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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뢰 잃은 정부 시장의 반란을 어쩌나

양혁승 경실련 정책위원장·연세대학교 경영학부 “9월 금융위기설은 괴담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며 외환보유고도 충분하다.” “현재의 상황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는 많이 다르다.” 이상은 근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정부 당국자들이 한 말이다. 해외 신용평가 기관이나 국내 전문가들도 객관적 사실에만 근거해 판단할 경우 우리 경제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의 파고가 매우 높기는 해도 우리 경제의 기초 체질이 강해졌고,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까지 내몰리지 않도록 방어할 수 있는 정도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릴 정도로 심상치 않게 요동치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약 8개월 만에 환율이 9백30원대에서 1천4백원대로 50% 이상 폭등했다. 최근 들어서는 하루의 변동 폭이 갈수록 커지는 등 외환시장이 심각한 기능 장애 상태에 들어섰다.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어 있다. 정부·여당은 대외 환경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그렇다고 강변한다. 대외 여건 때문이라는 문제 인식은 “우리 정부가 긴급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선제 대응을 잘하고 있다. 한국의 물가와 환율, 주가의 충격이 다른 국가들보다 작은 편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대통령의 말 속에서도 묻어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8월 말 이후 지난 10월6일까지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무려 16%나 폭락했지만, 우리보다 외환보유액도 적고 경제 규모가 작은 싱가포르는 2.6%, 말레이시아 2.4%, 인도네시아는 3.1% 떨어지는 데 그쳤다. 오히려 같은 기간 일본 엔화의 가치는 4.2% 올랐다. 이는 대외 여건의 악화만으로 현재 우리 외환시장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설명할 수 없다는 반증이다.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 안 보여 문제의 핵심...

발행일 2008.10.16.

칼럼
그린벨트 해제가 능사 아니다

하성규 중앙대 교수·도시계획학 / 경실련도시개혁센터 이사장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내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50만가구씩 10년간 모두 500만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이 가운데 150만가구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 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해양부는 중장기 주택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동안 개발이 제한됐던 그린벨트 308.5㎢를 풀기로 했다. 해제키로 한 그린벨트는 서울의 절반이 넘는 엄청난 면적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이해된다. 가장 중요한 이유로 주택을 대량 공급하려면 택지가 부족하다. 도시지역에는 주택을 대규모로 건설할 택지 마련이 불가능하며 택지난 해결은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린벨트로 지정된 상당 부분의 땅이 이미 비닐하우스 등 그린 공간이 아니며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상태라는 점이다. 아울러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은 한계가 있으며 주택 공급에 그린벨트 해제가 가장 손쉬운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대량 공급에는 몇 가지 심각한 현실 문제의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16만채가 넘는다. 서울 강남지역을 비롯한 아파트 가격은 정점에 달했던 2006년에 비해 30%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주택가격 하락은 세계적 추세이다. 집값이 하락하면 내 집 마련에는 유리하겠지만 금융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경제대국 미국을 덮친 금융 쓰나미는 주택가격의 급락이 금융기관의 부실, 소비 둔화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즉 주택 모기지 등 대출 연체는 금융위기로, 그리고 결국 경기침체의 늪으로 빠지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음이 현실로 나타났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집값 하락의 도미노 현상이 이어지는 현실에서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대량으로 짓겠다는 주택정책을 펴는 것은 현실을 파악하고 미래를...

발행일 2008.10.10.

칼럼
지하철역명 표기 갈등, 해법은 있다

이강원(사)경실련갈등해소센터소장           최근 서울시와 노원구 등 5개구가 서울시 지하철역명 표기와 관련하여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역명 병기에 따른 불편과 혼란을 우려하고 있고 노원구 등은 해당지역주민 등 사용자 편의를 도모하고자한다. 양쪽 다 일면 일리가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지명위원회 자문회의결과로 맞서고 노원구는 토론회개최 등 여론의 압박을 통해 역명표기 병기를 관철하고자 한다.  서울시 담당자의 말처럼 지역, 학교, 주민, 역 주변 상황 등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지하철 역명 선정은 쉽지 않다. 주요 홍보 수단이 되는 역명표기를 둘러싸고 구성원들 간의 이해(이익)를 극대화하기 위한 갈등은 불가피해 보이기까지 한다. 서울시 지하철 9호선 ‘흑석동역’의 지명을 둘러싼 중앙대와 지역주민 간 갈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원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불가피함을 고려할 때 갈등이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관리되고 해소되어야한다. 특히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갈등은 상호신뢰 구축을 전제로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이해관계 중심의 협상을 진행할 때 갈등해소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지하철역명 병기를 둘러싼 서울시와 노원구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상대방 존중과 신뢰형성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상호간 언론 플레이를 지양하고 직접 대화하고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배제와 힘에 의한 갈등관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상호입장의 경청과 쟁점(이견)을 해소하는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역명 병기의 필요성과 역명 기준의 위반에 따른 혼란과 비용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상호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함께 개발 한다면 이견해소의 길은 열릴 수 있다. 각자가 바라는 바는 결과에 반영되기도 하지만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실현되기도 한다. 많은 갈등관리전문가들은 ‘협상은 과학이자 예술’이라고 한다. 상호존중을 토대로 서로가 원하는 실질적...

발행일 2008.10.09.

칼럼
협상의 법칙이나 비법이 존재하는가?

심준섭(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협상의 법칙이나 비법이 정말로 존재합니까? 협상론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사실 시중의 큰 서점에 가서 협상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협상 관련 서적들을 뒤지다 보면 우선 100가지도 넘는 협상 관련 서적의 종류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는 협상의 무슨 무슨 원칙, 전략, 비법이라고 쓰인 책들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훌륭한 협상가가 될 수 있는가에 관해 나름대로의 논리나 경험을 가지고 협상의 법칙이란 이름하에 다양한 협상 방법과 기술들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법칙들은 어떠한 협상 상황에도 적용되는 만병통치약처럼 보인다. 만일 이러한 법칙들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협상을 처음 해보는 초보 협상가도 책에 적힌 법칙들만 잘 지킨다면 어떤 협상에서도 이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협상에서 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협상 법칙들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현실 속의 협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모든 협상은 서로 다른 모습을 띠며 정확하게 똑같은 협상이 다시 존재하기는 어렵다. 또한 가치를 창조하는 통합적 기술(integrative skill)과 자신의 몫을 주장하는 분배적 기술(distributive skill)이 뒤 섞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협상가들은 불확실성과 모호성 하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실제로 효과적인 협상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정말 어렵다. 그렇다면 신기루 같은 협상의 비법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협상 준비단계에서 자신이 당면한 협상을 꼼꼼히 분석하고 준비하는 편이 보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어떤 협상 상황에 놓여있던 모든 협상에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협상준비단계에서 이러한 핵심 요소들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협상 체크리스트(negotiation checklist)”를 준비하는 것이다. 협상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자신에 관한 사항, ...

발행일 2008.10.09.

스토리
갈등관리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갑자기 쌀쌀해진 목요일 오후 환경분쟁연구소 신창현 소장을 만났다. 마침 양재역에서 강의가 있으니 끝나고 대학로로 오시겠다고 한다. 일산까지 먼 길 다녀갈 필요 없다고. 덕분에 발품을 덜고 여유롭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가을비까지 내린 오후 향긋한 커피와 비스킷을 나누며 한 시간 반가량 심층적(!)인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언제부터 갈등관리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1991년부터 환경정책연구소에 있으면서 님비갈등을 자주 접하게 되었어요. 하수처리장, 쓰레기 소각장 등 환경갈등이 문제가 되었는데 갈등이라는 용어자체가 님비갈등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개발 대 환경’ 갈등구조는 지금도 여전하죠. 환경정책연구소는 1995년 의왕시장에 당선되면서 그만두었고 후에 녹색연합에 통합되었습니다.  의왕시장으로 계실 때 연극제를 둘러싼 갈등을 경험하셨다는 글을 봤습니다. 당시 의왕시는 그린벨트가 93%에 달했습니다. 어떻게 시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한국연극협회에서 세계연극제 개최지를 공모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시 골프장 등 계발계획이 추진되고 있었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세계연극제 유치야말로 그린벨트를 지키면서 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서 ‘연극과 자연의 만남’이라는 컨셉하에 유치신청을 했습니다. 경기도에서 다섯 군데가 신청을 했고 최종적으로 가평과 의왕에서 격년제로 개최하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찬성하던 시의회 의원(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소속) 전원이 반대로 돌아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확신이 있었기에 반대 측을 포용하라는 직언을 듣지 않고 계속 추진했는데 결국 ‘독선행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시의회의원이 반대로 돌아선 건 정치적 영향 때문이었나요? 당시에는 왜 반대하는지 몰랐어요. 나중에 술자리에서 그 때 왜 반대했냐고 물어보니 세계연극제 유치에 성공하면 재선하지 않았겠느냐고 하더군요. 이인제 경기도지사 재임시절이었는데 정치적영향이...

발행일 2008.10.08.

스토리
라다크에서 행복엿보기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 라다크에서 행복 엿보기 - 김삼수  경실련통일협회 간사 현재 미국발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는 엄청난 혼란만 가중시키며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의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은행간 금리는 급등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금 가격이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하고 국채 가격도 상승하는 등 안전 자산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과 깊숙이 연결된 한국 경제 또한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 중심의 경제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민영화와 규제완화가 핵심을 이루는 신자유주의의 모순에서 기인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신뢰의 상실이 현재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금융시장이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지금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 불연 듯 손에 잡히는 책이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가 쓴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Ancient Futures : Learning from Ladakh)(Rider, 1992)”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부와 거대 기업에 의한 자본 및 에너지 집약적인 성장이 지구 전체에 장려되고, 이로 인해 획일화되는 ‘세계화’의 흐름을 비판하며, 각 지역의 문화적·생물학적 다양성에 기반 한 사회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왜 세상은 하나의 위기에서 또 하나의 위기로 비틀거리며 나아가고 있는가? 항상 이러했는가? 과거에는 더 나빴던가? 아니면 더 좋았던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라다크’에서 현지체험 한 16년간의 경험을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지금도 저자는 1년의 반 이상을 라다크에서 보내고 있다. '세계화'라는 망령은 지역, 민족, 국가경제를 모조리 하나의 세계체제 속으로 통합시키려 하고 있다. 서부 ...

발행일 2008.10.08.

칼럼
규제완화 ‘덫’에 빠질라

강철규 경실련 공동대표·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도 주가폭락, 환율급등, 물가불안을 수반한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997년 금융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이룬 금융감독의 강화와 기업재무구조의 건실화로 미국처럼 금융회사의 도산과 구조조정까지는 가지 않고 있는 점이다. 2000억달러 이상 축적한 외환보유액 덕분에 국가신용도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산업자본주의를 넘어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와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보듯이 미국의 전통산업은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 정보기술(IT)산업과 더불어 금융산업이 등장한 것이다. 제조업 전체 부가가치에 대한 금융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한국은 3분의 1 이하인데 반해 미국은 3분의 2 이상이나 된다. 미국 금융자본주의의 특성은 첫째로 금융업무 영역의 과감한 철폐와 금융상품의 자유화 등 대폭적인 규제완화, 둘째로 대형의 금융투자회사들의 출현, 셋째로 기업직접금융의 보완업무를 넘어서 스스로 투자사업에도 진출한 것 등이다. 이러한 직접투자 사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위험이 증가했다. 대형화한 금융투자회사들이 온갖 종류의 금융상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판매하게 한 것은 대폭적인 규제완화이다. 그런데 규제완화에 비해 건전성 감독과 신뢰도 평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시스템은 아직도 정립되어 있지 않거나 부실한 상태이다. 미국 비우량주택담보대출에서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한 것이나 세계시장을 상대로 판매한 각종 파생상품의 파탄으로 금융사들이 도산한 것은 주택가격과 주가하락에도 원인이 있으나 견제장치 없이 지나치게 규제가 풀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제금융자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물좋은 시장’이라고 할 수있다. 각종 금융상품을 쉽게 판매, 회수할 수 있고 시장규모도 적절히 크며 마진도 높다. 이 때문에 한국 경제는 실물경제의 건전성 여부와 관계없이 큰 충격을...

발행일 2008.10.03.

칼럼
減稅와 성장

김종걸 경실련 대외통상위원장·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정부가 향후 5년간 2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감세카드를 빼들었다. 전방위 감세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감세가 어떻게 경제성장과 연결되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감세효과로 소비가 0.5%, 투자가 7%, 고용이 18만명 더 늘어난다고 하나 그 근거 또한 확실치 않다. 우선 법인세 등을 감면하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발상은 한국경제의 주력기업들이 이미 투자할 ‘돈’이 충분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실효성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결산 546개 제조업체의 작년 말 현재 내부유보율은 675.6%로 잉여금총액도 358조1501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 감세가 어떻게 투자증대로 연결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잘안된다. ‘투자할 곳 어디냐’가 문제 문제는 ‘투자할 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투자할 곳’에 있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막대한 자금을 기업내부에 쌓아두고 있는 현실에서 기업의 자금여력을 확대하는 정책이 기업의 투자증대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다음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근로소득세 등의 각종 감세프로그램이 어떻게 민간소비지출의 증대로 연결되는지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최근의 소비부진은 특히 자영업자 등과 같은 서민계층의 소득부진에 기인하고 있는 바 크다. 올 1분기 통계청이 집계한 가계수지동향에서 전국 가구의 소득 5분위별 소득과 지출을 살펴보면, 하위 Ⅰ, Ⅱ, Ⅲ 분위의 가계(전체의 60%)는 적자이거나 아주 조금밖에 저축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흑자라 하더라도 생활비를 최대한 억제한 상황 속에서의 ‘힘겨운 흑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면 정부의 각종 감세계획이 이들에게 과연 혜택을 줄 것인가? 상속세의 경우 기초공제, 배우자 상속공제 등 각종 공제제도가 많아 10억원 미만에 대해서는 애초에 전혀 세금이 붙지 않는다. 부동산양도소득세도 현행법상 6억원 미만의 1세대 1주택자에게...

발행일 2008.09.24.