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통령실 및 정치권의 상속세 완화 주장에 대한 입장

경제정책팀
발행일 2024.06.20. 조회수 6955
경제

경제적사회적 신분의 세습을 초래하고

기회균등 민주주의 파괴하는

상속세완화 논의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상속세 전체 총결정세액 중 자산가 0.00003%, 38.5% 차지

과표 50억원 이하~500억원 이하(상속세 최고세율 납부자) 비중 하락 추세

최근 정부와 정치권, 일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상속세 완화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6일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상속세율을 30%까지 인하하겠다면서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최고 60%, 대주주 할증을 제외해도 50%”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민국 헌법 가치인 기회균등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대표적 조세특례인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사후관리 요건 등도 대폭 완화하겠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가업상속이 중소·중견기업 성장을 가로막고 국가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주장이 현실화된다면 민주주의 국가의 근본 원칙이자 우리나라의 헌법 가치인 ‘기회균등의 원칙’이 형해화될 뿐 아니라, 조세제도에 내재하는 소득과 자산의 재분배 기능도 무력화되면서 지역간・계층간・세대간 자산양극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대통령실과 일부 정치권의 도를 넘은 주장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이에 경실련은 다음가 같은 이유에서 주택 한 채만 상속받아도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등 왜곡된 정보를 양산하여 민심을 호도하는 대통령실과 일부 정치인 등에게 강력히 경고하며, 이제 막 개원한 제22대 국회 또한 21세기 대한민국을 중세시대 계급국가로 회귀시키는 위험천만한 상속세 개편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우선 상속세가 중산층세가 되었다는 주장은 통계를 왜곡한 잘못된 주장이다. 정치권과 보수언론들은 ‘초부자세’ 취지로 도입된 상속세가 이제 ‘중산층세’가 됐다면서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물가상승과 경제발전 등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상속세를 납부하는 서민들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2022년 과세유형별 상속세 결정현황을 ‘과세표준규모별’로 살펴봤다. 국세통계 과세 표준 규모별 구분은 △1억 이하 △3억 이하 △5억 이하 △10억 이하 △20억 이하 △30억 이하 △50억 이하 △100억 이하 △500억 이하 △500억 초과가 있고, 그중 상속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은 △50억 이하 △100억 이하 △500억 이하, 그리고 최고구간인 △500억 초과 세 구간이다. 이들의 ‘총결정세액’1)을 합한 후 전체 납세자의 총결정세액과 비교해보면 최고세율로 납부된 상속세 금액 비중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2013~2022) 과세표준 최고세율 구간(50억 원 이하~500억 원 초과)의 총결정세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62.80% △2014년 63.94% △2015년 65.73% △2016년 75.83% △2017년 72.90% △2018년 62.47% △2019년 64.94% △2020년 74.25% △2021년 69.54% △2022년2) 74.72%로 나타났다.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2022년 보다 비율이 높았던 2017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1] 상속세 과세표준 최고구간 총결정세액 현황, 출처: 국세통계

그렇다면 정부의 주장대로 최고세율 구간에 포획된 중산층이 증가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위의 그래프는 ‘500억원 초과’ 구간, 이른바 ‘슈퍼리치(Super-rich)’가 포함되면서 현실과 괴리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2022년 총결정세액에서 500억원 초과 단 한 구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8.50%였다. 이 구간의 피상속인은 20명 정도로 대한민국 0.00003%가 전체 상속세 40% 가까이를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즉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세는 ‘초부자세’로서의 정책 목적을 명확하게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500억원 초과’ 구간을 제외한 50억원 이하~500억원 이하 구간의 총결정세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중산층의 상속세부담이 증가하였다는 대통령실과 일부 정치인의 주장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그래프2에서 볼 수 있듯이 50억원 이하~500억원 이하 구간의 총결정세액이 전체 상속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57.15% △2014년 63.94% △2015년 50.75% △2016년 48.15% △2017년 49.30% △2018년 53.03% △2019년 46.10% △2020년 40.37% △2021년 44.84% △2022년 36.22%으로 각각 나타나고 있다. 중산층의 세부담이 증가하여 상속세 최고세율 납부자 비중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슈퍼리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500억원 초과’ 구간의 피상속인수는 2013년 4명에서 2022년 20명으로 무려 5배 늘었다.

한편 재산가액 기준 과세 대상 중 최저세율(10%) 구간인 1억원 이하는 전체 0.05%에 불과했다. 이 구간의 총상속재산가액 2조3331억원에 대하여 상속세법상 각종 공제가 적용돼 최종적인 결정세액은 107억원에 불과했다.

[그래프2] 50억원 이하~500억원 이하 구간(500억원 초과 제외) 총결정세액 현황

출처: 국세통계

이와 같은 국세통계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일부 정치인들의 상속세 완화 및 폐지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요컨대 정치권과 보수언론은 물가상승과 경제성장이 중산층도 상속세 납부대상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 비중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혹세무민을 위한 과장되고 피상적인 주장을 멈춰야 한다. 결국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의 최대 수혜자는 중산층도 서민도 아닌 0.00003% 내외의 대한민국 슈퍼리치가 될 것이다.

요컨대 집권이후 부자감세에만 몰두하고 있는 대통령실과 일부 여당 정치인들은 “재산 상속권을 제한하는데 실패하는 것이 오히려 기회균등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 국민의 이상을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상속세 폐지에 반대했던 미국의 전설적인 대부호 ‘Andrew Carnegie’의 격언을 상기해야 할 것인바, 이를 부정하며 슈퍼리치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및 상속세 등에 대하여 전방위적 감세정책을 지속해온 미국의 재정건전성이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에 경실련은 정치권과 정부의 슈펴리치를 위한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를 당장 중단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상속인들이 그들의 선조의 재산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상속권은 자신의 노력에 의하여 얻은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재산 상속권을 제한하는 것이 불공정한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통령실과 정치권은 상속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의 대물림과 경제 불평등을 조정하고 경제적・사회적 계급의 세습을 방지하여,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회균등 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조세제도이자 정책수단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1) 총상속재산가액에서 각종 공제를 제하고 가산세를 더한 최종적인 결정세액

2)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망으로 발생한 상속세 12조원을 제외했다.

 

2024년 6월 2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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