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윤석열정부 복지민영화의 신호탄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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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9.22. 조회수 49940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9,10월호][시사포커스(3)] 윤석열정부 복지민영화의 신호탄이 울렸다.

윤석열정부 복지민영화의 신호탄이 울렸다.


- 취임 1년이 지나 밝혀진 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 추진, 즉각 중단해야 -


가민석 사회정책국 간사


취임 1년 동안 미궁에 빠져있던 윤석열표 복지정책, ‘사회서비스 고도화’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해 국정과제부터 대통령실 입장 발표 등을 통해 서비스 복지는 민간중심으로 고도화하겠다고 기본 방향을 밝힌 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밝혀진 지금, 정부는 학계와 시민사회 등의 십자 포화를 받고 있다.

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

정부는 현재 노인요양시설 인가 시 건물의 임차를 허용해 시설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0명 이상이 이용하는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사업자가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거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공공임차를 통해 가능하다. 이는 국가를 대신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관의 책임성을 높여 이용자의 안정과 무분별한 시설 난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국민의 보험료로 이용료를 지불하여 운영되는 기관이므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를 허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지난 7월 19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신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서 처음 알려졌다. 노인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수요가 증대하는데, 일부 지역 특히 강남3구 등 대도시 지역은 비싼 지가 때문에 공급이 부족하는 게 당시 밝힌 도입 취지다. 그리고 8월 17일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서는 시설 진입을 개선하겠다며 임차 허용 검토를 공식화했다. 제도가 도입된다면 민간이 소규모 자본으로도 사회서비스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활로가 열리게 된다.


이미 실패가 예견된 정책

공청회 개최부터 반응은 뜨거웠다. 국내외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며, 앞으로 부작용이 뻔하기 때문. 노인요양시설의 핵심은 주거 안정성으로,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의 관련 규정도 이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이러한 안전 장치를 허물고 임차 노인요양기관을 허용할 경우 그 피해는 입소자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임차계약 시 요양시설의 진정한 소유주는 건물‧토지 소유자이며, 입소자는 요양시설과 계약을 하기 때문에 임차료 상승이나 임차계약 종료로 인해 기관이 문을 닫아도 어떠한 법적 대항력도 갖지 못한다. 결국 개‧폐업이 빈번한 민간 요양시설이 난립하면서 운영 주체의 재정상태가 열악해지거나 급히 파산하는 경우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이 무방비로 쫓겨나는 혼란이 발생한다.


민관 기관의 파산으로 인해 입소자의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이미 많다. 2007년 일본에서는 대형 민간노인요양업체인 “콤슨”이 지원금을 횡령하면서 강제 폐쇄 명령을 받아 갑작스레 문을 닫았고 이른바 ‘개호 난민’이 발생하는 콤슨 사태가 일어났다. 또한 영국의 “서던 크로스(Southern Cross)” 파산으로 인해 입소했던 총 31,000명의 노인이 갑작스레 퇴거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혼란과 학대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던 크로스 파산 관련하여 당시 영국 감사원은 시장에서 퇴출이나 파산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가 공급자 실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실패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임차 허용의 폐해를 맛보고 폐지한 바 있다. 현재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의 시설 소유 규정은 2010년 3월, 한차례 개정한 결과다.


노인장기요양제도는 2008년 시행됐는데,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시설의 시장진입과 과도한 입소비 경쟁으로 인해 서비스 질 하락이 문제가 됐다. 또한 임대를 통한 프랜차이즈 운영으로 문어발식 운영이 만연하여 대책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임대가 허용된 당시에도 높은 임대료 등으로 인해 서울에는 노인요양시설이 부족했는데, 입소자의 거주 및 제도 안정성 등을 위해 임대를 금지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서울 등 대도시의 높은 지가로 인해 노인요양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임대를 허용해 시설 진입을 개선하겠다는 논리는 법 개정 당시의 상황을 참고했을 때 근거 없는 주장이다. 결국 2010년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다면 개정 번복을 통해 임대를 허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1)


이제 와서 누구를 위해

노인돌봄을 포함한 사회서비스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국가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수익이 부족해 민간의 참여가 저조하거나 지역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경우, 시장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노인요양시설 1%라는 척박한 우리 현실에 국내외에서 실패가 검증된 제도를 다시 도입해 민간자본의 유입을 검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실련은 올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평가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국가의 역할을 포기하려는 정책 기조를 비판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복지정책이 후순위에서 밀려난 것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공 돌봄 확대 등 공공성 강화에 대해서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 여러 민간 영리 기관들의 민원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은 보험업계의 숙원으로, 정부의 도입 추진에 맞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래서 보험업계의 민원을 직접 받았느냐는 추측일지 몰라도, 공공성 강화가 필요한 우리나라 노인돌봄서비스 영역에서 국가의 책임을 포기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노인요양시설 임차제도의 도입과 장기요양시장 금융화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

8월 28일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와 학계, 시민사회, 현장 종사자까지 모여 임차 허용 제도의 문제점을 낱낱이 살피는 자리였는데, 수많은 실패사례와 이를 기초로 앞으로 정책실패를 예견하는 연구결과가 쏟아졌다. 사회서비스영역의 퇴행을 목도한 참석자들이 정부의 정책철회를 앞다투어 주장했다.



8월 28일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와 학계, 시민사회, 현장 종사자까지 모여 임차 허용 제도의 문제점을 낱낱이 살피는 자리였는데, 수많은 실패사례와 이를 기초로 앞으로 정책실패를 예견하는 연구결과가 쏟아졌다. 사회서비스영역의 퇴행을 목도한 참석자들이 정부의 정책철회를 앞다투어 주장했다.


국가책임성을 강화하라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의료·요양·돌봄 연계를 통해 지역사회 계속 거주 환경 조성”을 기대하며 “장기요양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공립요양시설 확충”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물밑에서 작업한 것은 사회서비스의 시장화였다. 복지에 대한 국가책임성을 강화하도록 정책의 방향성을 수정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 요양기관 비율이 1%도 안 되는 실정에도, 또다시 규제를 풀어 민간을 통한 시설 공급 확대를 꾀하는 정부의 무책임함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요양기관의 임대 운영이 손해보험사 등 금융 자본시장의 오랜 염원인 것을 고려하면, 노인복지를 신규 사업 분야 정도로 인식해 민간의 수익 창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현 정부의 확고한 정책 철학만 증명할 뿐이다.




1) 이형길, “노인요양시설 임차제도의 도입과 장기요양시장 금융화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 지정토론문, 2023.08.28.,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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