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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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만수, 과거 70~80년대 경제패러다임

양혁승 경실련 정책위원장·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지난 7월 21일 경제정의실천연합 강당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수장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을 촉구하는 경제·경영학자들 118명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날 현장에 참석한 이종훈 전 중앙대 총장, 권영준(경희대)·이의영(군산대)·양혁승(연세대)·김균(고려대)·전성인(홍익대) 교수 등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강만수 장관을 즉각 경질하고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경제·경영학자들은 “현 경제위기가 변화된 국제경제 환경에 잘못된 정책으로 대응한 강만수 장관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강만수 장관 경질을 촉구하는 경제·경영학자 성명발표자 중 한명인 양혁승 연세대 교수를 만나 학자들이 왜 장관 경질을 촉구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양 교수 "100여명 이상의 학자들 특정한 장관 경질목소리 내는 것 쉬운 결정 아냐… 학자 양심에 따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토로  23일 기자와 만난 양 교수는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정치성향을 ‘중도’라고 밝히며 “좌우 스펙트럼 상에서 나 스스로를 위치 짓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날 인터뷰는 연세대 상경대 본관 양혁승 교수의 연구실에서 1시간가량 이뤄졌다. <다음은 양혁승 교수와의 일문일답> -지난 21일 경제·경영학자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이번에 서명에 참여한 분들을 보면 보통 일반에서 구분하듯이 진보학자, 보수학자 이 관점에서 보면 이해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평소에 이런 부분에 대해 입장표명에 참여하지 않은 기본적으로 시장 메커니즘에 무게중심을 둬서 운영돼야 한다는 쪽에 선호를 하는 학자들이 상당히 포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현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분들이 아니다. 그래서 평소에 진보성향을 학자들이 의견표명을 했던 것에 익숙한 기자들이 보면 아주 생소한 분들이 많이...

발행일 2008.08.11.

칼럼
좋은 갈등, 이상한 갈등, 나쁜 갈등

이선우 (사)경실련갈등해소센터 이사장 갈등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크게는 욕구갈등과 가치갈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좋은 갈등, 이상한 갈등, 나쁜 갈등의 세 종류로 구분하면서 이 갈등을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하여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좋은 갈등이란 정말로 순수한 마음에서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위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어떠한 사익도 개입하지 않는 갈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갈등집단 간 가치의 아치는 있을지언정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은 동일한 경우이다. 이상한 갈등은 정작 갈등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없고 제3자들에 의한 제3자들을 위한 제3간 또는 제3자와의 갈등을 의미한다. 소위 대리갈등 또는 갈등의 대리전으로 명명할 수 있다. 나쁜 갈등이란 사회와 국가를 위한 대승적 차원이 아니라 갈등당사자집단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진행되는 갈등 또는 서로 간 믿지 못하여 해소되지 않는 갈등을 말한다. 좋은 갈등이 착한 갈등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순수성과 솔직함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 갈등의 시작은 좋은 갈등들이다. 천성산 도롱뇽 생태습지보호, 새만금 갯벌보호, 노사 간 대립 등등 모두가 국가의 발전과 건강함을 위한 갈등들이다. 이상한 갈등이 이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인은 제쳐두고 손님들에 의한 갈등대리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주인의 주장보다 손님들의 입장만이 강조되기 때문에 갈등의 근본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가치는 멀어지고 손님들의 이해충족만이 남는 이상한 형국을 맞게 된다. 오랜 갈등 속에서 정작 내가 얻은 것은 없다고 하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 있는 갈등이 바로 이런 것이다. 나쁜 갈등은 애초부터 사회나 국가의 이익은 고려치 않고 갈등당사자집단 자신들의 이익만 고려한 이기적인 갈등이거나 오랜 갈등 속에서 불신만 남고 커져 사회를 반목과 편 가르기로 지치게 만드는 갈등들이다. 그러면 이런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너무나 순수하고 순진한 진단이지만 필자는 갈등의 핵심 속에서 솔...

발행일 2008.07.25.

스토리
명박산성을 앞에 두고

정책실 부장 임지순 2008년 6월 10일 오전 7시, 여느 때와 다름없이 광화문을 통해 출근하다가 광화문 대로에 세워진 컨테이너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저게 무얼까? 궁금증이 생겨났다. 이미 3차선까지 점령한 컨테이너 박스로 종로에서 서대문으로 향하는 길은 광화문 사거리에서 종로 3가까지 길게 차가 늘어섰다. ‘도대체 저게 뭐지? 이제 조금 후면 본격적인 출근시간인데, 이곳은 다른 때보다도 훨씬 심각한 교통지옥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8시 30분, 다음에 올라온 기사를 통해 컨테이너 박스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610항쟁에 맞춰 광우병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100만 촛불집회를 대비하여 시민들로부터 청와대를 사수하기 위해 그 거대한 가로막을 설치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 컨테이너 박스들은 아침에 봤을 때보다도 더 큰 위용을 자랑하며 도로를 완전히 점령해 버렸다. 사진 속의 그림이 2008년 현재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믿어지지 않는다. 교통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상태였으며 그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지각하였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오전 11시, 서울광장에는 이미 보수단체 회원들이 속속 집결하여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장소를 선점하였다. 왜 하필,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고되었던 오늘, 그들은 동일한 장소에서 모임을 가진 것일까? 그들 모임의 성격이나 배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오후 4시, 사무실 밖이 얼마 전부터 시끄럽기 시작했다. 대학로에서도 보수단체 회원들의 집회가 있다고 한다. 성능 좋은 스피커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줄이야.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마음도 어수선한 참에 진보신당의 칼라TV를 틀었다. 서울광장과 광화문 정문에는 이미 많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카메라 저 뒤편으로 보수단체 회원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러다 보수단체 회원과 시비가 붙거나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어쩌나, 누군지 모를 그들의 의도대로 오늘 행사에 대한 본질이 흐려지...

발행일 2008.07.25.

칼럼
도전받는 MB노믹스, 무엇이 문제인가

강철규 경실련 공동대표·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비즈니스 프렌들리', 경제철학 빈곤으로 큰 시련에 직면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경제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이다. 특히 ‘왜 비즈니스 프렌들리인가’에 대한 필요성이나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있다.” ▷“현재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은 ‘실종’됐고 점수를 매긴다면 ‘F학점’이다. 개혁 자체를 안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MB정부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제전문가를 총동원해 현실파악과 미래를 예측하는 종합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고유가, 원자재값 상승, 저환율, 물가상승, 쇠고기 파문, 그리고 경기침체….’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당찬 발걸음을 내디뎠던 이명박 정부가 취임 첫 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 안정화라는 명목하에 ‘MB지수’를 탄생시켰건만 물가잡기는 ‘하늘의 별따기’ 형국이다. 특히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친기업 성향을 공공연히 밝혀온 정부로서는 “친기업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를 벌써부터 받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재벌개혁의 전도사’로 통했던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현 서울시립대 교수)으로부터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Q 친기업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을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기업 정책을 총평하신다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워 기업과 기업인을 우대하고 투자의욕을 북돋우려 했으나 이 같은 ‘친기업 정책’은 ‘친재벌 정책’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직까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추진과 우수기업인 공항 귀빈실 사용 등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친기업 정책에 따른 별다른 성과는 없다고 판단합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대해 긍정적인 면 ...

발행일 2008.07.17.

칼럼
맑은 눈으로 경제를 보라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경원대 경제학과 맑은 눈으로 경제를 바라보면 경제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린다. 최근의 경제 위기도 마찬가지다. 통화량을 줄이고 이자율을 올리는 금융긴축정책으로 물가상승 심리를 차단하고,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한 복지지출을 대폭 강화하는 정책으로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 여타 부문의 재정지출은 긴축기조를 유지하여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기안정을 꾀해 외부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화할 때를 대비하도록 한다. 위기땐 국민 신뢰회복이 관건 복지지출의 낭비를 걱정한다면 학비보조금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면 되고, 성장 잠재력까지 염두에 둔다면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평생교육이나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는 등 취약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도록 하면 된다. 이 정책이 최선인 이유는 자명하다. 위기의 순간에는 국민들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긴축정책을 펴되 저소득층에 대한 집중적 지원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여 신뢰를 확보하는 정책이다. 고유가로 인한 생산비 증가를 각 부문에서 흡수하는 고통분담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1, 2차 석유파동에서 얻은 교훈이다. 더욱이 현재의 위기는 1960년대 이후 최악의, 즉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한 사태일 가능성이 높다. 가계수지나 국가채무 등의 상황이 당시보다 더 나쁘기 때문이다. 한계상황에 처한 서민들에 대한 대대적 지원이 없다면,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어 성장의 토대 자체를 무너뜨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신뢰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조속히 금융긴축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통화량을 좀 줄이고 이자율을 조금만 올려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시장에 알릴 수 있다. 물론 이 정책도 서민들에 대한 지원정책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미국처럼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대출금에 대해 세금혜택을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현재 양극화된 한국 경제에서 최선의 경기부양책은 저소득 서민층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일이다. 과거와는 달리 건설경기 부양이...

발행일 2008.07.16.

칼럼
MB노믹스와 민주주의의 파탄

김종걸 경실련 대외통상위원장 /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대통령님, 당신께서는 더이상 이 나라를 이끌 수 없을 듯합니다. 당신이 지향하는 모든 정책들이 더이상 '논리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투표자 절반 가까이가 당신을 뽑은 이유는 좀더 잘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IMF 이후 갈기갈기 찢어진 서민들의 삶을 당신을 통해서 위안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사소한(?) 거짓말보다 경제 살리기를 향한 당신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어떻게 발표하는 정책 하나하나마다 한결같이 서민을 죽이는 내용입니까? 풀어가는 방식도 어쩌면 이리도 비민주적입니까? 정말 능력이 있기는 있는 겁니까? 대통령께서는 연 7%의 성장으로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7% 성장이요? 그냥 선거용 공약(空約)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환율정책의 실패, 금리인하 논란, 물가불안 등 거시경제 관리에 실패한 것도 정권 초기의 미숙함이라고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대운하, 건강보험 민영화 등도 안하겠다고 하시니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남는 것은 감세와 재벌규제 완화 그리고 한미FTA입니까?    배신당한 잘살고 싶다는 희망 과연 세금을 줄이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소비가 늘어납니까? 진정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막대한 자금을 내부유보로 남겨두고 있는 재벌대기업들의 문제는 투자할 '돈'이 아니라 투자할 '곳'의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의 재벌규제 완화정책은 투자할 '곳'을 확대해줍니까? 금융기관과 계열기업에 대한 재벌대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금산분리 철폐와 출자총액제한 완화가 어떻게 신규설비 투자로 연결됩니까? 그냥 새롭게 기업을 사들이거나 기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불과한 것이죠. 그리고 애초부터 재벌대기업의 투자가 부진하다고 누가 그럽니까? 지금 한국경제에서 투자가 부진하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급속히 몰락하고 있는 중견, 중소기업의 투...

발행일 2008.07.08.

칼럼
경제위기설, 본질과 타개책은?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 7월2일> 경제위기설, 본질은 무엇이고 책임은 어디있으며 타개책은 무엇인가 강철규 경실련 공동대표, 서울시립대교수  ☎ 손석희 / 진행  : 어제 한국은행이 하반기 성장률 3.9%, 물가상승률 5.2%라는 전망치를 내놨습니다. 당초 예상치보다 훨씬 나빠진 수치인데요. 자, 불안한 경제지표들의 의미와 원인, 정책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해법은 무엇인지 잠시 짚어보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바 있는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강철규 교수를 연결하겠습니다. 현 경실련 공동대표시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 강철규 /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 ☎ 손석희 / 진행  : 예, 오랜만에 인터뷰하게 되네요. 성장률, 물가, 무역수지, 모두 심각한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국난적 상황에 가깝다 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총체적으로 우선. ☎ 강철규 /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총체적으로 어렵다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국난적 상황에 가깝다, 이런 말은 정부가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어려운 사실을 알리는 것은 좋은데 그렇다고 해서 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국난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국민에게 겁을 주는 얘기거든요. 그렇다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라면 대책도 함께 내놓아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이런 어려운 사항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것을 국민에게 안심시키고 희망을 주는 그런 대책이 나와야 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 손석희 / 진행  :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것, 역시 어떤 외생적 요건 같은 것들이 너무나 나쁘다, 그러니까 IMF 때는 물론 외부적 조건도 있었지만 내생적인 구조적 모순도 함께 폭발한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국제유가라든가 원자재값 상승이라든가 이런 외생적 요건이 너무나 커서 어찌보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가 딱히 있었겠느냐, 그리고 또한 앞으로도 있겠느냐 ...

발행일 2008.07.04.

칼럼
뉴 삼성 플랜에 대한 기대와 우려

권영준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경희대 국제경영학부 삼성그룹의 광고는 그룹의 대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모든 분야에서 최고이자 적어도 외형적 글로벌 전략을 과시하던 때에는 '삼성이 하면 다릅니다'였다. 김용철 변호사의 그룹 비리 폭로와 특검 수사 이후로 어려워진 그룹의 정서를 나타내는 요즈음의 광고 카피는 '힘들지? 힘들지 않습니다. 외롭지? 외롭지 않습니다'인데, 이는 해석에 따라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5일 삼성그룹은 4월22일 발표한 그룹 쇄신안에 대한 후속조치를 밝혔다. 7월부터 전략기획실을 해체하는 대신 사장단협의회 및 그 산하의 투자조정위원회·브랜드관리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른바 '뉴 삼성호'를 출범시킨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시중언론의 평가는 대략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전문 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이 강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단기 성과에 치우쳐 장기 투자에 소홀하거나 경영권 위협에 취약할 수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에 출범하는 이른바 '뉴 삼성플랜'이 삼성의 기업 문화와 DNA를 바꾸는 것인지 여부다. 만약 '뉴 삼성플랜'이 과거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재벌들처럼 '총수가 없는 사장단협의회를 통한 조정'의 일본식 기업집단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면 이는 가히 혁명에 가까운 것인데, 그러기에는 준비 기간도 턱없이 짧고 총수 일가와의 관계나 후계자 정리 과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일본식 체제 전환은 결코 아니다. 최근에 삼성전자와 소니를 직접 비교했던 전문가들에 따르면, 삼성의 문화는 지난 50년 동안 총수 - 비서실(구조본, 전략기획실) - 계열사로 이어지는 일종의 강력한 군대식 공포경영(Fear-based management)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반면, 소니는 개방적이고 분산된 기업 지배구조(dispersed corporate governance)를 갖고 있...

발행일 2008.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