를 취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금년들어 남한과 미국내에서 ‘레짐 체인지(김정은 정권 교체)’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김정은은 이를 카리스마 구축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같다.  둘째, 김정은은 남한이 ‘키리졸브 및 독수리 훈련’을 이용해 2010년의 피해에 대해 복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이 있는 것같다. 남북간에는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 이후 ‘치고받기’를 지속해 왔다. 2010년에는 남한이 큰 피해를 입었고, 남한의 복수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그 복수가 군함을 공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 정권 교체’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북한은 생각하는 것 같다. 남한이나 미국이 ‘움쩍하면’ 서울, 워싱턴, 괌, 하와이 등을 핵으로 타격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천명한 것도 그러한 두려움의 산물이다. 유사시 김일성, 김정일 동상까지 공격할 ...

발행일 201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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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성공단이 닫히면 남북 미래가 닫힌다_임을출 경실련통일협회 정책위원장

개성공단이 닫히면 남북 미래가 닫힌다   임을출 경실련통일협회 정책위원장     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만약 개성공단이 문을 닫는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남북관계는 돌아가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럴 경우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또 다른 잃어버린 남북관계 5년의 역사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2003년 착공식을 시작으로 개성공단을 통해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남북 간 신뢰의 탑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게 된다. 혹자는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다시 개성공단 문을 열고, 생산설비에 쌓인 먼지를 닦고 기름을 다시 치면 예전과 다름없이 공장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총격 사고로 사망한 뒤 금강산관광길이 중단되면서 기업인들은 몸만 빠져나왔다. 하지만 금방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4년을 훌쩍 넘겼지만 금강산으로 돌아갈 기약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더구나 북한은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규정들을 공포하면서 아예 독자적인 개발을 선포해 버렸다.   개성공단은 금강산관광 사업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크다. 북한 근로자 5만3000여명과 함께 일했던 남한 기업 123개와 식자재, 원자재, 연료 등을 공급했던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예상 피해기업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개성공단 사업에 모든 재산을 걸었던 적지 않은 입주기업들은 경협보험으로 일부를 보상받는다 해도 회생을 장담할 수 없다. 중국, 동남아 등에서 새 둥지를 틀어도 임금상승 등으로 경쟁력을 갖기가 훨씬 힘들어졌다. 이들에게 개성공단은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생존보루다. 오죽하면 현지에 인질이 되어서라도 정상화될 때까지 남겠다고 하겠는가.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에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갖은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간신히 흑자 기반을 다져놓은 터다. 사실 개성공단 사업은 우리가 ‘퍼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퍼오기’를 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발행일 201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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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종 김치, 뫼비우스 띠, 그리고 만남_노귀남 미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정종 김치, 뫼비우스 띠, 그리고 만남   -변경문화를 찾아서-   노귀남 미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중국 재래시장에서 김치를 직접 담가서 파는 한국 사장을 만났다. 그는 한족 시장바닥에서 원조 김치격인 ‘정종 김치’로 성공하고 있다. 정종(正宗)이란, 중국에서는 정통, 원조, 전통의 뜻을 가진다. ‘원조’를 붙여 시장 쟁탈을 하듯이, 정종이란 말을 써 붙여 가짜가 아닌 어떤 정통성을 광고한다.   그 사장한테서 김치 담그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종 김치’는 중국식 김치가 된다. 이 김치는 중국사람이 만든 것과는 맛과 질이 달라 정종 김치로 인정받고 있다. 대개 중국사람은 절인 배추에 고추장을 넣고 김치를 담그는 줄 알 정도로 원조 김치를 잘 모른다. 시장에서 파는 중국식 김치를 보면 고추의 붉은 기운이 죽어 거무칙칙하다. 설탕 대용으로 쓰는 ‘탕진’이 맛과 색을 변형시켜 도무지 김치맛이 나지 않는다.        그 사장은 처음에 한국 원조 김치를 담가서 재래시장판에 나갔다. 팔긴 했지만 맛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단다. 입맛이 달랐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중국 입맛을  찾아내 맞춰 나갔다. 그곳 사람들은 젓갈이 아주 조금만 들어가도 그 비린 맛이 거슬린다고 하여 그것을 대용할 재료를 찾아야 했다. 또 단맛을 좋아한다고 설탕으로만 대신하면 안 된다. 마늘보다 생강을 많이 써야 한다. 이렇게 조금씩 맛을 개선하면서 그 바닥 시장에서 최고의 맛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 물론, 신 김치는 거의 팔리지 않아 재고를 남겨도 안 되지만, 1근(500g)에 8원씩 하는 김치가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란다.   그의 사업은 김치장사만이 아니다. 김치전, 떡볶이, 김밥 등과 함께 한국식 밑반찬과 한국 일용상품, 전자제품, 화장품 등 종합상사가 부럽지 않게 노력했다. 처음에는 중국말도 잘 못하면서 시작한 김치 장사가 3년차 접어든 지금에는 만만찮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것은 일상과...

발행일 2013.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