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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 4월 철학 없는 정치에 미래가 있을까?

[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우리들이야기(3)] 4월 철학 없는 정치에 미래가 있을까?   조진석 나와우리+책방이음 대표 4월,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가 다시 떠오릅니다. “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그리하여, 다시/껍데기는 가라/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아사달 아사녀가/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부끄럼 빛내며/맞절할지니//” 첫 번째도 껍데기는 가라. 두 번째도 껍데기는 가라. 세 번째도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를 연속해서 호칭했습니다. 또 가라! 가라! 다시 가라! 이 시는 1967년 1월 『52인 시집』에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1960년 혁명 이후, 7년이 지난 시점에 발표된 것이지요. 시간이 지나고 혁명의 대의는 퇴색하고, 이미 껍데기만 남았다는 문제의식 속에 부정과 부패한 정권을 뒤엎은 4·19혁명의 알맹이만 남길 바라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또 동학년 곰나루에 서서 외쳤던 아우성이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뜻을 강하게 표현한 것 아닐까요. 4월 보궐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 서울시장이 스스로 선택한 비극적인 죽음에서 비롯되어 선거를 다시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당혹스럽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고 변호해온 삶을 수많은 사람이 지지해서 선출된 서울시장이었다는 점과 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 특히 반인권적 행동으로 고통받은 피해자가 사법적 해결책을 찾는 시점에서 사실의 규명과 법의 심판대에 서지 않고 사과의 말도 없이 생을 마감했다는 점 역시 당혹스럽습니다. 이번 선거의 원인이 된 죽음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우리는 서울시정의 수많은 문제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 평등의식의 부재, 인권 의식과 인권 실천의 불일치,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결여, 비리를 감시하고 바로 잡는 체계의 미구축, 의회의 행정부 견제 부족 등 수많은 시스템적 결함이 떠오릅니다. 혁신의 캐치프레이즈 그늘에 참...

발행일 2021.04.02.

스토리
[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살아남은 아이들은 지금 행복할까?

[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우리들이야기(2)] 살아남은 아이들은 지금 행복할까?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간사 2018년 실제 있었던 아동학대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미쓰백>이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그 무렵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충격을 주었던 두 사건을 담고 있습니다. 수개월간 욕실에 갇혀서 학대를 당하다가 사망한 ‘원영이 사건’과 아이가 학대로 사망하자 암매장하고도 딸이 살아있는 것처럼 생활하던 부모가 검거된 ‘고준희양 살인사건’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 두 사건과 영화로 우리 사회에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반복된 비극 하지만 그 후, 2년도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다시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작년 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태어난 지 겨우 16개월 된 정인이, 그리고 얼마 전,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살짜리 아이의 죽음.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것은 잠시였고, 우리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여전히 아이들이 학대당하고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에만 아동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수는 42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동 학대 신고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이 있을 때만 잠시 분노하고 있지만, 그사이에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모든 내용들이 뉴스에 전해지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지금 행복할까? 최근 아동 학대를 주제로 한 영화 <고백>에서 피해아동으로 나오는 아이는 ‘TV에 나오던 그 아이들은 지금 행복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 대사를 들으면서 살아남은 아이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아동 학대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정말 그 아이들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최근 아동 학대와 관련된 통계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

발행일 2021.04.02.

칼럼 스토리
[전문가칼럼]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내뿜는다?

[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우리들이야기(1)]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내뿜는다?   박만규 아주대 불문과 교수 LH(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공적인 개발 정보를 자신들의 사익 편취에 이용했다는 사실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청렴은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데, 오히려 이들이 부패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부패하다’라는 뜻의 영어 어휘 corrupt는 라틴어로부터 14세기에 고대 프랑스어를 거쳐 들어간 말로, 라틴어 동사 corrumpere는 ‘함께’라는 뜻의 cor와 ‘파괴하다’라는 뜻의 rumpere로 이루어져 있다. 즉 생물체가 썩거나 부패한다는 추상적인 개념을 ‘(내부 요소들이) 함께 파괴된다’고 나타냈던 것이다. 그러다가 15세기에 들어서는 뇌물을 받거나 부정한 일을 하여 사람이 정신적으로 타락한다는 비유적인 의미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함께 파괴된다’라는 뜻의 이 어원은 마치 한 개인의 부패 행위가 단지 개인적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부패행위자가 속한 집단과 국가 전체가 ‘함께 파괴된다’는 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어서 소름이 끼친다. 영어의 속담 ‘A rotten apple spoils the barrel(썩은 사과 한 알이 전체 사과를 썩게 한다)’도 같은 맥락의 사고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역사를 보면 국가의 멸망은 부른 것은 전쟁이라기보다 부패였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단합을 요구하는데, 부패로 인해 분열이 되면 전쟁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부패는 도덕적 해이로부터 발원한다. 규율과 기강이 느슨해지고 긴장감이 풀리면 도덕적으로도 와해가 된다. 실제로 이번 부패 사건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이로써 향후의 정부 정책이 잘 안 먹히게 만들 공산이 크다. 준법정신에도 큰 타격을 입혀서 법은 오히려 지키는 사람만 손해라는 생각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이는 결국 사회계층 간 갈등과 균열을 초래하여 사회 통합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

발행일 2021.04.02.

칼럼
[시사포커스] 진료, 얼마 내고 받으십니까?

[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시사포커스(4)] 진료, 얼마 내고 받으십니까? – 74개 대학병원 건강보험 보장률 분석 – 가민석 정책국 간사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보건의료 정책 또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현재 고려해야 할 시대적 상황이란 감염병 대응 및 의료비 부담 경감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5%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감염병 환자의 80%를 감당하면서 곳곳에서 의료 공백을 목격했다. 공공병상과 인력이 부족하여 환자들이 대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속출했고, 업무 강도가 심해진 공공병원의 근무자들이 충원과 처우개선을 외치며 시위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우리는 국가재난 상황에서 공공의료(*국가라는 주체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소한 의미로 한정함)의 중요성과 시스템의 공백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한편 202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 Health Statistics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속도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편이었으며, 경상 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이 차지하는 비중(32.5%)이 OECD 평균(20.1%)보다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발표하면서 ‘연간 50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국민이 46만 명에 달하며,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빈곤층 가정으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 중 두 번째가 의료비 부담’이라고 의료비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며, 노인빈곤율도 최고 수준인 나라임을 고려했을 때 의료비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결국, 경실련은 코로나19 극복과 의료비 절감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이를 관리하고 통제할 국가의 책무를 논의하고자 공공의료 확충을 주장한다. 이에 앞서 건강보험 보장률 실태를 분석해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의료비 부담 차이를 살펴보고 공공병원 확충의 근거를 제시하고자 했다. “74개 대학병원 건강보험 보장률 분석발표” 건강보험 보장률이란 우리가 진료를 받고 비...

발행일 2021.04.02.

칼럼
[시사포커스] 가짜 말고, 국민이 원하는 진짜 공공 주택을 늘려라!

[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시사포커스(3)] 가짜 말고, 국민이 원하는 진짜 공공 주택을 늘려라! 윤은주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우리나라 공공주택 재고율은 경실련 기준 4.2%이다. 이는 OECD 평균 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작년 11월 19일 전세대책 자료에서 장기 공공주택 재고율이 평균 8%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고, 지난 1월 부동산 관계기관 합동설명회 자료에서도 공공주택 비율이 OECD 평균 8%를 상회하는 9.3%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과연 정부의 자화자찬 성과는 사실일까? 경실련 조사결과, 정부가 발표한 공공주택 중 실제로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 되는 국민임대, 영구임대, 장기전세 등 진짜 공공주택의 비중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H, SH 등 공기업이 강제수용한 택지를 대부분 민간에 매각하며 부당이득을 취하는데, 치중했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공공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해 8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중 80%가 판매용 분양용 주택이다. 3기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경실련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입장에서 영구, 50년, 국민, 장기전세 등과 같이 공공이 보유하면서 20년 거주가 가능한 주택만을 진짜 공공주택이라고 인정한다.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하는 10년 임대와 사실상 전세보증금 지원제도로 볼 수 있는 전세임대는 가짜 공공주택, 주거불안 해소보다는 예산 낭비, 특혜논란 등 부작용만 우려되는 매입임대·행복주택은 짝퉁 공공주택으로 분류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증가한 공공주택 중 영구·국민·장기전세 등 진짜는 15%, 4.8만 호뿐 경실련 기준으로 공공주택 재고 현황을 살펴본 결과,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 공공주택 재고량은 158.4만 호다. 이중 영구, 50년, 국민임대 및 장기전세 등 20년 이상 장기거주와 보유 가능한 공공주택은 89.6만 호 57%이고, 10년 임대, 전세임대 등 공공이 소유하지 않고 보증금을 지원해주거나 분양 전환될 가짜 공공주택이 4...

발행일 2021.04.02.

칼럼
[시사포커스] 뻥쟁이, 앞잡이,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복수의결권

[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시사포커스(2)] 뻥쟁이, 앞잡이,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복수의결권 – 복수의결권 도입을 둘러싼 팩트체크! – 정호철 재벌개혁운동본부 간사 지난 설 연휴 간 뜨거운 이슈 중에 하나가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이었다. 그러면서 국내 보수언론지에 도배된 이야기들 중 하나가 바로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이다. 쿠팡이 한국증시가 아닌 뉴욕증시를 택한 건 “한국에 복수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구글처럼 창업주의 혁신을 보호하기 위해선 복수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말을 빌려 관련 기사를 연일 쏟아냈다. “벤처기업이 유니콘(즉, 창업한지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가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권칠승 현 중기부 장관도 나섰다. 박영선 전 장관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다수야당 추경호 의원 역시 “코로나19로 약해진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도 도움이 된다”며 환영했다. 정부와 국회는 올해 3월 중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을 목표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의 말은 사실일까? 도대체 복수의결권이 뭐길래… 온 나라가 시끄럽나? 복수의결권은, ‘주주의결권 신탁계약’에 따라 일부 주주들이 자기 의결권을 특정 주주에게 맡기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주식투자자들이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자기 표를 창업주의 효율적인 경영권 행사(의사결정)를 위해 몰아주자는 얘기다. 현재 정부여당이 도입하려는 비상장 벤처 복수의결권은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표까지 몰아주자는 것이다. 복수의결권은 <도표 1>처럼 의결권 신탁하려는 주식투자자의 지분율에 따라 결정된다. 뭐 어떻게든 창업주가 돈만 잘 벌어 준다면야, 투자자와 주주들의 ‘동의’만 있으면 이론적으론 100표도 가능하다. 특히, 창업주의 가업을 잇기 위해 가족, 친지들끼리 허물없이 저런 식으로 경영권을 몰아주거나 ...

발행일 2021.04.02.

칼럼
[시사포커스] LH 사태로 본 농지 문제

[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시사포커스(1)] LH 사태로 본 농지 문제 오세형 경제정책국 팀장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공개와 관련 언론보도가 있었다.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LH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사들인 토지는 총 10필지(2만 3,028㎡, 약 7,000평)로, 매입비용이 약 100억 원에 달했고 이 중 58억 원 넘게 지역 농협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토지의 98.6%가 농지였다고 한다. 이러한 투기는 정책 입안·실행 관련자의 내부정보 이용, 이해충돌 등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투기의 대상이 결국 ‘농지’였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는 작년부터 농지 정의 실현을 핵심과제로 삼아 행정부 고위공직자와 입법부 국회의원의 농지 소유 등을 조사하여 발표하고 농지법 개정 토론회 등을 개최하면서 꾸준히 농지 문제를 제기하여왔다. 그것은 농지에 관한 경자유전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음을 밝히고자 했던 것이고, 이번 LH 사태 역시 농업인이 아닌 자의 농지 소유가 매우 광범위하고 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농지법 제6조 제1항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하고 규정하고 있다. 비농민의 농지 소유가 금지되어야 함에도 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많은 예외조항으로 농지 소유가 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농민에게 농업인에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지를 소유하기 위해선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하고 해당 증명을 발급 받기 위해서는 농업경영계획서 등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농민의 농지 소유가 가능했던 것은 그러한 최소한의 절차마저 제 기능을 다하고 ...

발행일 2021.04.02.

칼럼
[특집] 정치인의 못 말리는 토건(土建) 사랑

[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특집. 서울·부산 1,300만의 선택(5)] 정치인의 못 말리는 토건(土建) 사랑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2월 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월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지 8일 만이다. 그리고 3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법안을 공포했다. 국토부가 밝힌 가덕 신공항 총 사업 예산은 28.6조 원이다. 국토부 예산이 과다 책정됐다며 부산시가 내놓은 사업비도 18조 원 가량이다. 현 정부가 입이 마르고 닳도록 ‘적폐’라 비판했던 MB정부의 4대강 사업 23조 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어마어마한 예산이 소요되는 토건 사업을, 제대로 된 사전조사 없이 특별법 하나 달랑 만들어 추진한단다. 가덕도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까? 그간 신공항 추진 경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경남권 신공항 계획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김해 항공기 추락 사건을 계기로 동남권 신공항 검토를 지시한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당시 건설교통부가 신공항 타당성 검토를 시작했고,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으로 신공항 후보지가 압축된다. 정권이 바뀐 후 건설교통부는 두 곳 모두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신공항 건설은 백지화된다. 신공항은 박근혜 정부 때 재추진된다. 정부는 재차 동남권 신공항 필요성을 발표하고,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신공항 타당성 조사를 맡긴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은 신공항 건설이 아닌,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낸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이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착수한다. 바통은 문재인 정부로 넘어간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김해신공항 확장안에 대한 예타 결과를 발표했고, 예타는 통과됐다. 예타가 통과되자 국토부는 다음 단계인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한다. 여기까지는 신공항 건설 절차에 맞게 진행됐다. 하지만 느닷없이 2018년 9월 부·울·...

발행일 2021.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